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대우의 해외 홍보 : 김우중 회장이 남긴 소중한 유산 하나 (2)

[신인섭 칼럼] 대우의 해외 홍보 : 김우중 회장이 남긴 소중한 유산 하나 (2)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2.04.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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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1983년부터 시작한 대우 그룹의 미국 시장 대상 홍보/광고는 1990년대가 되자 일단 성숙기로 접어들었다. 연간 20만 달러가 소요되는 힐&놀턴(H&K) 파견 서울 주재 대표는 이제 필요없게 되었다.19‘83년부터 7년간 계속된 대우 홍보부 직원의 H&K 연수도 일단 끝났다. 대우의 대외 홍보가 성숙기에 접어든 것으로 1983~1990년의 7년간 대우가 H&K에 지불(투자)한 $369만, 그리고 이 7년 기간에 29명의 미국 현지 연수를 위해 투입된 돈도 열매를 맺은 것이다. 그렇다고 H&K와 유대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대우 창립 26주년이 되는 1993년 대우는 “세계경영”을 제창한다. 1990년까지 대우의 경영은 대우 제품 판매를 위한 새로운 시장 개척과 시장 다변화였다. 이제 대우는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한 해외 생산기지 건설과 현지화로 나가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차원이 다를 만큼 변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뒤이은 소련 공산주의 해체는 새로운 세계 즉 이전 사회주의권 국가가 시장으로 떠올랐다. 그 결과 1994~1997년 4년 기간에 대우는 루마니아, 체코,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에서 공장 건설 또는 자동차 공장 인수가 이어졌다. 새로운 시장의 출현은 새로운 홍보 대책을 요구하게 되어 대우는 새 시장에 대한 홍보 교육에 집중했다. 아울러 동유럽 시장에 정통한 영국인 전문가를 상주시키게 되었다. 모르면 배워서 더 나은 제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대우의 경영 지침이 작동했다. 물론 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H&K와의 유대가 도움이 되었다.

80년대 초의 홍보와 광고 캠페인이 대우와 그 CEO 김우중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90년대 이후 홍보 캠페인은 세계경영을 하는 기업인 대우를 알리는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다.

세계경영의 주체로 떠오르게 된 대우의 비전은 사실상 1989년에 출판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 나와 있는 대우의 생각이었다. 이 책은 20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로 퍼져나갔다. 1992년 미국 윌리엄 모로우 출판사가 번역한 이 책 제목은 “Every Street is Paved with Gold"였다. 해석할 나름이겠지만 퍽 의미 있는 제목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책 표지 및 해외 언어 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책 표지 및 해외 언어 판

1998년에 시작된 한국의 외환 위기와 몇 가지 원인으로 대우는 세계경영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1999년에 해산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며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딴 것은 몰라도 대우가 자유 민주주의 나라와 자유경제 상징의 하나인 국제 홍보와 광고의 의미 깊은 유산을 남기고 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40년 전 앞선 나라의 PR과 한국의 상황을 겪거나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주옥같은 유산이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방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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