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클리닉이 병원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비결은?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병원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비결은?

  • 유승철
  • 승인 2021.12.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부다비에 세워진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 분원(삼성물산 건설)

미국 최고 병원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미국에서 존스홉킨스병원(Johns Hopkins Hospital),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과 함께 소위 ‘미국 4대 병원’ 중 하나로 불립니다. 1921년 설립돼 미국 오하이오주를 중심으로 8개의 지역병원과 16개의 가정건강센터를 두고 2015년 기준 하루 환자수는 1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지난 2004년 취임한 토비 코스그로브 원장은 “환자의 경험이 바로 곧 혁신”이라는 모토로 인간적인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통합적 돌봄 시스템’을 중심으로 병원을 혁신적으로 개편했다고 합니다.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환자경험 환류모델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환자경험 환류모델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블로그 커뮤니케이션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병원 경영혁신뿐 아니라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실행에서도 주목할만합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딱딱한 웹사이트가 아닌 병원의 공식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블로그(https://health.clevelandclinic.org/) 를 보면 독자(환자, 환자 주변인 혹은 잠재적 병원 이용자)가 일상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영양 섹션의 <요리하고 남은 음식은 언제까지 먹어야 할까요?>, ▲ 가정의학 섹션의 <홍역으로부터 가족 지키기>와 같은 약간의 전문성이 보이는 내용부터 ▲ 수면 섹션의 <무게감 있는 이불이 정말 야간 불안증을 없애주나요?>, ▲ 영양 <간헐적 단식: 4가지 종류>, ▲ 정신과 섹션의 <과부화? 마음이 편해지는 5가지 방법>등 건강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블로그는 2013년에 처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 기준 27명의 콘텐츠 마케팅팀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정보를 올리는데,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면 변화에 맞춰 콘텐츠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콘텐츠 마케팅팀장 아만다 토도로비치((Amanda Todorovich)와 미디어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보면 새로운 플랫폼으로 진출과 별개로 실제 콘텐츠 수익은 블로그 광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하는 블로그를 네이티브 광고 플랫폼으로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블로그 메인페이지

클리브랜드 클리닉 블로그 운영 원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지나치게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주목을 얻는 것 보다 우선합니다.  

다음으로, 콘텐츠의 신뢰도와 내용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 제작자들은 의료진과 긴밀하게 협업합니다. 의학 정보는 시의성이 중요한 콘텐츠가 아닐뿐더러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전문의료진이 기사 작성에 도움을 당연히 주어야 한다는 참여적 문화를 성공적으로 조성했습니다. 

전문의료인은 환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고 자주 물어보는 질문들에 답하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개할 뿐 아니라 의료진의 개인 연구를 홍보하고 또 임상 케이스 스터디를 보고하는 등 의료진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의료/건강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건강 정보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병원의 특장점을 잘 이용한 것 입니다.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유튜브 커뮤니케이션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유튜브(https://www.youtube.com/user/ClevelandClinic/)를 통해  다양한 건강 및 의료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채널의 재생목록을 살펴보면 건강의 달을 맞아 매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는 내용을 올리는 재생목록부터, 클리블랜드에서 치료 중인 어린이, 일반적인 건강, 의료 지식, 클리블랜드 클리닉 역사, 전문의료진의 소개 비디오 등의 정보전달 차원의 영상뿐 아니라 <MENtion It>이나 <Love your hear>와 같은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조직 문화와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상은 <Empathy: The Human connection to Patient Care> 입니다. 이 영상을 보면 병원 안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연과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는데, 환자들의 사연과 상황뿐 아니라 전문의료진의 상황과 사연을 같이 보여줘 인간미와 친근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유튜브 채널은 특정 병원의 온라인 공간이지만, 환자들 또는 전문의료진이 자신의 병원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상호작용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진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면 대략 10분 정도의 영상 속에 어떤 모습의 료진이 어떤 치료를 맡게 되는지를 직접 설명합니다. 

유튜브를 통해서는 의사들이 더욱 자신의 모습을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시리즈는 전문의료진과 환자 사이 거리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전문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환경에서는 환자의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이유로 환자가 치료비를 지급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치료가 시작되면 의료진이 더 높은 위치에서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고는 합니다. 이런 관계에서는 환자가 자신이 받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질문이나 의사 표현을 못 하게되어 치료순응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인터넷 검색과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의사의 이름을 검색하고 학력과 경력 등로 구성된 건조한 정보를 만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입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의사들 스스로 자신의 전문분야를 말하는 영상들을 통해 환자가 전문의료인에 대해 가지는 친밀도나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환자제일주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점 입니다. 

클래블랜드 클리닉이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라이브 방송입니다. 우선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는 <의료인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https://youtu.be/qcRjSD446Mc)> 코너와 같이 의료인에게 실시간 소통을 하거나 사전에 질문을 수렴해 의견을 주고받는 라이브 방송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페이스북 라이브’ 기능을 활용해 심장 이식 수술을 실시간으로 방송하기도 했습니다(미디어오늘, 2018). 수술 장면을 라이브로 방송하는 것의 장점은 환자와 의료인의 친밀감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 입니다. 라이브에서 보여주는 수술을 앞둔 환자들에게는 수술 과정에 대한 이해나 미리보기를 제공해 환자제일주의를 실천한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또, 이와 같은 투명한 공개가 ‘투명성 있는 병원 경영’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위와 같은 점들이 수술 장면을 공개하기 위해 복잡하고 힘든 승인 절차를 거치고 라이브 방송 도중 혐오감을 주거나 사생활 보호가 필요한 장면에 특수한 편집을 하면서까지 방송을 제공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미디어를 이용하는 전략은 단순합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환자 경험을 향상하고자 환자제일주의의 가치와 환자의 긍정적 경험 조성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 입니다. 고가의 외부 매체를 활용한 광고나 별도의 다이렉트 마케팅과 잠재 환자대상 이벤트에 집중하기보다는 실제 병원을 이용 중인 환자나 병원을 이용할 환자를 대상으로 그들에게 꼭 필요한 콘텐츠를 미디어를 통해 제공하겠다는 단순한 원칙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배운 소통의 교훈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환자제일주의를 단순한 환자 응대의 서비스적 차원이 아니라 전문적인 의료 제공이라는 병원의 본질에 집중하고 치료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실행하고 있습니다. 

전문의료를 제대로 제공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환자의 신뢰를 얻고 종국에는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접근을 취한 것 입니다. 지엽적인 변화뿐 아니라 조직적 단위의 부서이동이라는 변화를 통해 혁신을 만들어냈으며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사용해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친밀감과 신뢰도를 높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이 바로 ‘브랜드 관점’과 환자제일주의의 철학의 연동이라는 점입니다. 클리브랜드 클리닉은 브랜드 전용 사이트인 ‘온브랜드(https://onbrand.clevelandclinic.org/)’를 구축해 각종 디자인물과 미디어 채널에 활용되는 콘텐츠들이 일관된 브랜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조율하고 있습니다. 국내 병원들도 우리 문화와 환경에 적합한 환자경험 디자인과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 닥스미디어(http://docsmedia.co.kr/) 칼럼을 공유했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