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반전으로 보는 독일 기업의 ‘배민’ 합병과 불안감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반전으로 보는 독일 기업의 ‘배민’ 합병과 불안감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9.12.16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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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를 지나 남한강을 끼고 달리는 도로로 접어들며 강변 풍경에 빠져들 때 ‘배달의 민족’이 외국 기업에 팔렸다는 소식이 긴급뉴스로 스마트폰에 떴다.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광고가 바로 떠올랐다. 우리 민족을 지칭하는 ‘배달(倍達)’의 연원을 찾아 올라가면 단군까지 이르게 된다. 단(檀)이 박달나무를 말하는데, ‘박달’에서 ‘배달’로 변화하고, 그것을 한자로 옮겼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이다. 동음이의어의 음식점 ‘배달’과 결부시키면서 과거 역사에서 모티브를 딴 광고로 ‘배달의 민족’은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고, 앱을 이용한 배달업계의 정상에 올랐다. 유머로 멋지게 포장을 했지만, 어쨌든 기업의 이름부터 내셔날리즘을 바탕에 둔 ‘배달의 민족’이 독일 기업에 넘어갔다는 건 반전이다.

한국의 배달앱 시장의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3파전을 보면서 ‘SKT, KT, LG U+’의 경쟁을 연상할 때가 많았다. 선두 업체가 50% 초중반의 점유율을 보이고, 2위와 3위가 30%와 20%선을 들락거리는 형태가 거의 같다. 그런데 통신사 간의 경쟁과 완전히 다른 부분이 있다. 이번 합병으로 그 상이점이 더욱 강하게 부각되었다.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라는 기업이 요기요와 배달통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절대 1위인 배달의 민족까지 흡수한 것이다. 이번 합병을 보도하는 한 기사에서는 세 업체의 점유율을 54%, 36%, 10%라고 했다. 이제 한국의 배달앱 시장은 독점이 된 것이다. 거리가 확 떨어지기는 하지만 푸드플라이를 위시한 업체들이 2% 이하의 점유를 놓고 다투고 있다는데, 푸드플라이마저 딜리버리히어로의 산하에 있다.

배달을 거부하며 바로 만들어 그 자리에서 서빙하는 음식을 고집하던 후배가 줄어드는 매출에 어쩔 수 없이 배달을 시작하면서 배달앱에 등록했다. 수익성과는 상관없이 매출은 많이 늘었다고 한다. 배달앱을 사용하면서 그가 효과를 본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용자들의 후기로 생생한 소비자의 소리를 들으며 음식 개발과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단다. 사용자 후기의 중요성은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부터 줄곧 강조되었다. 배달앱에서는 더욱 더 위력이 커졌는데, 그러면서 가짜 후기들이 범럼하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배민의 경우는 자체 개발한 AI기술로 가짜 후기의 70% 이상을 걸러낸다고 한다. 딜리버리히어로가 5조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동원하며 이번 합병을 결행한 가장 큰 이유를 배민의 AI기술에 두는 분석도 있다. 실제 배민 직원의 30%가 엔지니어이고, 가짜 후기를 걸러내기뿐만 아니라, 주문 이력 등을 통하여 소비자가 선호할 음식점이나 메뉴를 추천하는 데도 배민의 AI기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합병 직전인 11월 말에 딜리버리히어로와 배달의 민족이 데이터 연동 의행서 교환 협정을 맺기도 했다. 공동 협력에서 합병으로 단계가 뛰어버린 것이다.

합병을 보면서 떠오른 세 가지 측면을 얘기했는데, 모두 불안한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곧잘 얘기하지만, 한국에서는 소유자에 큰 비중을 두는 편이다. 배민 성쟁에 큰 축을 담당한 ‘한민족’, 그리고 유머가 양자 모두에서 거리가 너무 먼 ‘독일’과 어떻게 어우러질 것인지 궁금하다. 시장에서의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는 정치에서의 ‘절대 권력’만큼이나 위험하다. 100% 시장을 차지해버리는 이 상황이 관연 어찌 전개될지 불안하다. 게다가 배달앱 관련 모든 데이터가 한 곳으로 모인다. 데이터를 들어서 이의를 제기하려면 독점자의 호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 불안을 잠재워 줄 반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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