‘규제의 숲’, 광고가 숨차다

‘규제의 숲’, 광고가 숨차다

  • 이시훈
  • 승인 202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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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광고를 포위하고 있는 규제 법률

국내 법률 중에 ‘광고’를 품고 있는 것이 몇 개나 될까? 필자가 지난 2월 세미나 발표를 준비하면서 헤아려 보니 80개나 됐고, 이 법률을 관장하는 부처만 24개에 이르렀다. 이 중 광고산업진흥과 관련된 것은 단 1개였는데, 중소벤처기업부의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이다. 

법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규제에 대한 특례를 두는 것으로, 제34조에서 ‘옥외광고물법’ 규제의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 79개 법률은 광고물의 종류, 양이나 형태, 크기, 시간 등을 다루는 ‘형식규제’, 광고의 금지 표현이나 의무표기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는 ‘내용규제’, 광고판매나 구매 등을 특정한 허가 기관이나 승인 회사로 한정하는 ‘거래규제’를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규제가 숲을 이루고 있어 광고산업이 질식사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규제가 많다. 더구나 법에서 위임한 시행령·규칙·조례·지침·가이드라인은 제외한 수치이다. 전체를 다 세면 250개 이상은 될 듯싶다.

 

애써 만든 광고가 규제에 물거품 될 수도

이렇게 많은 규제는 결국 광고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광고기획이나 광고제작 과정에서 법률 검토를 전방위적으로 해야 하고, 혹시라도 새로 개정된 규제 법률을 미처 발견하지 못 했다면 애써 만든 광고물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또 세상이 변하고 미디어가 변하고 광고 노출 환경의 변화에도 규제 법률들은 꿈쩍도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규제의 실효성과 현실성이 떨어져도 광고 관련 규제 법률을 개정하기가 무척 어렵다. 광고업무가 산재돼 있는 부처가 많다 보니, 협의가 어렵고 합의된 개정안을 도출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일관성의 부족이다. 

예를 들어 카지노·경마·경륜/경정·복권·스포츠복권·소싸움경기 등과 같은 사행산업의 광고에 대해 ‘사행산업에 관한 광고선전행위 현장 확인 및 지도감독 규칙’에서는 6개 산업 모두 광고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옥외광고물법’에서는 복권·스포츠복권·소싸움경기만 가능하고, ‘방송광고심의규정’에서는 6개 산업 모두 광고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각각 정하다 보니 이러한 충돌이 발생한다. 

광고산업 전체를 관장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고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방안

그렇다면 광고산업 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규제 개선을 하는 것이 좋을까. 파급효과로만 본다면 정부광고의 민간개방이 제일감이다. 정부광고의 규모가 연간 1조 원을 넘어서는 규모로 증가했다. 연간 취급고 200억 원 규모의 광고회사 50개를 신설할 수 있는 큰 시장이다. 그런데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독점대행을 하고 있으며, 광고산업 생태계에서 얻은 수익임에도 불구하고 신문지원 사업에 편중해서 쓰이고 있다. 광고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미미한 수준의 지원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광고금지 품목의 해제를 통한 규제 개선이다. 전 매체에서 금지하고 있는 전문의약품 광고와 조제분유 광고, 방송광고만 금지하고 있는 의료광고의 허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광고는 소비자에게 미치는 피해가 적고, 의료광고는 왜 방송광고만 금지해야 하는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시대착오적인 시간대 규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현재 피자나 햄버거 등 이른바 고열량·저영양 식품광고에 대해서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시행령’ 제7조의 2에 의거해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방송광고를 할 수 없다. OTT 시대의 도래로 미디어 소비패턴이 시간대 편성에서 벗어나고 있고,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많이 편성되지도 않고 있다. 어린이 프로그램 또는 어린이를 주 시청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등 프로그램별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광고산업진흥법 제정에 기대를

2021년 12월 24일 김승수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광고산업진흥법’을 발의했다. 광고기본법과 같은 모법이 없는 현실에서, 진흥법안의 발의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총 3장 19조로 구성된 동법에서는 광고의 정의, 광고산업진흥위원회의 설립과 운영, 광고산업진흥사업의 주요 내용, 광
고의 공적 책임 등을 담고 있다.

동법이 제정된다면 광고산업진흥의 근거뿐만 아니라 광고산업의 컨트롤 타워를 구성하는 데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광고규제의 내용도 동법에서 체계적으로 다시 정리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제19조에서 다른 법률의 규정 내용을 따른다고 했는데, 반대로 이 법이 모법이 되고 다른 법령을 개정해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광고규제나 심의는 광고산업진흥법의 내용을 준용하도록 해야 한다.

광고산업진흥법이 광고 관련 법률의 모법이 되고, 관련 법령의 개정이나 폐지를 이끌어야 한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법률에 지나친 기대와 요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국내 입법환경은 제정보다 개정이 더 어렵다. 즉 첫 단추를 제대로 꿰야만 한다. 동법 제정에 광고인들이 거는 기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제 광고가 사는, 광고인을 살리는 ‘법’을 만들 때이다.

 


이시훈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디애드>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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