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안목과 통찰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안목과 통찰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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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종강때 학생들의 온라인 광고 카피를 평가했다. 최근 카피를 사례로 들며 일곱가지의 카피작법도 정리해서 덧붙였다.

첫 번째는 제품에 인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겨울피부, 히터를 즐기다(헉슬리)라는 카피를 보자. 헉슬리화장품을 쓰면 히터에서 나오는 건조한 공기를 즐길 만큼 피부가 촉촉해진다는 뜻이다. 피부가 즐긴다고 사물에 감각을 불어넣었다. ‘작은 몸집에 좋은 맛이!’라는 초콜릿 광고도 마찬가지다. 무생물에 생명수를 부어 죽은 문장을 살려냈다.

두 번째는 가성비와 가심비를 강조하는 방법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결정타는 이론이나 감정이 아니다. 돌아올 혜택이다. 몬스터딜(티몬)이라는 카피가 그랬다. 처음이면, 이 맛있는걸 100원에 살 수 있다는데(마켓컬리), 건강의 미래, 이미 손목 위에(애플워치 7), 그램답게 가볍게(LG Gram)등이 눈여겨 볼만했다.

세 번째는 자신의 강점을 더 크게 키우는 것이다. 자신감은 자신감을 부른다. 다이어트는 포토샵으로(배달의 민족), 야 너도 영어 할 수 있어(야나두).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에어비엔비), For every size of imagination(LEGO) 같은 카피들이 그렇다.

네 번째는 남들이 생각하는 반대의 생각이다. 소수의 관점은 희소성을 보장한다. ‘아름다움은 젊은이의 것만은 아니다’, ‘진정한 후원은 후원이 끝나게 하는 것입니다’와 같은 의미심장한 문장들이다. 의자가 성적을 바꾼다(시디즈), 누군가를 위해 예뻐지지 않아(낫포유), 생활에는 아무런 높낮이가 없다(숏영상콘텐츠), Don’t buy this jacket (파타고니아)도 그런 종류다.

다섯 번째는 아날로그 감성과 휴머니즘이 스며든 카피다. 이는 디지털테크가 기승을 부릴수록 더할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아직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사진작가 테레사 프레이타스),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 거라 믿는 것.(뮤지컬 하데스타운) 우리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네버엔딩 (인피니트 남우현) 같은 문장이다. 아버지가 되면, 사진은 훌룡해진다(캐논), 도망가자, 엄마도 휴가가 필요하니까(여기 어때), 금메달만 못 땄네, 앞으로 따지 뭐(스물다섯, 스물하나) Fashion passes, style remains.(샤넬) 같은 카피도 눈에 띈다.

여섯 번째는 덧칠하지 않고 본질을 담백하게 드러내는 대교약졸의 수법이다. 바른 먹거리(풀무원), Life is good(LG전자),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NO브랜드), 투명은 안심이다(가그린) 같은 카피를 들 수 있다. 

말미에 덧붙인 말은 그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카피를 쓰라는 것이었다. ’예쁘게 보이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라는 문장은 사춘기 여고생의 속마음을 담은 카피다. 장모님 다녀가셨나(해찬들 메주뜰 된장)은 사위의 시선이, 아이는 조용하게 자랄 수 없다(스위첸)는 사려 깊은 부모의 입장이 담겨있다.

누구나의 문장이 아니라 자신만의 문장을 쓰려면 먼저 세상에 널린 다양한 인생사부터 섭렵해야 한다. 크리에이터에게, 광고인에게 인문이 강조되는 것은 그런 이유다. 그래서 인문은 인간의 문이다. 타인의 관점을 자신의 그것과 섞어내며 안목과 통찰의 세월을 견디고 쌓다보면 어느 날 문득 자신만의 관점이 탄생한다. 

 


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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