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대우의 해외 홍보 : 김우중 회장이 남긴 소중한 유산 하나 (1)

[신인섭 칼럼] 대우의 해외 홍보 : 김우중 회장이 남긴 소중한 유산 하나 (1)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2.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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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대우그룹이 해체된 것은 1999년, 20세기 마지막 해였다. 전해 들은 바로는 ‘80년대 초에 김우중 회장이 미국 월가에 들렸다 한다. 애널리스트에게 자신이 한국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이라고 했더니, 이 사람이 “Daewoo, Who?"라고 했단다. 달리 말하자면 대우란 말 처음 들어 본다는 것이다.

이 말이 1980년대 중반에 대우가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두 번째 홍보/광고 캠페인의 소재가 되었단다. 1982년에서 1999년까지 17년 동안 대우그룹이, 처음에는 미국 시장 대상, 80년대 후반부터는 세계경영의 일환으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전개했던 홍보/광고 캠페인 기록의 일부가 햇빛을 보았다. 기록한 사람은 이 17년 동안 대우 해외 홍보를 담당했던 이승봉, 대우가 해체될 때 대우 커뮤니케이션 해외 담당 이사였다. 그는 2008년에서 8년 동안 한국 최대의 PR 회사 프레인 CEO였다.

자칫하면 사라졌을 소중한 기록을 정리해, 그는 <대우의 해외 홍보>라는 책으로 발행했다. 소중하다는 말은 1980년대 초에 한국의 대기업이 해외에서 이러한 홍보/광고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1977년 박정희 정권 시절 한국은 수출 100억 달러를 초과했고, 국민 1인당 소득이 1,000달러를 넘어섰다. 세계가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던 한국의 기적이 열매를 보인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폐허가 된 독일에 일어난 “라인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호칭이었다.

대우의 해외 시장 대상 홍보/광고 캠페인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83년 여름 미국의 3대 비즈니스 잡지 BusinessWeek, Fortune, Forbes 그리고 경제지 Wall Street Journal 이었다. 한국이 만든 제품을 사는 미국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였다.

자본가의 대변자로 자처하는 포브스(Forbes) 지에 게재된 광고는 그야말로 대담했다. 아마도 미국의 이름 있는 비즈니스 잡지에도 극히 드물었을 6페이지 광고가 6페이지 기사와 가지런히 12페이지에 걸쳐 잇달아 실린 것이다. 광고 내용, 형식, 매체 사용, 기사 내용과 융화 등 모든 면에서 놀라운 창의성을 발휘한 광고였다.

포브스 1983년 8월 3일 호 70페이지에서 81페이지에 걸쳐 왼쪽에는 기사, 오른쪽에는 대우 광고로 12페이지에 계속된 기사와 대우의 광고는 놓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우선 이 광고가 실린 부분은 "The Up & Comers"였다. 떠오르는 기업과 사람이라고나 할까. 첫 광고에는 웃음을 먹음은 김우중 회장의 사진이 둘, 황색 인종, 인사말은 영어와 한글. 아마도 이 잡지에 처음이었을 한글과 영문 그리고 회장의 서명 역시 한, 영 두 말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우리말로 쓴 인사말 그리고 미국 영어 독자를 염두에 두고 옮겨 쓴 영어를 보면 세부까지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 나타난다. 영문 인사말의 시작은 “대우에게 언어는 장애가 된 일이 없습니다”로 시작했다. 가장 힘을 둔 것은 사람을 아끼고 키운다는 것이 대우 성공의 비결이라 했다.

다음에 이어진 네 가지 사진에서는 대우가 하는 사업 분야를 알차고 다양하게 제시했다. 여섯 번째 사진은 미국 명문대학 모교의 셔츠를 입은 웃음 띤 세 박사, 대우의 경영진이 있다.

광고 맨 밑에는 슬로건이 있다. 굳이 번역할 필요가 없다. "DAEWOO. BECAUSE GOOD PEOPLE MAKE GOOD PARTNERS."

물론 미국 대우의 대표 전화가 작은 글자로 나와 있다.

놀라운 일은 아직 미국 나아가서는 세계의 광고와 PR을 이끄는 한때 미국 최대의 광고회사로 “University of Advertising” 이란 호칭을 가진 J. 월터 톰슨(J. Walter Thompson)과 역시 미국 최대의 PR 회사로서 톰슨 자매회사인 힐&놀턴(Hill & Knowlton)을 광고/홍보회사로 위촉한 사실이다. 모르면 배우고, 없으면 사다가 연구해 더 잘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대우의 실용주의 경영철학의 발현(發現)이었다. 영어를 아는 한국인이 쓰는 영어 광고와 원어민 미국 카피라이터와 디자이너가 만든 광고의 차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 Think Global Act Local을 실천한 광고였다.

이 광고는 앞에서 언급한 세 비즈니스 잡지에 게재되었는데, BusinessWeek에 게재된 1983년 8월 15일과 같은 해 10월 10일 광고에 대한 Starch Readership 조사에서 주목률과 연상률 조사를 보면 놀라운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주목률이란 어떤 광고를 보았다는 것이고, 연상률이란 그 광고의 광고주나 제품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독자 비율은 그 광고를 본 독자의 비율이다. 당연한 결과지만, 주목률은 연상률보다 높다. 이 6페이지 광고의 목적은 대우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에 있었다. 따라서 연상률이 중요했다. 리더십 지표란 평균 주목률과 연상률에 대비한 이 광고 지표이다. 즉 숫자가 높을수록 결과가 좋다는 것이다. 두 광고 모두 해당 호에 실린 광고 가운데서 주목률이 1위였다. 8월 15일 호에는 45개 광고가 있었고 10월 10일 호에는 63개 광고가 있었는데, 두 호 모두 대우의 광고가 1위였다. 독자 주목률의 평균과 이 광고의 리더십 지표를 보면 8월 15일 호는 주목률의 경우 232, 연상률은 221이다. 10월 10일 호의 경우 연상률 리더십 지표는 188이다. 즉 평균 100을 훨씬 넘고 있다.

물론 스타치 리더십 조사는 돈이 든다. BusinessWeek 지는 줄곧 이 조사를 해서 광고주에게 제공하고 있다. 어떤 호의 결과 하나만을 놓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으나 일정 기간을 기준하고 보면 게재된 광고가 얼마나 많은 독자가 주목 또는 연상하는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광고 표현 전략을 새우는 기초자료가 된다. (정독 Read Most 조사 결과도 있으나 지면 제한으로 생략했다.)

간단히 말해 대우의 6페이지 광고는 크게 성공했다는 결론이 된다.

광고는 예술이며, 과학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방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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