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기자이거나 시인이거나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기자이거나 시인이거나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0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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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Nick Morrison / Unsplash
사진: Nick Morrison / Unsplash

쓱닷컴과 무신사의 카피를 보자. ‘압도적 쓱케일’,  ‘~도 무신사랑해’다. 간결하면서도 강력하다. 온라인인데 압도적이라고 했고 사랑이라는 단어로 행동을 유발시켰다. 디지털 시대의 팔리는 문장의 비결은 뭘까?

기자나 시인이 되라. ‘여름철의 빨래공식’이란 삼성전자 세탁기의 카피가 있다. 사건을 전달하는 리포터의 뉴스를 닮았다. 뉴스는 발이 달려 저절로 세상에 퍼진다. 기자처럼 쓰라는 말은 지금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계하듯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라는 뜻이다. 세상을 놀래킬 새로움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개가 사람을 사람을 물면 안되고 사람이 개를 물어야 된다. 치과 의사가 만든 치약(닥터클러브), 책이 연기를 시작했다는 사실(윌라 오디오북), 술집에서 민증 검사 못받는 3040여성 주목!(닥터헤디슨)같은 카피다.

때와 장소, 상황을 부여해서 새로운 기준이나 원칙을 제시해도 좋다. ’아기에게는 엄마 젖이 제일 좋습니다.‘  ’차값이 얼만데요?‘ ’마요네즈가 좋아요가 아니라 야채를 더 드십시오‘ ’아이가 물을 달라면 우유를 주세요‘ 같은 간결한 문장을 따라해라. 속사포처럼 끊어치는 것이 비법이다. 새삶스럽게 (이케아), 금융이 쉬워진다(토스), 초특가로 놀자(야놀자), 신선함을 매일 (매일우유), 오래가는 건전지(듀라셀), 숨을 위한 숲(환경재단), 밟지말고 밟으세요(환경오염캠페인), 야! 너두 영어 할 수 있어! (야나두), 샛별 뜰 때가 가장 신선할 때(샛별배송), 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쪄요(BHC콤보), 상처엔 역시! 옛솔, 칫솔(마데카솔), 빨아먹고 싶은 맛(KFC)같은 문장을 저장해두고 적용시켜보라.

다음은 정반대의 비결이다. 시인이 되어 서정을 자극하는 방법이다. 구애편지를 쓰듯 감각과 감정의 수사를 입혀보자. 오감에 진심을 더해야 깊은 울림이 생긴다. 인생탁! 맛있다(영탁 막걸리), 여행, 가볍게 깊어지다(소니), 피부가 마시는 레드와인 (라끄베르 하이드로 싸이클링),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에어비앤비), 벚꽃데이트 갈지도 모르니까 미리 준비하세요(캐논), 꽃피는 계절에 일만 아는 바보들아(삼성생명), 선배는 화장 안했을 때가 더 예뻐요(인조이 유어 라이스데이)같은 문장이다.

흉내내다 일가를 이루는 법이다.  시, 소설, 에세이 속의 은유적 문장을 필사해보라. ’머리라도 자주 빗어 넘기고 술 한잔도 두 세번에 나누어 마시거라 엄마 씀. 잠은 좀 집에서 자고.(시집 황금빛 모서리, 김중식),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와 같은 시적 문장에서 영감을 얻어보자.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회사를 그만두고 소크라테스의 삶을 생각했다’,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여자는 어딘가에 빨간색을 칠해야 마음이 놓인다‘와 같은 단문들도 곱씹어보라. 숙련은 세월이 묵혀낸 장맛같은 것이다. 따라하다 보면 위장병을 늦은 밤 묵직하게 찾아오는 불청객으로, 감기를 겨울이면 제멋대로 찾아와서 제멋대로 가버리는 바람둥이로, 치통을 콕콕콕 쑤셔대는 히스테리 노처녀로 표현하는 날이 찾아 올 것이다. 살다보니 늘 푸른 소나무가 아니였다는 한 시인의 토로나 난 참 바보같이 살았다는 가사 한 줄이 자판기처럼 쉽게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나 더 기억해두자. 품질보다 더 좋은 카피는 없다. 청바지의 원조 리바이스트라우스의 슬로건은 아예 ‘Quality never goes out of the style’이다. 품질이 최고의 보증 수표라는 원칙을 그대로 담았다. 중년여성 의류브랜드 크로커다일 레이디는 ‘아름다움은 쌓인다’이고 당근마켓의 브랜드 슬로건은 ‘내 근처에서 당신 근처까지’다. 설명이 필요없는 대교약졸의 문장력이다. 별볼일 없는 자가 요란을 떨면 단명의 빌미가 된다. 분당의 어느 ‘머리못하는 집’은 진짜 머리를 못해서 오래 못가 간판을 내렸다. 그러다보니 ‘Cancer Cures Smoking’이라는 금연캠페인의 카피가 떠오른다. 흡연이 암을 부른다는 기존의 관점에서 암이 금연을 이끈다는 역발상의 관점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는 카피는 표현이 아니다. 관점이다. 표현이전에 발상부터 고민해라.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동서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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