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디지털 마케터의 체크리스트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디지털 마케터의 체크리스트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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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로봇 도슨트
인공지능로봇 도슨트

지난 주말 국립현대박물관 이중섭전에서 자리를 좀 비켜 달라는 타박을 들었다. 돌아보니 고두심씨의 목소리를 장착한 인공지능로봇 도슨트였다. 챗GPT의 등장은 콘텐츠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한다. 광고회사도 전전긍긍이다. 밥 그릇자체가 사라지게 생겼다. 간단하게 시도해보라. 당신이 참석할 미팅의 성격을 말해주면 패션을 코디해주고 이미지와 영상까지 뚝딱 만들어 준다. 솔루션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인공지능이 옆에 있다면 굳이 시끄럽고 고집 센 광고회사 사람을 써가며 마케팅을 대행할 이유가 없다. 마케팅은 시대와 호흡한다. 전쟁터는 스마트폰이다. 중요한 흐름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 

첫번째,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입소문의 진원지는 셀럽이 아니다.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때묻지 않은 그들의 조언이 유명인들의 분칠한 권유보다 훨씬 믿을 만하다. 그들이 맨 얼굴로 전하는 가식 없고 실질적인 이야기가 순식간에 스마트폰에서 돌고 돈다. 두번째, 상점과 점원없이 장사가 가능하다. 원래 티파니나 샤넬 같은 고급 브랜드는 온라인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세상이 바뀌었다. 커피값을 아끼는 대학생 커플이 백일기념 명품백과 지갑을 주고 받는다. 게다가 비대면의 세상은 주문하는 경험과 습관을 앞당겼다. 기업은 옴니 채널을 개설해서 고객 접점을 확대시키고 물류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유통왕국 롯데의 부진은 이런 변화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공공성의 경향이다. 사방으로 터진 연결의 세상, 기업은 GenZ세대가 관심을 보이는 공익적 이슈에 대해 실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구글은 광장공포증 때문에 집에서만 지내야 했지만 구글 스트리트 뷰(Street View)를 통해 사진가로 활동하게 된 여성의 이야기를 <Search On>이라는 테마로 전달했다. 아마존은 아마존의 배달원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인 켄트(Kent)를 등장시켜 <Meeting the Moment>라는 테마를 가지고 코로나와 기후변화에 맞서는 아마존을 보여준다. 네번째는 플랫폼 비지니스의 폭발이다. 립스틱을 사려는 여성이 백화점에 가서 점원의 권유를 듣고 거울을 보며 샘플을 써보고 구매하는 시대가 아니다. 로레알의 메이크업 지니어스(Makeup Genius) 앱에 들어가보라. 스마트폰의 카탈로그에서 제품을 스캔해서 어울리는 사진을 골라 친구나 애인에게 보내 의견을 묻고 가격이나 판촉물의 정보를 확인해서 구매를 결정한 뒤 구매 후기를 세상에 올린다.‘ 배달의 민족’은 획기적이고 기발한 고객참여 콘텐츠를 만들어 커뮤니티를 만들며 팬덤을 늘려 나갔다. 배달의 민족을 짱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배짱이’라는 스토리 플랫폼과 ‘치믈리에’라는 치킨 감별사를 만들고 배민체라는 글자체를 무료로 배포했다. 디자이너 양성소로 진화한 무신사는 스마트폰안에 상점을 열고 매대를 개설하고 점원을 두어 돈을 쓸어모은다. 다섯 번째는 집안의 인공지능센터, 사물 인터넷의 진화다. TV와 냉장고에 탑재된 센서가 주인이 외출하면 자동으로 온도나 조명을 조절해주고 치매 걸린 노인들이 깜박한 사이 방치된 오븐의 불을 꺼준다. 휴가간 주인을 대신해서 반려견 사료통의 문을 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열어준다. 

리얼 타임, 리얼 콘텐츠, 리얼 마케팅의 시대다. 브랜딩이란 말도 구태의연하다. 인식이 아니라 실체로 승부해야 한다. 광고가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가 똑똑해야한다. 매장을 스마트폰안으로 옮겨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비교하며 선택하고 주문하고 취소하는 소비자를 왕으로 모셔야한다. 마케터가 바라볼 곳은 어디일까? 기술의 변화가 아니다. 소비자의 생활방식의 변화다. 재택 근무가 많아지니 ‘방의 개념’이 변했다. 정우성이 나오는 동부 센트레빌의 광고를 보라. 집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 화상회의를 하고 발레를 배우고 자전거를 설치해서 군살을 빼는 자기 퍼포먼스의 공간이다. '오늘의 집‘이란 실용적 인테리어 브랜드는 그렇게 태어나서 그야말로 성장일로다. 마케터의 교실은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다. 일상의 관찰력을 습관처럼 작동시켜야 한다. 감수성으로 감지하고 융합력으로 연결시킬 입체적 설계자로 거듭나야 한다.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동서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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