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의 블루스 - 신입에서 시니어까지, 광고인들의 썰과 관심사

광고인의 블루스 - 신입에서 시니어까지, 광고인들의 썰과 관심사

  • 전원
  • 승인 2023.01.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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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이라는 하나의 ‘미명’으로 살아가지만, 우리들은 또다시 저마다의 직무·연차·직장에 따라 수만 가지 동상이몽을 품은 채 같은 업계를 부유한다.

Photo by Julian Hochgesa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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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밥벌이 

사실 우리가 하는 생각은 엄밀하게 볼 때 어디까지가 ‘광고인으로서 하는 생각’이고 어디부터가 ‘아무개로서 드는 아무 생각’인지 규정하기 애매하다. 대신 광고인들의 술안주가 되는 많은 주제 중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거라면, 그건 단연코 ‘밥벌이의 안녕한 지속’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아무리 이상 추구·재미 중독·‘N’ 성향이 대다수인 광고인들(근거: 내 주변~^^)이라고 하지만, 우리에게 역시 직업이 그저 취미가 되거나, 출근하는 일이 생계와는 관련 없어지는 판타지는 벌어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신입 - ‘첫 내 명함 파기’의 어려움

오로지 ‘주변인에 의존한 레퍼런스’로 인사이트를 뽑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취준생이나 신입 연차의 이슈는 시대 불문, 업계 불문 ‘취업’인 듯하다. 특히나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광고업계에서는 그 첫 진입에 대한 막막함이 크다. 

‘쓸 만한 녀석’이 되기 위해선 지난한 도제식 훈련이 선행돼야 하지만, 실상은 즉각 전투 가능 인력을 우대 시 하는 광고업과 제작직의 태생적 모순 때문에 광고직에서 ‘첫 내 명함 파기’의 어려움은 더더욱 배가된다. ‘회사가 경력만 선호하면 신입은 어떻게 경력이 되나요?’라는, 이제는 조금 식상해져 버린 넋두리는 라떼의 신입 시절보다도 오히려 지금, 그리고 점점 더 고령화되는 광고업계에서, 앞으로가 더욱 유효한 스테디셀링 멘트로 지속될 것 같다.

Photo by Kvalifi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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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 이 맛, 저 맛 다 먹어볼 수 있는 게 광고의 맛 

일단 광고업계에 무사히 안착한 주니어들에게는 블라인드·오픈 카톡방·네이버 카페·잡플래닛 후기까지 광고인들끼리의 생각을 늘어놓고, 회사의 생활에 대해 여담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참 많이 있다. 800여 명이 넘게 접속된 광고 제작직 오픈 카톡방에서는 매일 출근 시간부터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많게는 하루 1,000건이 넘는 회사생활 넋두리나 광고계 이슈와 정보성 톡이 쏟아진다. 그것을 일일이 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나도 그곳들에서 가끔씩 이직 정보나 광고 바닥 굴러가는 이야기들을 주워들으며 썰 나눔의 장을 유익하게 소비 중이다. 

이런저런 익명의 썰 장에서 올해 이따금 눈에 띄었던 화두는 ‘사이드 프로젝트’, ‘사이드잡’이다. 자유분방한 생각과 개성, 쏠쏠한 밥벌이에 대한 갈증으로 무장한 광고 주니어들에게 광고회사라는 틀은 때론 짜고 때론 좁으니 그 역량을 부캐이자 두 번째 직업으로서 표출하는 것이다. 

그것은 간단히는 직무 연관 알바부터, 취미 분야 큐레이션, 유튜버,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 중이다. 연차나 근속이 조금 더 찬 이들의 시선은 다시 ‘내 자리’에 대한 현실로 돌아오는 듯하다(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2022년의 전 세계적 핫 키워드였다는 ‘대이직의 시대’는 어쩌면 광고업계에서는 조금 새삼스러운 개념이다. 

몇 해 동안 광고밥 깨나 먹고 난 차장 이하 사수급 주니어에게는 이직을 통해 자신의 능력에 따라 몸값을 높이거나, 기량을 펼치기에 더 좋은 환경으로 나아가는 것, 색다른 업무를 경험하기 위한 새 둥지로 적을 옮기는 것이 권장을 넘어 때로 필연적인 수순이니 말이다. 요컨대, 사이드 메뉴를 더 시켜보거나 아예 식당을 바꾸거나. 어찌 됐든 식성 활발한 주니어 연차에게는 내 밥그릇 키우기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 것이다.

시니어 - 헌 밥그릇 줄게, 새 밥그릇 다오

전성기를 어느 정도 지나온 시니어 연차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아도, 밥벌이는 여전히 삶에 긴밀한 이슈인 것처럼 느껴진다. 다만 이들에겐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을 일궈내야 하기에 한 순간도 쉬울 틈 없었던 광고업계 생활과, 그 업계에 오랜 시간 몸담으며 수년의 '일태기'를 견뎌온 세월의 노곤함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분들이 ‘넥스트 밥벌이’를 위해 광고 밖으로 눈을 돌릴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여기에, 메타버스나 NFT는 벌써 조금 철 지난 것이 되어갈 만큼 따라가기 벅찬 매체의 다변화와, 카피 써주는 AI, 그림 그리는 AI, 콘티 짜는 AI, 모델 AI 같은 AI의 직무 대체 위기론이 이미 길지 않은 광고인생 수명 단축에 한 몫을 보태 온다. 오랜 기간 밥벌이가 되어준 광고업계의 존망을 걱정하며 시니어는 머지않은 전직을 대비한다.

내 밥은 내가 지킨다

누구는 고민하다가 결국은 떠나버리는 이곳에서도, 누구는 밖에 무슨 일 있냐는 듯 제 갈 길을 잘 걸어 나가고 있다. 누구는 사시사철 흔들리면서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고, 누구는 여전히 그런 곳에 설레는 첫발을 들이고 있다. 

회의감의 선배들, 저무는 대세감, 변하는 판도, 광고계의 외적인 흔들림이나 변화에는 누구나 빠짐없이 크든 작든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그것에 굴복할지, 아랑곳하지 않을지, 받아들이고 헤쳐 나갈지는 결국 SWOT 이론처럼 외부요인만이 아닌 저마다의 내재된 의지와 함께 결론이 달라질 일이니, 그저 많은 광고인들이 씩씩하게 입맛대로 밥맛대로 자기 밥그릇을 사수해 나가길 바란다.

 


전원 맥켄에릭슨 카피라이터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디애드>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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