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36살 피자헛이 MZ를 만나는 방법", 피자헛 신규 브랜딩 캠페인

[케이스 스터디] "36살 피자헛이 MZ를 만나는 방법", 피자헛 신규 브랜딩 캠페인

  • 김대영
  • 승인 2021.1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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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피자헛 광고를 대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브랜드가 가진 올드한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실 올드함보다도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기업은 자사의 제품이 고객들에게 구매 고려 대상으로 남기 위해, 인식에서 잊히지 않기 위해 다양한 매체에 돈을 쓴다. 하지만 TV 광고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고, 디지털 상에는 이미 넘쳐나는 광고들로 인해 소비자의 이목 끌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피자헛은 MZ세대인 젊은 층 소비자와 연결되길 원했다. 그리고 브랜드 이름이 오르내리길 바랐다. 하지만 우리는 광고주의 기대와는 달리 ‘MZ’라는 가이드부터 벗어던지기로 했다. 기업이 MZ 타깃의 광고를 만들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무조건 인구통계학으로만 접근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몇 년생부터 몇 년생까지 나이 대를 나눠 그들 나이에서 먹힐 광고를 만들려 한다. 우리는 틀을 벗어나 최근에 소비자 사이에서 회자됐던 광고들의 특징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똑똑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법

‘모든 소비자는 바보다’라는 마케팅 정의가 통하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오히려 소비자들은 더 똑똑해지고 현명해졌다. 따라서 마케팅 역시 똑똑해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한다. 

지금 시대의 소비자들은 PC나 스마트폰 하나면 누구나 쉽게 정보를 찾는 것이 가능해졌다. 바꿔 말하면 찾는 정보의 양 또한 그만큼 늘었다는 이야기다. 소비자들은 몇 번의 검색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고, 본인에게 유용한지 취사선택할 수 있을 만큼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 TV 광고의 일방적 메시지가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다. 따라서 소비자들을 기만하거나 가르치려 한다면 되레 역풍 맞기 쉬운 것이 요즘 마케팅의 현실이다. 

피자헛 둘리 피자박스 패키지
피자헛 둘리 피자박스 패키지

 

의외성과 노스탤지어의 결합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광고의 정형성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현실에 없는 가상의 조미김 회사에 신뢰하는 모습을 보이고, 빅모델이 출연하는 10분 이상의 영상을 바이럴 하거나, 회사를 셀프 디스하는 CEO 모습에 관심을 보인다. 생각지 못한 ‘의외성’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보기 좋게 포장하고 자랑에만 힘쓰던 기존 광고의 정형성을 탈피하니 소비자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모아졌다. 피자헛이 가진 이미지를 떠올리면 ‘정통적인’ 또는 ‘클래식한’ 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바꿔 말하면 ‘재미없는’, ‘오래된’ 브랜드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피자헛이 소비자들에게 ‘잊힌’ 브랜드가 아닌 ‘잠시 잊고 있었던’ 브랜드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브랜드가 가진 올드함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전략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택하기로 했다. 여기에 젊은 세대를 포용하기 위해 뉴트로 트렌드를 입히기로 했다. 오랜 시간 뉴트로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결정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다른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뉴트로를 넘어서는 전략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우리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의외성에 노스텔지어를 더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밀레니얼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Z세대까지 열광하는 소재를 찾아야 했다. 그렇게 찾은 결과가 지금의 브랜드 모델인 캐릭터 ‘둘리’와 ‘피자혁(피식대학 혁이형)’이다. 

‘둘리’는 오랜 시간 아이들의 동심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기억돼왔다. 적어도 밀레니얼 이전에는 말이다. 그런 둘리를 Z세대들은 악역으로 재해석해 밈을 만들고, 친구들까지 거둔 고길동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정반대의 스토리를 써내며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 밈으로 다시 태어난(?) 둘리와 고길동 캐릭터를 밈 콘텐츠 안에 두지 않고, 피자헛 브랜드 모델로 기용한다면 “추억의 둘리가 광고 모델까지?”라는 의외성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노스탤지어 장치로는 둘리 만화 속 주제가인 ‘비눗방울 송’을 선택했다. 음악은 시대를 대변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자헛 광고가 이슈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 비눗방울 송이다. 추억의 노래가 광고에 다시 등장하니, 소비자들은 반가움을 넘어 옛 추억까지 회상하게 됐다.

둘리, 피자헛 모델 데뷔 기념 전광판 광고

또 다른 브랜드 모델 ‘피자혁’ 역시 캐릭터에 의외성과 노스탤지어를 스토리텔링하여 입혔다. 정재혁은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05학번 이즈백’에서 열연 중인 캐릭터로, 2005년도 가상 세계에 있는 톱모델 캐릭터다. 해당 콘텐츠는 동시대를 살지 않은 세대에게도 2000년대 감수성을 그대로 전달해 재미를 주고 있었다. 우리는 가상의 캐릭터 혁이형을 실제 세상인 피자헛 광고로 소환하고, 극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음악과 춤은 국가가 허락한 ×약’ 같은 싸이월드 감성을 더했다.

 

가지고 놀며 자랑도 할 수 있는 ‘굿즈’ 전략 

피자는 먹어서 소비되는 제품이기에 지속적인 바이럴이 힘들다. 우리는 피자헛이 하나의 놀이처럼 SNS에서 꾸준히 언급되게 하고 싶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주는 재미와 경험을 통해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드 경험과 함께 소비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굿즈’를 제작하기로 했다.

처음 기획안 둘리 스티커는 1차 한정으로 발매를 계획했지만, 매장들의 줄 이은 요청에 의해 3차까지 제작됐다. 두 번째로 기획한 혁이형 굿즈 3종 역시 출시와 함께 빠른 속도로 소진됐다. 특히 혁이형 뱃살 모양의 마우스패드와 쿠션은 굿즈 인증이 줄 이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먹고 버리는 피자박스에도 캐릭터 디자인을 입혀 소비자들에게 한 번 더 흥미를 느끼도록 했다. 

오래된 만화 캐릭터가 TV 광고에 등장하고 유튜브 세계관 속 인물이 광고모델이 되는 경험은 아마도 MZ세대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바이럴을 위해 기획한 굿즈는 출시 직후 바로 매진되고, 다시 구할 수 없냐는 문의가 쇄도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가상의 세계를 선망하는 소비자들의 열정을 현실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피자헛 공식 굿즈

 

매출 성과로 이어진 캠페인 결과

피자헛 브랜드를 맡으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사실 브랜딩이 아니었다. 브랜드 인지도는 100%에 가까웠다. 우리가 목표했던 것은 첫 번째로 구매 우선순위에 다시 들어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소비자들이 피자 구매 시점에 피자헛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세일즈를 증대시키는 것이었다. 단순히 인지나 흥미를 끌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캠페인이 소비자의 주문을 이끄는 트리거가 되어야 했다. 광고가 재미를 뛰어넘어 매출까지 이어지도록 말이다. 

우리는 중독성 있는 노래와 피자를 더욱 맛있게 보일 수 있도록 씨즐로 어필하고, 두터운 팬덤 층이 구매 행동을 취하도록 모델 선정과 굿즈 제작에 공을 들였다. 특히 TV 광고를 DA(디스플레이 광고)와 동시에 진행하면서 퍼포먼스 확대에 나섰는데 실제 구매 전환을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

소비자의 관심은 실제 매출로도 이어졌다. ‘피자혁’ 캠페인의 경우 올해 피자헛이 진행한 캠페인들 중에 가장 높은 구매 전환율을 기록했다. 목표였던 MZ세대와의 연결에도 성공했다. 캠페인 기간 중 피자 구매자 가운데 MZ세대인 18~24세, 25~34세 연령층에서 구매 전환율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초 기획 단계에서 MZ에게 잊힌 피자헛 브랜드를 살리겠다는 의도와 해당 연령층의 소비자들이 구매에 직접 나설 수 있도록 퍼포먼스 마케팅을 연계한 결과였다. 

피자헛 디스플레이 광고 배너

 

크리에이티브와 퍼포먼스의 관계

“크리에이티브가 좋으면 퍼포먼스가 안 따라오고, 퍼포먼스가 괜찮으면 크리에이티브가 아쉽다.” 많은 회사들로부터 이런 고민들을 듣는다. 대행사들이 크리에이티브가 주가 되는 영상 캠페인과 퍼포먼스를 별개의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펜타클은 캠페인 콘셉트 소재를 퍼포먼스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함으로써, 크리에이티브와 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자헛은 젊은 세대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계속해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이런 시도들이 계속된다면, 분명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동시에 젊은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 확신한다.

 


김대영 펜타클(메가존 광고사업부) 상무·ECD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총연합회 발간 <ADZ>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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