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병원만이 예측불가능한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준비된 병원만이 예측불가능한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 이하나
  • 승인 2022.01.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측불가능한 위기 시대의 도래

2020년, 전 세계 의료시스템은 예상치 못한 COVID-19의 등장에 무참히 무너졌습니다. 빠르게 퍼져나가는 바이러스의 공격은 환자를 진료해야하는 병원까지 침입하고 말았습니다. 병원내 COVID-19 확진자 발생으로 개인병원은 물론 중소병원, 요양병원, 상급종합병원까지 연이어 문을 닫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관리자 입장에선 갑작스런 위기의 발생으로 병원 경영에 타격을 받게 된 상황이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신종 감염병의 출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물론 바이러스의 위력과 피해 규모에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분명 우리는 2003년 사스(SARS), 2015년 메르스(MERS) 위기를 경험했습니다. 이제 병원이 관리해야 할 위기 상황은 의료 사고, 의료법 위반, 리베이트 등 조직 내부에 잠재된 문제에만 제한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병원은 신종 감염병, 천재지변 등 다양하고 예측불가능한 위기에 대응해야 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출처: 연합뉴스(https://www.yna.co.kr/view/AKR20200202048100017)

병원의 책임여부를 따지기 전에 위기에 대한 안전 대응부터

위기(Crisis)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이자, 조직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협(Coombs, 1999, p. 15)”을 의미합니다. 결국, 위기 관리(Crisis management)는 “급작스럽고 불확실한 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위기의 위협을 최소화하는 활동(김영욱, 2008)”입니다. 이러한 위기는 조직 내부의 문제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조직의 책임과는 전혀 별개의 상황에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한편, 돌발적인 위기의 속성 까닭인지 지금까지 병원 조직은 위기 발생 시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가?”를 밝히는데 너무 치우쳐 있던 것 같습니다. 원인을 불문하고, 위기 상황을 원만히 해결하는 것은 조직의 의무입니다. 조직은 위기 발생의 책임을 인정하고위기 상황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Funchs-Burnett, 2002). 책임여부를 따지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또 다른 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침묵과 부인이 아닌, 적극적인 대처만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합니다(Anderson, Linden, & Habra, 2006; Funchs-Burnett, 2002).

삼성서울병원, 메르스(MERS)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위기 관리

지난 해, 삼성서울병원은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The 11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0”에서 COVID-19에 철저한 방역 대응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습니다. 감염병 위기 관리를 위한 조직 구성 및 매뉴얼이 체계적으로 갖춰진 덕분이었습니다. 사실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뼈아픈 위기 상황을 겪은 경험이 있습니다. 내원 환자와 의료진들 사이에 메르스 확진자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 여론은 삼성서울병원을 향해 “제대로 된 방역체계를 구축하지 못해 메르스를 확산시켰다”고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메르스 괴담까지 확산되면서, 삼성서울병원은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실추하는 위기까지 발생했습니다. 어쩌면 삼성서울병원이 겪은 위기 자체는 어쩌면 조직이 통제할 수 없었던 위기였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직의 최고경영자였던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국민들 앞에 나서 사과문을 발표했고, “메르스 진료 비용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대응책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은 위기를 수습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닥칠 감염병 위기에 즉각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8년 두 번째 찾아온 메르스 위기와 2020년 COVID-19 위기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겪는 위기 상황에 서투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경험을 교훈 삼아 조직이 봉착할 만한 위기상황을 준비하는 자세입니다.

출처: 삼성서울병원홈페이지
출처: 삼성서울병원홈페이지

위기 상황에 대한 극복보다는 위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위기 관리가 필요

성공적인 위기 관리는 조직에 대한 공중 신뢰와 명성(Reputation)과 직결됩니다(차희원, 양정은, 2004).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를 얻고안전하고 실력 있는 병원으로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위기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적절한 위기 대응을 위해선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우리 조직은 어떻게 위기에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 병원이 언제/어떠한 위기에 닥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준비된 위기 관리 시스템과 매뉴얼은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위기관리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는 점을 실제 사례들과 연구결과들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위기 관리는 병원 조직이 가진 또 하나의 역량(Capacity)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시점입니다.

출처: 월간 노동법률(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 119&gopage=1&bi_pidx=30408)
출처: 월간 노동법률(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 119&gopage=1&bi_pidx=30408)

 


[참고문헌]

  • 김영욱. (2008). 위험 위기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Ewha Womans University Press.
  • 차희원, & 양정은. (2004). PR 과 기업 명성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PR 의 개념, 기능 및 PR 팀 역할을 중심으로. 홍보학 연구, 8(1), 216-255.
  • Anderson, J. C., Linden, W., & Habra, M. E. (2006). Influence of apologies and trait hostility on recovery from anger. Journal of Behavioral Medicine, 29(4), 347-358.
  • Burnett, J. (2002). Managing business crises: From anticipation to implementation. Greenwood Publishing Group.
  • Coombs, W. T. (1999). Information and compassion in crisis responses: A test of their effects. Journal of public relations research, 11(2), 125-142.

 

※ 닥스미디어(http://docsmedia.co.kr/) 칼럼을 공유했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