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진실의 망원경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진실의 망원경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09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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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 ‘알레그리아’는 서커스가 아니다. 예술적 요소들이 버무려진 종합 퍼포먼스다. 두명의 삐에로가 펼치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인간의 몸이 펼치는 곡예는 잘 조율되어 한치의 오차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압도적 아우라를 뿜어낸 여가수의 노래는 속도감있는 무대 연출과 어울려져 한편의 뮤지컬같았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죽음을 앞둔 아내를 위해 추억 여행을 떠나는 남편과 가족의 사랑이야기다. 인생은 다음이 있어 아름답다는 삶의 긍정적 의미를 향수어린 유행가와 춤을 곁들여 표현한다. 둘은 완전히 다른 장르다. 하나는 외국공연이고 하나는 국내영화다. 그러나 권력과 사랑이란 주제를 몸의 동작과 노래를 통해 표현한 것은 같다. 다르면서도 같고 같으면서도 다르다. 감수성은 사물과 사테의  차이와 변화를 재빨리 감지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이론이나 논리보다 감각과 감정을 통해 무엇인가를 느끼려는 시도다.

무엇을 느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알랭 드 보통은  ‘행복의 건축’에서 “건물이나 사물이 물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해주는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한 곳에 모인 돌, 쇠, 콘크리트, 유리의 배치가 자신을 표현하는 감동적이고 묘한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라고 했다. ‘느낀다’라는 뜻은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고 보이지 않는 형체를 본다는 의미다. 모든 것에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원동력이다. 창작자들은 그걸 평소 머리속에 담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쓴다. 봉준호 감독은 이 분야의 대가다. 그의 영화는 감수성의 자식들이다. 고3때 잠실대교 교각에 뭔가 매달렸다가 떨어지는 환영을 보고 ’괴물‘을 만들었다. 오대산에서 본 아줌마들의 관광버스춤에서 영화 '마더'의 마지막 장면을 구상했다. 자본주의 폐해를  ’설국열차‘에선 기차의 앞칸과 뒷칸의 수평적 공간을 통해, ‘기생충'에선 지하와 반지하, 지상이라는 수직적 공간을 통해 드러냈다. 메모와 기록이라는 감수성의 창고가 지구인이 인정하는 콘텐츠에 한몫을 거들었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뒤덮었다. 검색의 시대가 왔다. 새롭고 믿음직한 감수성의 발판이 구축됐다. 바로 손가락 끝에서 빠져나오는 실시간 데이터다. 이제 데이터의 정확도와 스피드가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좌우한다. 그런 세계의 강자들의 현황을 보자. 개인정보 침해라는 논란 속에도 눈앞에 보이는 성과 때문에 활용되던 디지털 광고회사의 리타기팅 광고는 데이터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자 활용 범위가 제한되어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많은 마케터들의 관심을 모았던 소셜미디어의 데이터는 그 안에 가득찬 허세와 가식 탓에 신뢰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하고 신속한 빅데이터 모델을 만들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 나타났다. 바로 리스닝 마인드(Listening Mind)의 허블(Hubble)이다. 이 솔루션은 구글과 네이버의 5천5백만 국민의 검색 데이터를 역추출하여 1억3천만개 이상의 키워드가 의미하는 소비자의 내밀한 욕구, 궁금한 토픽, 가려운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밝혀낸다. 우주에 숨겨진 별과 은하를 속속들이 보여즌 천체 망원경처럼 관심가는 키워드를 창에 입력하는 순간 그와 연결된 소비자의 속마음(Intent)이 순식간에 나타난다. 한밤중에 책상에 앉아 검색할 때 무의식중에 드러내는 마음의 경로와 강도가 마치 나사의 통제센터에서 보여주는 그래픽으로 처리되서 욕구의 단계별로 , 크기별로 보여준다.

소비자의 진짜 속마음이란 무얼말하는걸까? 못생긴 남자 친구를 인스타에 올리는 여성은 없다. 하지만 머리숱 없는 남친, 대머리 남자 친구라는 단어로 검색한다면 남자친구의 외모에 불만이 있다는 뜻이 된다. 하이모나 스벤슨과 같은 브랜드가 기회를 얻는 데이터다. 이런 분석과 해석의 결과를 담은 리포트는 클라이언트가 보유한 홈페이지나 블로그등의 채널에 올려질 콘텐츠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된다. 이 시스템은 공개된지 수개월만에 이노션, 펜타클, 비에이티(BAT)와 같은 광고 전문 기업들과 YG엔터테인먼트와 KB국민은행, 매일유업, 뱅크샐러드와 같은 대기업에 뿌려졌다. 이들의 믿음은 확고하고 담대하다. 소비자의 진심(Intent)을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돈을 쏟아붓는 살포식 마케팅은 그만두고 고객의 진심에 기반한 진실 마케팅을 열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소비자의 속마음(Intent)으로 걸어가는 여정의 셸파가 되려한다. 데이터가 인간의 감수성을 대체하고 있다. 리얼 타임, 리얼 데이터, 리얼 콘텐츠의 마케팅을 준비해라.

클러스터 파인더 (출처 어센트코리아)
클러스터 파인더 (출처 어센트코리아)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동서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객원교수, 리스닝 마인드 마케팅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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