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주 4일 근무 시대가 왔나?

[신인섭 칼럼] 주 4일 근무 시대가 왔나?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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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심심치 않게 주 4일 시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리보다 더 잘 사는 나라들의 이야기이지만.

한 가지 틀림없는 것은 주 4일(4/7) 근무제가 환경에는 좋다는 설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4 Day Week Global"의 회장 조 오코너(Joe O'Conner)의 말에 의하면 이 4/7 근무는 세 가지 이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세 가지란 경제, 사회 그리고 환경이다. 1970년부터 2007년 기간의 20여 개 국가 연구 자료에 의하면 일하는 시간을 10% 줄이면 환경, 탄소, 이산화 탄소 배출에 미치는 발자국(영향)이 각각 12.1%, 14.6%, 4.2%나 감소한다는 것이다. 근무, 소비,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보스턴 대학 경제학지이며 사회학자인 줄리엣 쇼(Juliet Schor)에 의하면 ”오랜 기간의 데이터와 여러 자료를 통해서 알게 된 한 가지는 근무 시간이 적은 나라일수록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으며 근무 시간과 배출이 상호 관련되어 있다“라는 것이다. '경제 및 정책 연구 센터'의 공동 책임자 마크 웨이스브롯(Mark Weisbrot)은 근무 시간 감소는 사람들의 근무 시간 외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저소비 생활 습관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바에 따르면 이러한 이득은 일하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소비하는가를 포함한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잊어서 안 될 것은 기후 변화와 싸우는 데 있어서 근무 시간 감소는 여러 가지 전략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다. 오코너의 말로는 4/7 근무가 만병통치라고 생각하면 잘못이지만, 그것이 강력한 무기인 것은 틀림없다고 한다.

온실가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교통인데, 특히 출퇴근이 큰 요인이다. 환경보호처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미국에서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7%는 교통 부문에서 생겼다. 출퇴근과 여행 감소의 잠재적인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초기 수개월 사이였다. 재택 지시가 확산하자 운전이나 여행 및 산업 생산은 놀란 만큼 감소했다. 가스 배출이 급감하자 온 세계 도시 공기의 질은 눈에 뜨이게 향상되었다. 팬데믹 덕분에 재택 및 하이브리드 모델은 주 5일 근무에 변화가 없더라도 출퇴근 교통은 이미 줄어들게 되었을 것이다. 4/7 근무가 공식화되면 산업에 더욱 좋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영국에서 2021년 2,000명의 사원과 500명의 비즈니스 관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만일 모든 조직이 4/7 근무를 채택한다면 1주당 6억 9,100만 마일의 여행이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증가한 휴식 시간에 자동차나 항공기로 여행한다면, 줄어든 출퇴근 여행이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없어질 것이다.

두 가지 이론이 있다. 경제/사회학자인 쇼에 의하면 일하는 시간이 많아 자유시간이 적은 사람일수록 더 빠른 교통수단을 찾거나 기성 식품을 사는 따위 탄소 지향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편의(便宜)란 흔히 탄소 지향이기 쉬우며 시간에 쫓길수록 편의를 찾게 된다는 이론이다. 한편, 어떤 조사를 보면 일하는 시간이 적어지면 전통적으로 저탄소 활동인 가족과 휴식이나 취침 따위를 더 하게 된다는 것이다.

“4/7 근무와 환경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대개 (눈에 뜨이는) 유형(有形)의 것을 듭니다만 가장 큰 소득은 무형의 것이 아닐까 합니다“라는 것이 <4일 근무 글로벌(4 Day Week Global)>의 오코너의 말이다. 핵심은 얼마나 고된 일이냐보다 얼마나 스마트하게 일하느냐이며 어떻게 일하고 그 결과 어떻게 사느냐 하는 문화적인 변화, 이것이 진정 혁명적인 것이다. 오코나와 그 밖의 전문가들의 견해는 근무 시간 감소의 문제를 별도의 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경제, 사회학자인 보스턴 대학의 쇼가 한 말이 흥미롭다. “여전히 화석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면 며칠을 일하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주 5일 제도가 생긴 것은 햇수로 20년 전인 2003년 국회에서 주5일 근무, 즉, 주 44시간에서 40시간 근무로 바뀌는 법이 통과된 뒤였다. 일제강점기 말기에는 “월, 월, 화, 수, 목, 금, 금”이란 말과 노래까지 있었다. 1970년 내가 호남정유(GS 칼텍스)에 있을 때 노동법에 따라 한 달에 하루씩, 1년이면 12일을 쉴 수 있었다. 그런데 휴가 없이 더 일해서 돈 더 벌겠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하기야 지금도 내가 사는 근처의 문방구점 사장은 토요일에 일한다.

손님이 여전히 찾아오니까. 물론 돈도 더 벌겠지만. (사원은 토요일 쉰다) 땅이 좁은 한국인지라 출근길과 기름값은 미국처럼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요일에 신문이 쉰다. 서양에서는 일요판 신문이 평일보다 더 많이 팔린다. 기독교가 지배적인 서양에는 “안식일(安息日)”이란 말이 있다. 안식일이란 편히 쉬는 날이라기보다 쉬어야 하는 날이다. 그것이 서양의 문화이다. 가톨릭을 포함하면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도입된 지는 거의 2세기 가깝다.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기는 하나 그것도 하루 행사이다. 오히려 설날과 추석은 3일 휴일이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서양의 전통이나 문화는 생소하다.

그렇게 보면 환경과 주 4일 근무도 역시 문화라는 견지에서 보아야 한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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