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인사이트 발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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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2.03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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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연초 일본에 다녀왔다. 나고야 추부 공항에서 오사카까지 가는 신간센 열차는 사십분을 달렸다. 버스를 타면 네시간 걸리는 거리다. 오사카역은 놀랍도록 복잡했지만, 기차는 빠르고 정확했다. 기차는 자가용과 비행기가 따라갈 수 없는 장점이 있다. 대화도 용이하고 사색도 가능하다. 코레일의 이용도 증가 추세라서 작년말 이용객이 9억명이 넘었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사람들의 숨겨진 욕구는 뭘까? 사람에겐 얼굴보고 말해야할 사연이 있다. 손을 잡고 전해야할 감정도 있다. 스마트폰의 이모티콘과 문자와 사진과 영상통화는 이런 대면 접촉의 통로를 차단했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풍광과 거기에 어리는 얼굴과 함께 떠나는 기차는 분절된 현대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연결하는 통로다. 일본을 간 것도 그렇다. 나고야로 유학 간 막내딸의 안부와 근황은 스마트폰의 액정이 아니라 두 눈의 동공으로 확인해야 될 문제였다. 한 여성 크리에이터 감수성은 이걸 놓치지 않았다. “시속 300km의 그리움이 당신에게 달려갑니다. 당신을 보내세요.“ 리는 코레일의 광고의 인사이트는 그렇게 태어났다. 

미국쪽으로 가보자. 그들의 인사이트는 관찰력의 결과다. 밀크셰이크는 오전 아홉시에 많이 팔린다. 왜 누가 그 시간에 사는걸까? 고객들은 혼자 매장에 들어와서 밀크쉐이크를 사서 나가 버렸다. 그리고 차안으로 들어가 시동을 키고 핸들을 잡고 밀크쉐이크의 뚜껑에 빨대를 꽃았다. 그들에게 밀크쉐이크는 직장까지 가는 통근길의 적적함을 달래줄 안성맞춤의 동행자였다. 바나나는 빨리 없어지고 도넛은 손가락이 끈적거리고 베이글은 건조하고 맛이 없었던 것이다. 크리에이티브는 소비자의 인사이트를 담아내는 것에 불과한 것일지 모른다. 하나 더 보자. 인스턴트 커피가 드립 커피에 비해 진짜 맛과 품질이 떨어질까? 네슬레는 소비자들이 둘의 차이를 거의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험은 간단했다. 실험자들에게 두 개의 쇼핑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물론 커피 항목만 빼고 모두 동일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일지 추측하게 했다. 절반의 응답자가 인스턴트 커피를 산 주부를 게으르고 무계획적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드립커피를 산 주부는 남편과 가정을 위해 더 헌신적이고 열심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네슬레는 광고의 방향을 수정했다. 커피의 맛과 향, 품질에 대한 정보를 줄이고 시간을 아껴쓰며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부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인스스턴트 커피를 마실 명분이 제공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훌륭한 마케터는 고객의 속마음(lntent)을 읽고 거기에 맞는 솔루션으로 대응한다. 그것이 시장을 움직이는(Market+ing) 마케팅의 변치않는 원칙이다.

본론으로 가보자. 온라인 시대의 인사이트는 어디에 있을까? 사람들의 마음은 스마트폰을 통해 퍼져나가고 그 흔적은 데이터로 남는다. 제품을 검색하고 구매하고 후기를 남길 때마다 데이터가 쌓인다. 어떤 데이터가 쓸모있고 믿을만할까? 광고 회사의 보고서는 느리고 쓸데없이 장황하다. 소셜 미디어의 데이터는 가식과 위선이 뒤섞여 편향적이다. 게다가 개인의 정보 보호를 위한 애플과 구글등의 정보차단정책으로 데이터관리플랫폼(DMP)의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 되었다.

자, 여기 미개척의 대륙이 남아있다. 검색창에 입력중인 소비자의 수많은 물음이다. 맛집이든 치료법이든 누구나 진짜 필요한 정보는 검색을 통해 찾는다. 비만, 임신과 같은 고민거리는 더욱 그렇다. 복통이라는 키워드에서 시작해서 설사약이나 소화제까지 역삼각의 깔때기형으로 솔루션을 찾아갈 때 검색창엔 속마음의 경로와 강도가 고스란히 입력된다. 같은 ‘임신’이라도 20대는 피임에 대해, 30대는 진단시약과 관련 질병에대해, 40대는 노산위험이나 태아건강에 대해 해결책을 찾는다. 검색 데이터는 소비자의 문제해결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지도(Solution journey)다. 특정의 서비스나 브랜드를 찾다 검색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면 키워드를 바꿔 다른 대안을 찾는다. 만족한다면 가격이나 사은품, A/S와 같은 구매 조건을 탐색을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케터가 싸워야 할 경쟁군이 드러나고 소비자에게 강조해야 할 구매 혜택을 알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마케터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구매 여정의 동반자다. 고객의 물음에 성실하고 진실하게 답하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고객의 질문에 답할 콘텐츠와 실행 플랫폼도 마련해야 한다. 속성으로 건성건성 만든 홈페이지부터 다시 점검해보라.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동서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객원교수, 리스닝 마인드 마케팅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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