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피셜', 팀원과 CD의 궁합 : 카피 팀원과 아트 팀원 입장에서

'내피셜', 팀원과 CD의 궁합 : 카피 팀원과 아트 팀원 입장에서

  • 심의섭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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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출신 CD팀(이하 카피 CD), 아트디렉터 출신 CD팀(이하 아트 CD), ‘어느 CD와 일하면 좋아요’라는 질문은 광고회사 제작팀의 영원한 테마이자, 호사가들의 입에 자주 오르는 이야깃거리다. 결론은 케바케(Case by Case)다. 

누구에겐 좋은 CD가 다른 이에겐 아닐 수 있다. 보통의 직장생활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질문이 들어오면 “케바케야 케바케!”를 외치며 더 이상 묻지 말라고 잘라 버린다. 그래도 케바케의 예를 들어달라며 끈질기게 묻는 경우가 많다. 몇 번 이런 상황을 겪은 이후 나름 대답을 정리해 놨다.

27년 넘게 광고장이로 살아온 카피라이터 출신 CD의 짬밥에 CD만 10명 이상 모셔본 경험을 기반으로 ‘내피셜(내맘대로+뇌피셜)’, ‘팀원과 CD의 궁합’을 풀어보겠다. 

 

카피라이터 팀원 입장에서 궁합 좋은 CD는?

카피라이터 팀원(이하 카피)입장에서 좋은 CD는 카피 연차별로 달라진다. 

막 광고회사에 입사한 신입 카피에게는 카피CD를 추천한다. 아니, 개인적으로 신입 카피에게 최고의 CD는 카피CD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입 카피는 아직 카피를 쓸 줄 모른다. 카피로서 광고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방법도 모른다. 이 두 가지는 선배를 보면서 배운다. 옛날엔 그랬다. 팀 안에 카피라이터 선배가 1명 이상 있었다. 지금은 없는 팀이 많다. 

그럼 누구를 보며 배우는가? CD를 보고 배워야 한다. 또 카피CD는 신입 카피를 가르치는 방법이나 발전시키는 방법을 안다. “아트CD도 안다”고 항의하면 딱 한 마디만 하겠다. 카피와 아트의 사고방식은 다르다. 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카피와 비주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아트가 쓰는 카피는 생각의 과정부터 다르다. 

같은 직종끼리 이해하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 심지어 같은 말을 해도 다르게 받아들일 때도 있다. 사원 말년 차에서 대리가 되면 아트CD와 일하길 권한다. 3~6년차는 한창 카피에 물이 오를 시기다. 자기 카피에 고집도 생긴다. 이때 신입 때부터 일했던 카피CD 팀에 계속 남아 있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첫째, 남들은 팀원 카피가 아무리 카피를 잘 써도 카피CD가 썼다고 여긴다. 

둘째, 카피CD는 데리고 있는 팀원 카피가 한창 물이 오른 대리급 카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안다. 머리로만! 하지만 실전에선 몇 년 전 처음 만났던 신입사원 꼬꼬마 카피로 대하는 때가 많아진다. 어쩔 수 없다. 인간은 그렇다. 100살 부모에게 80살 자식은 길을 안전히 건너는지 밥은 제대로 먹는지 걱정하는 자식일 뿐이다. 신입부터 보아온 팀장도 마찬가지다. 자칫하면 대리가 쓴 카피를 신입사원이 쓴 카피로 대할 수도 있다. 

셋째, 내 카피를 마음껏 써야 할 연차엔 아트의 뒷받침이 필수다. 카피CD팀의 아트는 카피CD의 파트너다. 그러니 내 아트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비슷한 연차의 아트도 좋지만, 이 시기의 카피는 아직 비주얼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다. 내 카피를 빛내줄 비주얼이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아트는 아트CD다. 

넷째, 카피에 물이 올랐지만 아트적인 사고방식의 카피를 배워야 할 때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아트와 카피의 글은 다르다. 직종에 상관없이 카피와 아트 둘 다 잘해야 CD가 될 수 있는 구조로 아트CD는 기본적으로 카피를 잘 쓴다. 아트CD의 빨간펜을 겪으며 카피가 일취월장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렇게 차장급으로 연차가 쌓이면 다시 한 번 카피CD와 일하길 권한다. 이때 카피CD는 CD 경력이 많을수록 좋다. 이 연차가 넘어가면 카피가 깊어진다. 카피가 깊어지며 큰 캠페인의 카피를 거침없이 써나간다. 보고 배울 카피는 카피CD밖에 없다(개인적인 ‘내피셜’임!). 그러면서 카피CD로서 팀원(카피와 아트)을 대하는 방법도 배운다. 이 시기는 짧다. 부장급으로 올라가면 다시 아트CD를 추천하다. 슬슬 CD로 올라갈 준비를 할 시기다. CD로서 능력을 발휘하며 인정받을 시기. 같은 직종인 카피CD에게 가려져선… 문제다.

Photo by Hannah Grace on Unsplash

아트디렉터 팀원 입장에서 궁합 좋은 CD는?

아트디렉터 팀원(이하, 아트)에게 궁합 좋은 CD 역시 아트 연차별로 달라진다. 신입 아트에겐 아트CD를 추천한다. 신입 카피와 같은 이유다. 아트로서 기초를 다지고 아이디어 발상법을 배울 때다. 

사원 말년 차에서 대리급 아트에겐 카피CD가 좋은 궁합이다. 나의 아트 감각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CD가 아트적으로 나에게 의지하니 자신감과 자존감도 마구마구 올라간다. 그 외에도 사원 말년 차에서 대리급 아트가 카피CD와 일하길 권하는 이유는 많다. 첫째, 아트CD 밑에서 아무리 잘해도 그걸 아트CD가 한 것으로 안다. 둘째, 아트CD님 눈에 나는 아직도 신입 아트다. 셋째, 내 파트너 카피를 찾아야 한다. 넷째, 아트가 물이 올랐지만 카피의 사고방식에서의 아트 발상법을 배울 때다. 

차장급에서는 어떨까? 차장급 카피들에겐 카피CD 밑으로 가라고 권하지만, 차장급 아트에겐 아트CD 밑으로 가라고 권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원하는 아트의 역할이 그 이유다. 아트는 대리급이 넘어가면 자신 밑에 신입아트를 받는 경우가 많다. 또 인쇄광고의 PPM과 촬영·정산·광고주 미팅 정도를 혼자 진행하는 상황도 많다. 회사와 광고주가 그렇게 하길 원한다. 만약 이때 아트CD 밑에 있다면 제대로 해볼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트는 고참 대리급이 넘어가면 카피CD와 일하면서 능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CD로 성공하기 위해 차곡차곡 자신을 알려나가길 바란다. 

Photo by Nick Adam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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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디어 팍팍 사주고, 내가 잘한 것 인정해주는 CD가 최고

직종별로, 연차별로 이리저리 추천했지만, 정답은 없다. 때로는 다 필요 없다. CD 인성이 안 좋으면 바로 옮겨야 한다. 팀원의 성향과 CD의 성향이 달라도 문제다. 

팀원이 나가든 CD가 내쫓든 사달이 난다. 여기에 광고주 품목별 특성까지 고려하면 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광고회사는 1년에 한 번(또는 6개월에 한 번)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그래도 가장 궁합 좋은 CD의 표본은 있다. 직종도 직급도 필요 없다. 팀원 입장에서 내 아이디어 기분 좋게 팍팍 사주고, 내가 잘한 것 가로채지 않고 임원들에게 정직하게 칭찬해주는 CD다. 거기에 연말 고과까지 S(스페셜)를 주는 CD라면, 그 CD가 회사를 옮길 때 따라가길 적극 권한다. 하늘이 내린 최고의 궁합이다. 

 


심의섭 카피라이터 /전 HS애드 CD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The Ad>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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