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호는 대중에게 삶의 영감과 진정한 행복을 주는 갤러리가 되겠습니다" 박수진 이호 갤러리 대표

[인터뷰] "이호는 대중에게 삶의 영감과 진정한 행복을 주는 갤러리가 되겠습니다" 박수진 이호 갤러리 대표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2.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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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경리단길을 따라 올라가다 이면 도로에 아담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의 건물이 있다. 얼마 전 개관한 "이호 갤러리". 일반적으로 갤러리의 커뮤니케이션은 수평적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이호 갤러리는 전시와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을 수직적으로 펼쳤다.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의 각 층 마다 콘셉트를 달리하며, 작품을 군더더기 없이 세련되게 전시하고 있다. 

이렇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작품에 더 집중하게 한 전시를 기획한 사람이 박수진 대표다. 박수진 대표는 2005년부터 우리나라 대표 호텔, 기업, 백화점, 관공서 등과 활발하게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해왔으며, 더 많은 아티스트들과 대중과의 접점을 마련하고자 이번에 갤러리를 개관했다. 개관 기념으로 우리나라 대표 현대 조각가 신한철 작가와 최혜광 작가의 작품을 9월 30일까지 전시한다.

디자이너의 세련된 감성과 작품에 대한 높은 안목으로 멋진 공간을 창조한 박수진 대표와 작품과 갤러리, 특히 공공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05년, 이호디자인 회사를 설립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국내 대기업 브랜드인 백화점은 물론 기타 많은 브랜드와 기업들, 그리고 공기관들과 함께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기업의 특징이나 성격도 다르고, 그에 따른 마케팅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공간기획, 디자인, 브랜딩부터 아티스트들의 작품 설치 작업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면서 일해 왔습니다.

“이호”라는 이름은 공초 오상순(대한민국 시인이자 수필가로 활동하셨던 작가 : 1894년 8월 9일 ~ 1963년 6월 3일) 선생이 만들어 주셨던 아버지의 호입니다. 그 의미는 작가는 늘 두가지의 항아리를 가슴에 품어야 한다는 뜻으로 하나는 많은 것, 현재에 적용시키면 콘텐츠, 문화, 지식. 삶 등을 담는 항아리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 많은 것을 담은 항아리를 세상에 쏟아 내는 항아리를 말합니다. 그래야 세상이 의미로워진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제가 회사 이름에 대해 고민할 때, 바로 아버지의 호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아버지의 호이기도 하지만 이호가 가진 의미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둥근 (달)항아리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많은 것을 담아내는 우주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사람은 혼자서 일하는 게 아니잖아요. 하나가 다른 하나를 만나 더 큰 우리가 되고 더 큰 가치를 만들고, 일할 때도 혼자는 힘듭니다. 저와 직원들이 힘을 합해야 하고, 저도 클라이언트와 소통을 잘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회사명은 잘 만든 거 같아요. 하나의 항아리에는 아이디어, 콘텐츠를 더 많이 담고, 다른 항아리에서 그것을 쏟아내며 더욱 큰 가치를 만든다는 게 저의 신념이자 디자인의 목표입니다. 제 소개를 하려고 이야기를 시작한 건데 어쩌다 보니 회사 소개를 하게 되었네요. 그런데 2005년 이후로는 제가 바로 회사나 마찬가지였어요. 가족과 보내는 시간 외에는 회사에만 매달려서 살았거든요. 단순히 브랜드 디자인에만 한계를 두지 않고, 공간 디자인, 아트작품 설치와 같은 묵직한 프로젝트를 선택해서 작업했던 것들이 저를 더 성장하게 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호”라는 디자인 회사를 경영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회사를 오래 경영하셨는데 갤러리를 오픈하게 된 이유는?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공간 디자인, 아트작품 설치에 대한 클라이언트 요청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주로 대기업의 백화점에 홍보 담당자 분의 요청으로 작가들과 다양한 공간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프로젝트를 계기로 백화점 프로젝트 외에도 다른 쪽에서 아트 설치 프로젝트 작업도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관심이 가게 되었고, 저도 작품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한 두개 작품부터 콜렉션을 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결정적으로 갤러리를 오픈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고객분들 때문입니다. 즉 고객과의 더 많은 접점을 만들고, 혹은 더 가까운 공간에서 만남의 횟수를 늘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인 회사의 이름으로 고객들을 만나다 보면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갤러리를 오픈하게 되면 더 많은 고객들과 더 친밀하게 만나는 기회들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최근 팬데믹을 맞아서 비즈니스가 좀 힘들었지만, 오히려 더욱 과감하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의미로 갤러리 오픈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도 지역이 다양한데, 왜 이태원을 선택했나요?

무엇보다도 이태원의 다양한 문화와 다국적의 라이프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태원은 다양한 인종과 여러 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죠. 이태원의 거리를 걷다 보면 글로벌, 혹은 코스모폴리탄이 된 느낌이 듭니다. 그저 힙하다, 핫 플레이스다, 이런 표현과 다른 거 같아요. 이태원은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곳입니다. 자유로운 이태원의 이미지도 있고, 언덕길이 많은 경리단 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작은 골목골목 안 쪽으로 레트로한 감성의 한국의 옛날 가옥들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묘하게 서양과 동양이 공존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이태원의 다양한 다국적 문화와 여러 세대의 어울림, 자유로우면서도 한국의 오래된 전통성이 살아 숨쉬는 이태원은 우리 갤러리가 앞으로 추구하는 작품세계의 가치, 방향성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이호 갤러리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실 건가요

거창한 계획보다는 한 가지 중요한 방향성을 잡고 시작했습니다. 이호 갤러리는 큰 박물관이나 단순한 전시장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많은 대중들과 호흡하는 편안한 갤러리가 되고자 합니다.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이태원을 선택했다는 것도 누구나 모든 국적을 가리지 않고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다양한 시선으로, 어떤 편견에 치우치지 않는 여러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공공미술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는?

사실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버지는 평양미술대학을 졸업한 우리 나라 현대 조각가의 1세대로 활동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오랜 활동 기간동안 우리나라에 크고 작은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많이 남기셨는데, 제가 실제로 전공이 비슷했기 때문에 아버지 작품에 참여한 적도 있었습니다. 울산탑의 재건립 작업, 면암 최익현의 동상 등이 아버지의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작업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너무 힘든 일을 선택하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아버지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림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왜 몸도 힘들고 작업도 어려운 조각가의 길을 선택하셨냐고 물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을 해 주셨습니다. “그림은 아무리 잘 그려도 그저 부잣집의 안방에 놓여질 뿐이다. 하지만 조각 작품은 누구나 볼 수 있는 넓은 장소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그 곳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고, 누구에게나 꿈을 품게 해주는 조형 작품은 모두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라고 마음에 가지셨던 생각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큰 깨달음이 왔었어요. 아버지는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큰 분이시구나, 하고 느끼면서 동시에 제 마음도 한 가지 꿈의 방향을 갖게 되었죠. 그것이 바로 공공미술이었고 조각이었습니다.

즉, 조각 작품이나 공공 미술을 통해 다른 예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대중에게 삶의 영감과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아버지 말씀이 저의 가슴에 크게 아로새겨졌던 것 같습니다.

오프닝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요. 전시하고 있는 작가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한국의 대표적인 조각가 분들로, 저와는 프로젝트 진행을 했던 분들입니다. 이번 전시는 바로 신한철 작가와 최혜광 작가의 작품들이 나옵니다.

신한철 작가는 구(球)를 주제로 한 끊임없는 실험 정신을 담아낸 작품들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입니다. 신한철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구(球)가 환원적이며 어떤 동요도 없는 안정적인 제시물로 보일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동시에 그것이 다시 생성되고 확산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심없이 받아들입니다. 즉 기하학적인 형태를 통해 어떤 철학적인 개념을 담고 있지요. 수많은 요소와 개념들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잘 융화되고 있기 때문에 신 한철 작가의 구 작품들은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어려운 개념이지만 작품을 보는 순간, 빈 공간을 채우는 작품의 힘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최혜광 작가의 작품들은 조금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담은 ‘척’시리즈 등 초기작부터 최근 작품까지 약 20점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최혜광 작가는 작품들 속에서 현대인의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표정들 속에서 그 순간의 느낌을 잡아냈습니다. 최혜광 작가는 양인 척, 사람인 척, 예쁜 척, 등으로 다양한 "척" 시리즈로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특히 양이라는 동물의 모습을 통해 남여노소 누구에게나 친근감이 느껴지는 시리즈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전시될 주요 작품들에 대한 소개는 사진으로 대신하겠습니다. 현장에 오셔서 작품을 직접 만나 보셨으면 합니다.

 

신한철 작가 작품

 

최혜광 작가 작품

 

이호 갤러리

  •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25-1 / 02-3482-2117
  • 10:00 ~18:00 (월 - 금), 토요일, 일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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