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발상력 처방전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발상력 처방전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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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 매드타임스 김시래 칼럼니스트] 혁신의 시대다. 더 좋은 것보다 더 빠른 것이 세상을 선점한다. 제품을 개선하고 물류를 통합하고 고객과의 거리를 좁혀야한다. 발상의 스타트라인은 어디일까? 마케터는 생활자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들의 교실은 일상이다. 일상에서 쓸만한 관점을 발견하는 감수성이 먼저다. 그리고 발견한 관점을 다른 것과 연결하는 융합력이 뛰따라야 한다. 감수성과 융합력이 가미된 창의성엔 세가지 유형이 있다. 돌이켜보고 적용해보라. 

첫번째 유형은 광학현미경파다. 대상의 본질과 패턴을 관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꼼꼼히 따져 보고 해결책을 내놓는 유형으로 개그맨 김구라나 나영석 PD 같은 사람이다. 그가 염소를 키우든 식당을 차리든 도시에서 뚝 떨어진 곳으로 가서 디지털 시대의 지친 마음을 조용하게 달래주는 것은 시대의 시선으로 세태를 관찰한 결과다. 이들은 학습 자체에 대한 열정이 높아 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인과를 꼼꼼하게 따져 본질과 비본질의 차이를 예리하게 구분한다. 과제가 생기면 머릿속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펼쳐본다. 시집이나 소설보다는 과학과 철학을 좋아한다. 홀로 일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친화적이지 못하다.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연상력을 높인다면 좀 더 쉽게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것이다. 내 후배중에 최우수 어카운트 플래너로 3C 분석, STP분석, 4P분석에 탁월한 후배가 있다. 그가 새로운 사업을 맡아 협력을 구할 때 카카오 단톡방에 알리려했다. 협력을 구하는 중요한 내용을 카톡방에다가 올리면 역효과이니 직접 찾아가서 전하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 머리가 출중한 사람은 발로 뛰는 행동력을 겸비해야한다. 

두번째는 천방지축파다. 맥락을 전환시키는 그 자체의 재미를 즐기는 유형이다. 문제와 해답의 개연성을 가지고 폭을 좁혀나가는 수렴적 사고보다 연상을 통해 가짓수를 늘리는 확산적 사고를 선호한다. 엉뚱한 발상으로 기상천외한 대답을 내놓는 박명수나 조세호같은 개그맨이나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패턴의 변화가 심한 김태호PD같은 유형이다.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롭고 호기심이 많아 낯선 곳을 찾아 다니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토론을 즐기고 불확실한 것에 대해 초조해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려고 노력해서 삼천포로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주관과 일관성이 없다는 평가를 듣기 쉬워 적절한 자원과 시스템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피로회복제는 약국에서 찾아야한다는 촌철살인의 카피를 만든 후배 크리에이터가 있다. 그가 광고회사의 CEO가 되어 반려견사료의 패키지를 디자인하고 와인을 구독경제로 마시게 하겠다는 마케팅적 발상을 실행하려할때 무리한 시도가 아닐까 염려했다. 자유분방한 연상력은 실천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한다. 

세 번째는 돈키호테파다. 일단 시도하고 조금씩 클릭을 조정해서 정답에 다가서는 스타일이다. 목표에 대한 비전과 직관적인 태도로 결과에 상관없이 해결에 몰입하는 유형이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나서는 개그맨 노홍철, 박나래가 그런 부류다. 성취 동기가 발상의 원천이라서 시도하는 그 자체에 희열을 느낀다. 목표달성의 청사진을 만들고 이를 현실로 만드는 에너지가 넘친다. 물건의 용도를 바꿔 쓰는 것에 능숙하며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플레이의 소질이 뛰어나다. 뛰어난 몰입력과 다양한 관계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서 객관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물불가리지 않고 경쟁PT에 참여하는 온라인 대행사의 대표가 있다. 합리적인 의사결절 과정이 생략되어 소모전이 되기쉽고 실패율이 높다. 지나치게 목적 지향적 리더로 비춰져 언제까지 동료들이 따라줄지 생각해야한다. 선택과 집중, 효율과 효과를 검토하는 자세와 제갈양같은 참모를 둘 것을 제안한다. 

어느 유형이든 명심 할 것이 있다. 비즈니스맨의 창의성은 아이큐가 아니다. 성과에 도달하는 태도고 방법이다. 한때 삼성전자 임원들이 수십억의 연봉을 받으며 밥만 먹고 악수만 하고 다니는지 의아해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였다. 성과를 위해 더 큰 일을 하고 있었다. 구성원들을 만나 일할 분위기를 다져주고 거래처를 만나 장애물을 치워 젊은 실무자들의 생각이 성과로 연결되는 길을 터준 것이다. 아이디오나 구글이 창의성을 위해 놀이터같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걸 어렵게 진단할 필요가 없다. 조직의 막내가 내뱉는 발언이 얼마나 존중되고 수용되고 있는지 회의실에 들어가보라. 

 


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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