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PR의 최전선: 의사의 이미지 메이킹에 대한 제안

병원 PR의 최전선: 의사의 이미지 메이킹에 대한 제안

  • 이형민
  • 승인 2022.01.0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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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서비스 소비자의 관점에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몸이 아프거나 진료가 필요할 때 환자들은 어떠한 점을 고려하여 병원을 선택할까요? 집이나 직장 등에서 가까운 병원에 주로 방문하는 환자들은 무엇보다 지역적 접근성을 고려하여 그들이 진찰 받을 병원을 선택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병원이 위치하고 있는 건물의 노후 정도, 주변 환경의 쾌적함, 최신 의료기기 보유 여부 등 물리적 요인을 병원 선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자들 또한 많을 것입니다. 때로는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 등의 매체 광고를 통해 알게 된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는 환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의료 경영에 있어서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날로 중요해 지고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죠.

환자들은 어떻게 병원을 선택하는가 (출처: 트렌드모니터, 2013)

 

의사의 이미지가 환자의 병원 선택을 좌우한다

하지만 의료 행위가 본질적으로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인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료 서비스의 궁극적인 접점이자 서비스 제공자인 의사가 그 어떤 요인들보다 소비자들의 선택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박광민, 양종현, 장동민, 2015). 결국 환자들은 의사라는 전문적 의료 서비스 제공자를 만나서 진찰을 받고 적절한 치료와 처방을 받기 위해 병원이라는 공간을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환자들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자신을 진료하는 의사에 대한 나름대로의 주관적인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환자들은 의사에 대한 각자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의사를 얼마나 신뢰할 것인지, 치료 행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인지, 의료 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할 것인지, 차후에도 해당 병원을 재방문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게 됩니다.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의사의 이미지는 환자들의 병원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병원 영업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요인입니다.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형성하는 긍정적인 의사의 이미지는 의사에 대한 신뢰와 치료 방법에 대한 순응 그리고 확신 등을 유발함으로써 치료의 효과를 제고할 수도 있습니다(임지혜, 이기효, 백수경, 2009).

그런데 이 이미지라는 개념이 참 재미있습니다. 이미지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고 왜 의사의 이미지가 병원 PR과 마케팅 나아가 환자의 치료과정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데 정작 그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관리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명쾌하게 논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미지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포괄성, 함축성, 복잡성, 모호성 등에 기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학문적으로 이미지는 어떠한 대상 또는 현상에 대해서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떠올리는 인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박종원, 윤성준, 최동춘, 2003). 즉, 이미지는 어떠한 대상을 생각할 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연상하는 느낌 또는 기억적 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지는 매우 주관적인 경험과 관점에 의해서 형성되고, 이미지의 형성 및 변화 과정 또한 개인마다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에 단순화하여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의사의 이미지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환자들은 개인의 직접적, 간접적 경험을 통해 의사라는 사람과 직업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TV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묘사되는 의사의 모습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형성하는 의사의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합니다(류희선, 조선아, 양천효, 유홍식, 2011). 많은 사람들이 의사라는 직업 또는 캐릭터를 생각할 때 하얀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착용한 외형적 모습과 사무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유도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서 일반화되고 정형화된 의사의 모습에 기인한 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김주형, 2000).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드라마를 통해 상대적으로 젊고 때로는 인간적인 의사의 이미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형성되기도 합니다.

TV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처: tvN)

 

의사 이미지는 환자의 진료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또한 환자들은 의사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과 진료 경험을 통해 특정 의사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여러 실증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이 진료를 받는 의사에 대해서 갖게 되는 이미지는 크게 언어적인 측면과 비언어적인 측면을 통해 형성된다고 합니다. 언어적인 측면은 의사가 환자들과의 진료 상황에서 주고 받는 대화 스타일을 의미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의사가 얼마나 환자의 상황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지, 환자의 이야기를 얼마나 경청하는지, 대화 시 얼마나 환자를 편안하게 해주는지, 증세나 치료 방법에 대해서 얼마나 상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지 등이 의사의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언어적인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유재웅, 김찬아, 최명일, 2010). 비언어적인 측면은 의사의 옷차림, 표정, 몸짓, 눈맞춤, 진료실의 분위기, 치료기기 등의 배치 등을 포괄하는 요인입니다. 쉽게 말해 실제 대화를 통해 환자들에게 전달되는 이미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이미지는 이러한 비언어적 요소들을 통해 형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 중심형 대화가 중요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진료 상황에서 의사의 대화 유형을 크게 의사 중심형과 환자 중심형으로 구분합니다(김민정, 2009). 의사 중심형 대화는 의사가 환자들에게 일방적이고 교조적인 처방과 조언을 전달함으로써 진료행위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대화 유형이라고 할 수 있고, 환자 중심형 대화는 환자들과의 상호작용과 수평적인 관계설정을 통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를 제고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대화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유재웅 외, 2010). 직관적으로도 쉽게 유추할 수 있지만, 의사 중심형 대화보다는 환자 중심형 대화가 의사에 대한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이미지를 형성시키는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한 의사에 대한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이미지는 진료 행위에 대한 만족도, 의사에 대한 신뢰도, 병원 재방문 의도를 같이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집니다(서판수, 2002; Delbanco, 1992; Ruslyakova & Zelenskaya, 2018).

의사 중심형과 환자 중심형 대화 유형 (출처: Bradley, Sparks, & Nesdale, 2001, 유재웅, 김찬아, 최명일, 2010 에서 재인용)

 

의사의 호의적인 태도와 진료실 공간도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

비언어적인 부분에서도 고려해 볼 만한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진료 상황에서 의사의 신체적인 표현과 진료실이 주는 공간적 느낌이 의사의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서비스 만족과 병원 재방문 의사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합니다(박진, 김동환, 2016). 보다 구체적으로 의사가 나를 맞이할 때 웃는 표정을 지을수록, 설명을 해줄 때 적절한 눈맞춤을 해줄수록, 의사의 전반적인 자세가 나를 향할수록, 의사가 내 말에 경청하면서 고개를 끄덕여줄수록, 의사가 진료 내용을 설명할 때 적절한 몸짓이 수반될수록, 환자는 의사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합니다. 진료실의 공간적 느낌에 대해서는 의사의 책상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을수록, 전체적인 진료실이 깔끔한 느낌을 줄수록, 진료실의 공간 배치가 환자들의 편의를 배려하고 있다고 보일수록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다고 합니다.

의료서비스 산업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변화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한편 수술실 CCTV 설치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의료 소비자의 권리의식은 날로 향상되고 있습니다. 이미 주요 소비자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소위 MZ세대는 개인에 대한 차별화된 관심과 맞춤형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me’ 마케팅을 선호합니다. 이제 의료서비스 시장에서도 소비자 친화적인 의사의 이미지 형성을 통해 마케팅 경쟁력의 제고가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환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에 귀 기울여 주고, 자신과 같은 눈높이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의사들에게 더욱 호감을 느낍니다. 뿐만 아니라 의사의 복장, 표정, 눈짓, 몸짓, 진료실의 배치 등 비언어적인 요소들도 의사의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력을 미칩니다. 오늘부터 웃는 표정, 부드러운 말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몸짓, 그리고 환자를 더욱 인간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등을 연습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인용

  • Delbanco, T. L. (1992). Enriching the doctor-patient relationship by inviting the patient’s perspective. Annals of Internal Medicine, 116(5), 414-418.
  • Ruslyakova, E., & Zelenskaya, A. (2018). Image of “ideal doctor” as basis of effective communication between child and doctor. SHS Web of Conferences, 50, 1-3.
  • 김민정 (2009).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 개인적 특성과 환자 중심적 성향을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53권 3호, 146-172.
  • 김주형 (2000). 의사 이미지 조사 연구 결과. <대한의사협회지>, 43권 2호, 98-102.
  • 류희선·조선아·양천효·유홍식 (2011). 드라마에 나타난 의사 이미지와 의사와 환자 간 커뮤니케이션 유형에 대한 연구. 6권 1호, 54-72.
  • 박광민·양종현·장동민 (2015). 병원선택 요인이 고객만족과 재이용의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5권 8호, 375-388.
  • 박종원·윤성준·최동춘 (2003). 의료서비스품질과 이미지가 고객만족과 재이용의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서비스경영학회지>, 4권 1호, 57-81.
  • 박진·김동환 (2016).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유형과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요소가 환자만족과 재방문의사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병원 CEO를 위한 시사점. <전문경영인연구>, 19권 2호, 121-138.
  • 서판수 (2002).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환자만족에 미치는 영향. <병원경영학회지>, 7권 4호, 57-101.
  • 유재웅·김찬아·최명일 (2010).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대한 환자의 인식이 재방문 의도에 미치는 영향: 치료 만족도와 의사 신뢰도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한국광고홍보학보>, 12권 3호, 77-101.
  • 임지혜·이기효·백수경 (2009).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과 질, 의사-환자관계 유형에 따른 환자만족 요인. <병원경영학회지>, 14권 4호, 83-103.

 

※ 닥스미디어(http://docsmedia.co.kr/) 칼럼을 공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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