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원숭이들’이 찾는 것

‘지루한 원숭이들’이 찾는 것

  • 이장우
  • 승인 2022.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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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 Bored Ape Yocht Club)'이 짧은 시간에 최고의 커뮤니티를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BAYC는 지난 1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앞으로 1년 후에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현시점까지는 커뮤니티 기반 NFT의 성장 방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NFT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고유한 디지털 수집품’, 즉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고유한 디지털 수집품’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가가 디지털 아트 작품을 만들어서 NFT로 블록체인에 기록하게 되면 그 작품은 작가로부터 시작됐음을 보장할 수 있게 된다. NFT의 첫 소유자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초기 NFT들은 SNS 계정의 아바타로 사용되도록 설계된 이미지인 일련의 PFP(Profile Picture) 형태가 많았다. 2017년에 알고리즘으로 생성된 24 x 24 픽셀인 ‘크립토펑크’가 대표적이다. 2021년 BAYC를 중심으로 한 NFT가 폭발적 성장을 하기 전까지는 NFT 컬렉션에 유틸리티를 구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유가랩스(BAYC의 발행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회사는 정확히 창업 11개월 만에 기업 가치 4,000억 달러를 평가 받고, 4억5천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초기 기업의 가치로서는 아주 이례적이다.  

출처: BAYC 홈페이지
출처: BAYC 홈페이지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이 왜 떴을까 

그렇다면 BAYC의 성공 원인은 무엇일까? BAYC는 글로벌의 열성적인 커뮤니티를 가장 단기간에 구축했는데 그 비결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배타적 접근 권한'과 'IP의 상업적 권리 오픈'이라는 전략이다. 

BAYC는 배타적 접근 권한을 다음과 같이 활용했다. BAYC는 마치 요트클럽 멤버십 카드처럼 해당 NFT를 보유한 홀더들만 가질 수 있는 배타적 권한(공동 디지털 낙서 그리기 참여권, 오프라인 밋업 참여권 등)을 부여했으며, 이 같은 권한으로 해당 NFT를 갖고 싶은 수요를 더욱 늘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BAYC를 보유한 홀더들에게 여러 유사 콘셉트의 제너레이티브 NFT가 에어드롭(Airdrop)되도록 만들었는데, 에어드롭된 NFT들마저도 가치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BAYC를 홀딩하는 것의 가치를 극대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2021년 10월 31일부터 7일간 BAYC NFT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축제인 ‘Ape Fest 2021 in NYC’를 개최했다. 수백 명의 참가자들이 밖에서 줄을 섰고, 당일 저녁에는 1,000명이 참석 가능한 요트파티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당시 가장 값비싼 NFT 컬렉션이었던 크립토펑크 커뮤니티는 발행사인 라바랩스에게 '당신들은 무엇을 하냐'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크립토펑크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BAYC가 택한 강력한 무기는 배타적 접근 권한 이외에 IP를 혁신하는 모델이었다. BAYC는 NFT 소유자에게 해당 이미지의 상업적 이용 권리를 풀어줬다. 이는 NFT가 저작권을 활용한 수익모델에 혁신을 주게 된 이정표적인 사건이다. IP 오픈은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아루는 데 크게 기여한다. 

아디다스가 BAYC#8774번을 구매한 후 지루한 원숭이 이미지에 아디다스의 트레이닝 세트를 입혀 3만여 개의 NFT를 출시하며 메타버스와 NFT 시장으로의 진출을 강력하게 소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디다스는 ‘아무리 강력한 IP(지적재산권)를 보유한 기업이라도 초기 커뮤니티의 파워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출처 : 아디다스 SNS
출처 : 아디다스 SNS

디지털 세상에서의 인싸 증명, 존재감 표현 수단

당신이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값 비싸게 구매한 것이 무엇인가? 아마도 명품백·시계·의류 등일 것이다. 대부분 물리적인 형태를 지닌 아이템이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디지털상에 존재하는 아이템은 아무리 쓸모가 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비용 제로로 무한대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를 지니기 어려웠다. 

NFT는 그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NFT는 디지털상에 존재하는 콘텐츠에 고유성과 희소성이라는 특성을 안겨주었다. 이는 그동안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기 힘들었던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들이 자산의 성격을 갖게 하는 발판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수많은 비즈니스가 탄생할 것이다. 

NFT는 디지털 세상에서의 인싸 증명을 위해서 사용되기도 한다. 고가의 아바타 NFT를 보유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 표현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커뮤니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활동하기도 한다. 특히 MZ세대들은 현실세계의 자아가 아닌 디지털 세상에서 여러 명의 자아를 만들기도 한다. 그 자아를 대변해줄 수 있는 것이 그가 보유한 NFT가 되고 있다. 

출처: BAYC 홈페이지
출처: BAYC 홈페이지

“NFT의 장점은 아직 NFT의 미래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

희소성이 NFT의 본질적 특성이라면 로열티는 NFT가 지니는 독특한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로열티로 인해서 디지털 창작자들이 NFT에 더욱 더 빨리 매료됐는지도 모른다. 창작자가 수집가에게 작품을 판매한 이후에도 수집가들의 2차, 3차 거래가 이루어질 때 일정 로열티가 창작자의 지갑으로 들어온다. 로열티로 인해 창작자와 콜렉터들이 서로 이익공동체가 되어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기도 하다. 

최근 크립토 시장에서의 일련의 이슈들로 NFT 역시 시장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 시각을 갖고 NFT의 본질적 특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NFT의 장점은 아직 NFT의 미래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NFT의 가장 중요한 쓰임새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NFT의 미래를 써내려 가는 것은 새로움의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가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시도를 즐기고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NFT를 사용하고, 접목한다. 앞으로 10년간 상상하는 모든 것은 NFT화될 것이다.”

 


이장우 업루트컴퍼니 CEO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The Ad>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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