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광고인은 인기 직종인가? - 광고계 입문과 이직, 광고회사의 인재 수급

미국에서 광고인은 인기 직종인가? - 광고계 입문과 이직, 광고회사의 인재 수급

  • 위정호
  • 승인 2023.0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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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는 야근이 많고 고되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물론 (워라밸이나 연봉 등 여러 면에서) 한국보다는 미국의 경우가 훨씬 나은 환경인 것은 자명하지만, 한국이든 미국이든 각자의 생태계(?) 기준으로 봐도 근무시간이 높은 편인 것은 엇비슷하다. 특히 기획 보다는 제작 쪽이 더 고된 것은 역시 마찬가지인 편이다. 

오늘은 미국 광고계의 제작 쪽(미국에서는 이것을 ‘제작’이라는 단어로 부르지 않는다. 한글로 치면 아이디어를 내고 준비하는 ‘크리에이티브’ 부서라고 부른다)을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커리어를 시작하며, 중간 중간 어떤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며, 이직을 하거나 광고회사를 떠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광고회사들의 노력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Photo by Bench Accounting on Unsplash

크리에이터로서의 높은 자부심, 괜찮은 보수 

기본적으로 미국 내에서 광고업계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광고 쪽의 업종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논외로 하고, 이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를 아는 젊은이들은 광고업계를 꽤나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이다. 다만 브랜드의 향방을 결정짓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크리에이티브의 양대 산맥인 아트디렉터와 카피라이터의 길을 양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트디렉터들은 주로 미대의 교육과정을 거치는데 (같은 미대 출신자들이 구할 수 있는 직종들 내에서)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데다 육체적 노동 싸움보다는 아이디어 싸움인 광고계로 가려고 하는 학생들이 뒤늦게(3~4학년 무렵에)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글쟁이(?)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론인이나 작가가 돼야 하는데, 그 길들은 상대적으로 험난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대학졸업 후 마이애미광고스쿨(Miami Ad School) 같은, 학원과 비슷한 교육기관에서 2년 정도 추가로 공부해 카피라이터의 길로 접어들곤 한다. 한국에서는 카피라이터가 광고회사에 입사한 후 한동안은 수습기간(?)처럼 카피라이팅을 배우는 시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미국은 마이애미광고스쿨 같은 곳에서 훈련을 받고 나와서인지 인턴 때부터 바로 자신의 작업에 투입된다. 바꿔 말하면 입사하고 나서 선배들에게 배운다는 개념은 없는 것인데, 이런 점들이 초년생들에겐 광고인이 멋져 보이는 후광으로 다가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같은 능력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직종들과 비교했을 때 광고는 단기적인 이점이 높다. 연봉이 높으며, 자신이 아이디어만 내면 실제 제작은 아웃소싱을 시키기에 크리에이터로서의 자부심도 느끼기 쉽다. 

취직 후의 삶은 녹록지 않아
이렇듯 젊은 층이 광고 쪽을 선호하기는 한다. 하지만 취직 후의 삶은 녹록지는 않다. 미국은 이직이 잦은데, 거꾸로 말하면 이직을 해야 유리하고 좋은 구조라는 것이다. 회사에서 승진이 금방 안 되거나, 연봉이 잘 안 오른다. 외국인일 경우 비자로 발목이 잡혀 있으니 더더욱 제약이 높다. 취업비자(H-1B)로 묶어두거나, 나중에 수상경력 등을 이용해 O비자로 전환해 준다고 해도 발 묶이는 것은 비슷하다. 

‘At will’ 고용 시스템이어서 언제든지 정리해고가 가능하니 큰 광고주를 잃을 때마다 정리해고가 많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해고 즉시 비자가 말소돼버리니 체류에 바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미국 내의 광고 생태계는 팬데믹 무렵부터 많이 바뀌어왔고, 지금도 바뀌는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광고회사에서 클라이언트 쪽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늘어났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잡음도 많이 들린다. 자체적으로 광고 부서를 갖고 있지 않던 아마존 같은 경우 갑자기 신설하면서 매우 고된 근무환경 때문에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한편에선 제약(Pharma) 쪽 광고회사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 거기는 광고의 창의력은 많이 필요 없으면서 직장으로서 좀 더 안정적이며, 연봉도 상대적으로 더 좋다. 따라서 일반 광고회사에서 매일 아이디어 싸움을 하는 것에 지쳤다면 제약 쪽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환경이 한국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먼저 가속화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들이 광고회사를 떠나지 않는 이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최고 인재들은 주로 광고회사에 머무른다. 이유는 역시 제작 쪽의 자부심인 창의력을 뽐내기에는 광고회사의 환경이 제일 좋기 때문이다. 

실제 광고업계의 큰 매력 중 하나가 칸광고제나 원쇼 등 국제광고제에 도전할 기회를 갖는 것인데, 바로 이런 광고제를 통한 허영(?)이 이 업계의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불편한 진실 중 하나가 아닐까. 

이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공부를 할 때에도 이미 존재하는 문화다. 

한국의 광고 지망생들이 대학생 때 응모하는 공모전은 주로 광고회사들이 주최하는 것인데, 미국이나 유럽의 학생들은 칸광고제·원쇼·D&AD·클리오 등 수많은 굵직한 프로 광고제의 학생 부문에서 경쟁을 한다. 

대학 3, 4학년 때 트로피를 수상했느냐 아니냐가 학생들 사이에서 꽤나 큰 위화감을 조성할 정도인데, 이런 문화는 프로로 올라가서는 더 심해진다. 상을 탄 사람들은 자신들의 테이블에 트로피를 자랑스레 쌓아놓고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화는 미국은 물론 유럽과 남미도 같다고 한다. 

Photo by S O C I A L . C U T on Unsplash

외국 인재들이 줄을 선 생태계

미국이 세계 광고계에서 꽤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면이 있기에 단순히 미국 내에서만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한국과 꽤 다른 면이 아닐까 싶다. 미국, 특히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의 광고 생태계에는 전 세계에서 온 외국인 제작팀원들이 많이 있다. 

요즘 아무리 클라이언트 쪽으로 인재가 빠져나간다고 해도, 미국에 취업비자로 들어와 뉴욕에서 일해 보고 싶어 하는 유럽과 남미의 인재들이 여전히 줄을 서고 있다. 그렇기에 미국 광고회사들이 인재 유치를 위해 어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입장에서 뛰어난 선수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그 리그에 발을 들이고자 하는 선수들이 줄을 선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길게 봤을 때 이 외국인들이 결국 영주권을 발급받고 미국에서 장기적으로 살면서 이후 언젠가 클라이언트로 넘어가면서 전반적인 상향평준화를 이룰 수 있는 면도 있어 보인다. 

프로로서의 아이디어를 겨루는 전장(?)의 퀄리티, 그리고 미국에서의 삶, 이 두 가지가 맞물리면서 미국 광고업계는 (유럽이나 남미 광고업계보다 오히려 보수적이라는 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큰 문제없는 인재유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위정호 DDB Senior Art Director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디애드>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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