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한통속의 운명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한통속의 운명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4.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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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 매드타임스 김시래 칼럼니스트] 일타강사 이지영은 지방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독하게 공부해서 국내최고의 대학에 들어갔다. 교원을 거친 뒤 학원강사가 되어 수험생들의 전설이 되었다. 유투브엔 수십만 조회수를 자랑하는 강의가 수두룩하다. 목소리 변천사편을 보면 엄청난 연봉을 받아 요트를 타고 고급차를 모는 이유를 알수있다. 인고의 시간과 성실한 노력의 결과다. 사회과학 강의중엔 자신의 경험담을 섞어 수험생의 졸음을 쫓아낸다. 여기엔 마이클 샌델 교수의 능력주의 내용도 있다. 그녀는 개인의 능력주의가 과연 공정한 것인지에 대해 젊은이들에게 묻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부나 행복이 배분되야 하지만 선천적으로 모자란 사람, 가난한 사란, 덜이쁜 사람도 있으니 공정한 능력주의란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약자에 대한 배려를 과제로 남겼다. 하늘이 준 로또시스템이라는 행운도 따지고 들어가면 자신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진 자의 전리품이니 뭐든 노력을 더해야 꿈을 이룰수있다고 단언했다. 자신들과 같은 눈높이로 애정을 담아 쏟아내는 그녀의 이야기에 학생들은 깊이 동의했다.

듣다보니 걱정거리가 생겼다. 능력주의가 조직화되어 발병하는 패거리 문화다. 지연이든 학연이든 이해타산이 맞아 한편임이 확인되면 손을 잡아끌어 성벽을 쌓고 철옹성을 올려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한다. 그들이 내뱉는 건배사는 좀 모자라고 떨어진 사람이 비집고 들어올 여지를 봉쇄하는 단호한 구령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야합과 거래가 교환되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배맞는 사람끼리 울타리를 쳐서 한세상 잘살아보자는 결의와 실천이 밤낮을 가리지않는다. 대낮의 확성기는 오밤중에도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비난과 저주의 댓글로 이어진다. 차분하게 뭘 따져볼 생각은 아예 없다. 우리편만이 진리다.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의 성인(聖人)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김수영 달나라의 장난중 일부) 

시인 김수영은 그의 시 ‘달나라의 장난’에서 인간의 단독성을 노래했다. 공통의 이익을 위해 야합하거나 협잡하지 말라고했다. 그러나 지금 거리는 자기들만의 이해와 이익을 위해 술잔을 부딪히는 이들이 골목마다 자리를 메우고있다. 나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은 안중에 없고 치렁치렁 장신구를 매달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고 기를 쓰는 부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다. 카지노’의 조폭과 ‘더글로리’의 학폭의 말로를 보라. 그렇게 얻어지는 것들은 정상적인 궤도가 아니라서 서서히 눈이 멀고 마음이 풀려 종국에는 이탈되고 전복되고 것을. 양극단의 진지속에 들어가 잠시 좌표를 상실한 분들께 전한다. 행복은 성과의 도달이나 소유의 만족이 아니다. 일상의 소소한 평안과 관계의 충실함이다. 

 


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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