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과학·신뢰’를 통해 성장하는 ‘디지털 광고산업’

‘문화·과학·신뢰’를 통해 성장하는 ‘디지털 광고산업’

  • 유승철
  • 승인 2021.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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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지털 광고시장의 발전을 위한 제언

광고시장의 신지형도 그리고 디지털 광고의 당면과제

이미 광고 산업에서 디지털 광고 영역은 규모의 경제로 성장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국내 총 광고비의 52.5%가 디지털 매체에 할애되고 있다. 물론 21년도 집계 결과가 나오면 이 수치는 보다 상향될 것이다. 단 몇 년 전만해도 미약하던 디지털 광고의 비중을 생각할 때 충격적 성장속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유튜브(YouTube)는 2020년 기준으로 국내 디지털 동영상 광고비의 무려 73%(페이스북을 포함할 때는 79%)를 점유하면서 국내 대표 광고 매체로 자리잡았다(2020 방송통신광고비조사보고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물론 디지털 광고의 비중이 글로벌 평균 점유 수준인 약 60%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코로나19 감염병이 가져온 비대면 라이프스타일이 지속되면서 광고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차근차근 이뤄질 것이다. 문제는 광고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양적 기준으로는 충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질적 수준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또, 디지털 광고 비중이 분명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해외 플랫폼에 치중해서 운영되고 있어 국내 광고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은 미미하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광고 콘텐츠의 크리에이티브 수준이나 광고의 편성에 있어서 다양한 유형의 광고주 불만족과 소비자 민원이 빈번하다. 국내 디지털 광고에 대한 불만족의 기저에는 산업의 구조적 문제도 있겠지만 기업과 정부가 책임져야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본 기고문에서는 한국의 디지털 광고가 더 나은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갖춰야할 역량과 관련된 과제를 문화-과학-신뢰라는 세 축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광고산업 진흥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콘텐츠로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문화산업

이제 “광고산업은 곧 디지털 광고산업이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광고비의 반을 넘게 점유할 뿐 아니라 이제 대중매체가 디지털 매체의 보조매체로 기능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한국디지털광고협회 신원수 부회장의 말을 빌면 “요즘의 4대 매체는 TV, 라디오, 신문과 잡지가 아니라 바로 디지털 플랫폼인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와 카카오’다”. 하지만 이 새로운 4대 매체의 동력은 과거 대중매체와 다르지 않다. 바로 ‘(디지털)광고’다. 따라서 디지털 광고 산업의 발전을 논하기 위해서는 ‘광고산업의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고민을 더할 필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년 통계에 따르면 광고산업은 출판에 이어서 국내 2위 생산유발효과를 지닌 메가 콘텐츠 산업이다. 취업유발 효과는 콘텐츠 산업 가운데서 1위에 이를 정도로 효자산업이다. 광고 유관 산업인 이벤트와 디자인 그리고 PR까지 광고의 범위로 넣어서 계산한다면 광고가 주는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은 엄청날 것이다. 2020년 기준 한국 광고산업의 규모는 세계 7위를 자랑할 정도로 대단하다. 2021년 11월에 집행된 ‘광고의 날 기념 캠페인’ - ‘광고는 힘이 세다편’의 메시지 그대로 ‘광고는 힘이 세다’.

그럼에도 국내 광고 관련 법제와 담당 기관은 누더기가 되어 방치된 것이 현실이다. 정부 총4개 부서가 일정 부분을 담당하며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 광고산업의 조율된 발전이란 기대하기 힘들다. 구체적으로 옥외광고는 행정안전부, 온라인, 디지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광고는 방송통신위원회, 신문과 잡지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4개 부처로 나뉘어 있다. 광고산업은 경기와 연동되는 산업이자 인적 자본 집약 산업이다. 그래서 공공성 차원에서 정부의 직·간접적인 규제가 불가피하다. 이제라도 광고진흥 체계화 및 통합적 광고산업 진흥을 위한 독립기구 설립이 절실하다.

부유한 산업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 한국의 광고산업은 실제로는 매우 영세하다. 광고관련 기업의 97.4%가 근로자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전체 광고업계 취급액은 15% 성장하였으나 10-49인 규모의 중소 사업체 취급액 점유비는 지속 하락하고 있어 중소 사업체는 지속 고전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이후 수준을 집계한다면 더 처참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우리가 대기업 계열 인하우스 에이전시라고 분류하는 상위 매출 종합광고대행사 조차도 세계 순위에서는 미약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영세성은 디지털 광고 부문에서는 보다 심각하다. 소수의 인력이 가내수공업처럼 근무하는 형태가 대다수다. 초국적인 플랫폼 기업들과 애드 네트워크(Ad-Network)가 ‘광고의 판’을 깔아주었지만, 광고의 내용과 품질에는 기여한 바는 전무하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한국이라는 제한적 상권에서 국가산업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지만, 글로벌 존재감은 미미하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가 인식하는 디지털 광고는 스팸메일이나 음란 배너광고 정도의 조악한 수준에 그친다. 소비문화에서 광고의 영향력을 명심하고 시민들이 광고의 중요성과 참의미를 알 수 있도록 시민 인식개선 캠페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 리터러시 교육이 절실하다.

2021년 K컬처 붐을 만들어 낸 한류 킬러 콘텐츠인 ‘오징어 게임’과 ‘지옥’이 거둬낸 상업적 성과는 떠들썩한 인기에 비하면 의외로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에서 만들어내고 대량 유통한 불법 복제품과 불법 광고들만 다량 양산되면서 성과에 대한 약탈만 있었다. 재주는 국내 제작사가 부리고 성과는 콘텐츠 플랫폼과 약탈적 기업들이 가져간 셈이다. 만약 한국 광고/마케팅 역량이 세계적이고 그 규모도 있었더라면, K컬처의 경제적 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광고산업이 지니는 사회경제적 힘과 문화적 파장까지 고려하고 또 앞서 언급한 광고산업의 척박한 현실을 참작할 때 광고진흥법 제정을 통한 ‘광고산업의 체계적 육성’은 속히 이뤄져야 한다.

 

광고기술 고도화와 연구 강화의 필요성

광고 분야는 디지털 광고를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인공지능을 광고에 도입되면서 [기획-제작-유통-효과조사]에 이르는 ‘전 과정 자동화(full process automation)’라는 현실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이런 자동화 과정에서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 활용되면서 투명하고 신속한 거래 처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어제와 오늘이 다를 정도로 신기술이 광고에 적용되고 있으며 새로운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 출시되고 있다. NTF(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와 비트코인(Bitcoin)과 같은 가상화폐를 활용한 광고 수익화 모델은 이미 실험적 테스트 단계에서 시장적용 단계로 이동 중이다. 국내에는 법적 이슈로 접근이 어렵지만 실례로 PTE(Play to Earn: 게임 플레이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적용된 게임들은 이미 해외에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팬데믹(범유행)으로 관광산업이 피폐해진 필리핀과 같은 국가는 P2E게임이 국민 수익원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이런 게임 속 아이템을 키워 거래하는 과정에서 광고의 역할은 막대하다.

기술뿐 아니라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수준에서도 디지털 광고는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돌풍을 일으킨 콘텐츠 마케팅(content marketing)이나 브랜드 저널리즘(brand journalism)등 크리에이티브가 강화된 디지털 광고는 이제는 예술적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편으로 국내에서 이와 같은 고품질 디지털 광고가 드문 것은 그만큼 디지털 광고 문화가 성숙하지 못했고 산업의 플레이어로부터 적정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술적이고 크리에이티브 면에서 디지털 광고의 수준이 전과 다르지만 한국의 광고 연구역량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제 광고 관련 연구는 공학과 경영학 미디어학을 포함한 다학문이 융합되지 않으면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다. 또, 최근에는 법적인 문제까지도 다수 연계되고 있어서 법학이나 행정학과의 융합까지 필요할 정도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출간되는 논문과 보고서의 내용은 10년 또는 20여년 전의 내용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아쉽다. 광고의 틀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요구하는 인력의 전문성도 크게 변했다. 광고산업에서 인재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나위가 없다. 새 시대가 요구하는 적합한 인력이 공급될 수 있도록 광고산업 구성원과 대학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앞서 언급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체계적 진흥을 통해 광고 산업에 뛰어난 연구인력이 보강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디지털 광고의 기초는 바로 ‘광고주의 신뢰’

광고는 ‘상거래의 언어’로 작용하며 ‘미디어의 화폐(media currency)’로 기능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거래에 참여한 플레이어 간의 상호신뢰(mutual trust)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광고주가 성과 보고서에 적힌 숫자를 믿지 않을 때 광고산업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21년 초 국내 ABC협회 부수 조작 사건으로 지면광고의 신뢰가 폭락한 사건이 있었다. 권위 기관이 인정한 매체력이 실상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직면한 광고주 그리고 애독자의 실망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광고신뢰의 이슈는 디지털 광고에도 동일하다. 실제로 집행되는 50%의 광고가 실제 약속대로 집행되지 않거나 광고사기(ad-fraud)로 집행된다고 한다. 2019년 기준 세계 광고사기 규모는 5.8억 미국 달러에 육박할 정도다. 광고사기의 수법은 교묘하게 진보하고 있고 이제 검증하는 전문 회사까지 속속 등장할 정도로 광고주들의 불신감은 팽배하다. 최근 논란이 된 페이스북(현재 META)의 콘텐츠 조회수 증가를 위한 알고리즘 조작 관련 이슈는 결국 광고비 수주를 위한 조작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건이다. 실제로 광고주의 광고가 엉뚱한 곳에 게재되면서 상당한 노출 및 클릭을 만들어내지만 결국 잘못된 목표 시청자에게 노출되는 경우는 실로 빈번하다.

미국은 1960년대 초 미국 국회의 TV 및 라디오 시청률 평가를 위해 구성한 해리스 방송시청등급위원회(Harris Committee Hearings on Broadcast Ratings)를 기원으로 설립된 MRC(Media Rating Council)라는 단체를 통해 최소한의 광고 미디어 표준제정 및 유지, 등급 서비스의 활성화 및 기타 등급 서비스의 감사를 진행 중이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도 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인검증 기관에 대한 벤치마크를 마치고 2020년 12월 JICDAQ를 출범해 미디어 데이터를 검증하고 있다. 한편 P&G와 같은 글로벌 광고주는 광고주 단위에서도 외부 전문사에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광고비 지출의 타당성을 개별 검증하고 있음에 주목해야한다. 이제 광고비를 연소비용(burning money)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실제로 수년 전부터는 광고주들은 ROI(투자대비 효과/효율)뿐 아니라 광고사기(AdFraud), 브랜드 안전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 광고주의 브랜드의 안전(brand safety)을 해치지 않을 사기 없는 투명하고 정직한 광고 집행만을 허락하는 시대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 K광고의 찬란한 미래를 그리며

광고산업은 디지털 환경에서 커뮤니티(community), 콘텐츠(content), 커머스(commerce)를 엮어내는 융합적인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Creative Technology)다. 그래서 앞서 강조한 것처럼 광고는 ‘문화이며 과학’이라야 한다. 광고가 잘 작동하려면 소비자와 광고주의 깊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요즘 세간에서 미래 경제와 문화의 핵심일 것이라고 언급되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를 움직이는 주요 동인이 광고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국내 광고산업의 체질개선과 고도화는 필수적이다.

5G에서 6G를 향하는 초고속 통신망과 실시간으로 다국어를 번역하고 가상인간을 통해 소통하는 인공지능 기술, 화폐의 기준을 바꾼 가상화폐 그리고 시공간을 넘어서면서 실감 정보를 전달하는 메타버스기술까지 융합하면서 세계는 거대한 디지털 단일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메타버스 시대 광고의 주도권을 놓친다는 것은 ‘시대의 주도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고도화된 디지털 광고 그리고 한층 발전된 광고산업에 힘입어 한국의 브랜드가 세계를 주도하는 희망찬 미래를 함께 디자인하자.

 


유승철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 한국광고주협회 <KAA저널> 칼럼을 공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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