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깔때기처럼 생각하기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깔때기처럼 생각하기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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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 매드타임스 김시래 칼럼니스트] 데이터나 정보는 사실의 세계를 설명한다. 반면 데이터나 정보, 지식 등을 엮어 조합한 스토리는 이미지의 세계를 창조한다. ‘방’을 보자. 방은 사람이 생활하는 집 안의 공간이다. 하지만 감각과 감정의 텍스트와 맺어지면 무수히 많은 방이 탄생한다.

목자의 기도방은 경건한 방이다. 참선하는 스님의 방은 어떤가? 고요함이다. 기다리는 자의 방은 초조하다. 목으로 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째깍거리며 돌아가는 초침소리가 들린다. 탐욕에 사로잡힌 자의 방은 번쩍거리는 금괴로 가득하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모은 것이 아니라서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탄식하는 자의 방은 아쉬움과 후회가 교차한다. 그가 다시 도약할지 그대로 주저앉을지 궁금해진다. 불면으로 잠못 이루는 자와 임종을 앞둔 자가 누워 있는 방은 지친고 힘든 방, 꺼져가는 방이다.

방을 우리의 근대사와 연결시켜보라. 정의를 억누르는 비열한 폭력이 공공연하게 행사되는 취조실로 변한다. 하나의 이야기가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잠든 방은 평화롭다. 하지만 그만큼 범죄 직전의 서스펜스도 숨어있다.

하나의 대상에 대해 수많은 생각들을 쏟아내는 것은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다. 하나를 던지면 열개를 꺼내야한다. 방안에 동그라미 모양의 물건을 찾는 작업은 확산적 사고를 자극한다. 이 때 사과나 병뚜껑만 나열하면 안된다. 주목받는 관점의 출발은 남다름이다. 뻔한 답이 아니라 엉뚱한 대답,이상한 대답,미친 대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비지니스맨의 창의성은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다양한 생각에서 구체적인 해결방법으로 파고드는 접근법은 수렴적 사고(Conversion thinking)다. 현실성과 구체성을 부여해서 의미있는 솔루션이 되도록 좁혀야한다. 당신이 여행사의 직원이라면 동그라미 모양의 물건 중 여행과 관련된 물건을 찾아야한다. 사과나 병뚜껑이 아니라 빵모자나 망원경같은 것이다. 수렴적 사고에 능한 사람은 사건의 인과를 상상하고 연결해서 개연성높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예를들어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펑펑 우는 여학생이 있다. 그녀는 들어오기전 학교 입구에서 어떤 남자와 만났다. 도대체 이 둘의 관계는 무엇이고 이둘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같은 상황에서 기상천외하면서도 일어날법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수렴적 사고다.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는 별개가 아니다. 양에서 질을 추구하며 문제의 해결에 도달하는 깔때기형의 사고법이다. 마지막에 반영할 것은 시대적 기호다. 식당만해도 그렇다. 미식에 매력적인 공간을 더해야 사람이 들끓는 관광 콘텐츠가 된다. 미군캠프와 아파트촌 사이로 영세점포로 빼곡했던 삼각지에 모던하고 심플한 와인바가 한집건너로 들어서고 있다. 부산 영도나 송정의 바닷가에 늘어선 카페도 사람들의 취향이 스며든 결과다. 올드 앤 뉴(Old & New)의 퓨전 감성이 공간력의 주인공이다. 서울과 부산이 새로운 슬로건으로 도시브랜딩에 나서는 것도 트렌드를 읽고 트렌드의 선두에 서려는 노력이다. 메타버스니 뭐니 아무리 정교한 가상공간이라도 실제의 세상을 넘볼순 없다. 코로나가 물러간 이 봄, 오프라인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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