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이대호 따라하기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이대호 따라하기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0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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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을 자주 오갔다. 롯데 야구단 팬들을 위한 브랜드 영상을 만들다가 동서대학 선배교수의 추천으로 동서대 학생들을 가르쳤다. 생산성 본부에서 하는 강의와 부산시를 돕는 일까지 맞물려 남쪽으로 열일곱번을 왕복했다. KTX를 타고 오갈때 창가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잠시 눈과 머리의 휴식을 맞는 순간이다. 유리창으로 다가서거나 물러서는 풍광은 차분하고 느긋한 상념속으로 인도한다. 창멍이라고나 할까. 그러다 소홀했던 인연이 불현듯 떠올라 황급히 연락해 인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기차여행의 가장 큰 수확은 일상에서 겪는 상념과 경험이 뒤엉켜 새로운 관점을 얻는 일이다. 부산하게 돌아다니며 접촉한 데이터나 정보들이 서로 맞물리고 뒤섞여 전에 없는 맥락이 발견되는 소득이다. 써놓은 글들의 문맥을 바뀌어 새로운 결합력을 갖추는 것도 이때다. 

묘하게도 마지막 부산행 기차안에서 읽은 책도 작가가 기차 여행을 하며 느낀 철학적 단상을 소개된 책이었다.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다. 14명의 철학자가 남긴 철학적 사유가 생활자인의 시각에서 품격있는 위트을 섞어 부드럽게 서술된다. 소크라테스나 몽테뉴같은 철학자들이 간이역마다 올라타서 옆자리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내려가는듯 했다. 전원의 풍경을 마주하며 달려가는 기차 여행은 사색하고 묵상하는 인간의 미덕을 높여준다. 그가 덜컹거리며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어디론가 향해 달려가는 기차속에서 이어달리듯 철학적 사상을 전한 이유를 알만했다. 전작 ‘여행의 지도’에서 보듯 그는 여행을 좋아한듯하다. 필자도 그렇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발길이 기대반 설레임반이다. 뭔가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것 같다. 칼럼의 뼈대와 강의의 골격을 세우는 알짜배기 시간이다. 기특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글이 술술 잘 풀린다. 기차가 체질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기차타는 일이 좋아졌다. 좋아하면 몰입감과 집중력은 저절로 따라온다.

요즘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질문은 젊은이들의 고단한 세상살이를 대변한다. 누군들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를 삼고 싶지 않겠는가. 학생들에게 되물으면 대부분 호구지책을 위해 능력되는 일부터 잡겠다고 한다.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하고 취향에 맞는 일은 기회를 보겠다는 것이다. 법륜스님도 잘하는 일로 본업을 삼고 좋아하는 일로 취미를 삼으라고 한다. 그러나 내 대답은 반대다. 좋아하는 일로 본업을 삼고 잘하는 일로 취미를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류의 역사는 열정의 소산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열정은 이유나 조건없이 무엇을 따르고 그것을 이루려는 내적 동기다. 일 속에서 사명감을 느끼고 일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자발심의 원천이다. 알다시피 열정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아해야 생성되고 작동하고 유지되는 에너지다. 열정의 인자가 몸의 습관으로 굳으면 전문가라는 칭호가 주어진다. 천직이 되고 마침내 일과 인생이 하나가 된다. 전문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잘하는 일로 직업을 찾았다고 하자. 잘한다는 것은 순간의 현상이고 지금의 평가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능력자로 남는 비결은 과정의 충실함이다. 자,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생각해보자. 잘 뛰는 토끼를 기어가는 거북이가 이겼다. 토끼는 시간 싸움의 패자였다. 거북이는 능력이 아니라 시간 싸움에서 이겼다. 숙련공은 재주가 아니라 맷집이 만든다. 단거리 주자의 순간 속도가 아니라 마라토너의 꾸준함이 필요하다. 지름길로 달려간 사람은 단련의 시간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말은 그런 뜻이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좀 가난하더라도 우직하게 버텨라. 

은퇴한 이대호는 잘 나가던 투수였다. 어떻게 최고의 4번타자가 되었을까? 그는 갑작스런 부상에 주저앉지 않았다. 시간을 견뎌내며 또 다른 도전을 시도했다. 그런 과정의 진지함이 최고로 만들었다. 야구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좋아해야 버틴다. 좋아해야 알게된다. 좋아하는 일로 업을 삼고 인생을 영위해라. 우리의 인생은 길다.

사진 출처 유니버스스포츠매니지먼트
사진 출처 유니버스스포츠매니지먼트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동서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객원교수, 리스닝 마인드 마케팅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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