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글쓰기 훈련법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글쓰기 훈련법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0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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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Daniel Thomas / Unsplash
사진: Daniel Thomas / Unsplash

홍제천가에 있는 작은 미장원집 이름은 ‘머리 잘하는 집’이다. 좀 더 지나가면 ‘컵희’라는 작은 카페도 보인다. 이창섭이 출연하는 ‘전과자(매일 전과하는 남자)’나 나영석PD의 ‘나불나불’같이 수백만 조회수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의 타이틀을 생각해보라. 단도직입의 스피드와 촌철살인의 재미가 SNS시대 문장의 필수요건이다. 여기에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전하려는 의미를 인생사로 비유하는 방식이다. 문장에 삶의 지식이나 지혜를 담아 압축시켜라. 칼 세이건(Carl Sagan)은 수만 가지 스토리로 가득한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며 한 마디로 응축시켰다. Think small(폭스바겐)이나 Just do it(나이키) 같은 전설적 카피도 실용주의와 행동주의 생활 철학을 담아낸 것이다. 최근 카피 사례를 보자.여행은 살아보는 거야(에어비앤비), All live young(올리브영),꾸준함이 쌓이면 넘을 수 없는 실력(KCC), 회사는 일만 하는 곳이 아니다 그녀, 미장센 스타일(미장센), 봄은 오는 것이 아니다. 가는 것이다(라쿠텐 여행사),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습니다(아시아나항공), 모든 플레이는 눈으로부터 시작된다(아이클리어), 공간을 설계한다는 것은 머무르는 사람들의 시간을 설계한다는 것(힘찬 건설), 나대지 않는 맛의 조연(미원), 나는 미래를 기다린 적이 없다 나는 언제나 그 시대의 미래였다(메르세드벤츠) 같은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문장의 공부법은 속담이나 경구, 사람의 속 마음이 담긴 공감형 문장을 모아 필사하는 것이다. 둔필승총(鈍筆勝聰),대교약졸(大巧若拙), 줄탁동시(啐啄同時)같은 사자성어나 하나를 보고 열을 알면 무당이다,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라, 구르는 돌은 이끼가 안 낀다, 구겨진 종이가 더 멀리 간다. 빨리 달궈진 쇠가 빨리 식는다, 새들이 날아갈 때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법이 없다와 같은 비유법의 문장들을 기억해두면 좋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40대에 반드시 해야 할 40가지, 난 참 바보같이 살았군요,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와 같은 책 제목이나 노래 가사, 불의가 저질러질 때마다 분노에 떨 수 있다면 우리는 동지다, 붉은 조지아 언덕의 식탁에 둘러앉아 형제가 모두 함께 식사를 하는 꿈입니다와 같은 유명한 연설문을 마음에 담아둬라. 

두 번째는 좀 더 단순하고 흔한 방식이다. 의미나 발음의 유사성(Double Meaning)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리듬감이 생겨 읽는 맛과 위트까지 따라온다. 배추나 무청을 말리면 시래기가 되고 버리면 쓰레기가 된다. '말리면 시래기, 버리면 쓰레기'라는 카피는 그렇게 태어났다. 시래기와 쓰레기, 발음의 유사성이 카피의 맛을 만들었다. 백산수는 백두산 천지의 물이다. 이걸 이용해서 경쟁사의 물과는 격이 다른 물이라는 뜻으로 ‘천지차이 백산수’라고 썼다. 이런 카피의 사례는 도처에 널려있다. 좋은 잠이 쌓인다, 좋은 나를 만든다(에이스침대), 깊이가 만드는 높이(푸르지오 써밋), 참! 참! 참!(참소주), 대한민국의 뒷심(한돈 뒷다리살),남자는 마초(맛초킹), 캐스퍼가 새로운 케이스를 만든다(현대 캐스퍼), 무해함 그것은 무한함의 시작 (폴레스타 2), 하나하나가 새롭다(하나투어), 오래 고아야 예쁘다 (배달의 민족), 多가치온기 (한국지역난방공사), 더위를 벗다, 시원함을 입다(제이브로스), 우리 아이가 ‘달라’ 줬어요(하나은행 아이부자), 우린 약하지 않아 약물 하지 않아(한국도핑방지위원회), 겁나 좋군 떠먹는 컵피자(오뚝이 컵피자라) 등이 있다. 

트레이닝법은 댓구와 대조, 반어적 문장을 써보는 것이다. 가령 집토끼와 산토끼,감동(感動)이란 감정(Emotion)에 Motion(움직임)이 들어있는 것, 산은 높이가 아니라 저울이었다,와 같은 문장이다. 또 작은 것이 큰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해서는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미치지 않고서 미치지 못한다,와 같은 댓구적 문장이나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내가 잘했다고 말해줘 잘했다고. 사랑이 온다고 해줘 또 온다고,와 같이 반복의 묘미가 살아있는 문장이나 책을 읽고 싶어서 떠나는 여행, 해장국을 맛있게 먹고 싶어 술을 마신다와 같은 역설적 문구도 좋다.

 


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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