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리에이티브부터 기업문화까지, 모든 영역에서 이노베이션을 추진합니다

[인터뷰] 크리에이티브부터 기업문화까지, 모든 영역에서 이노베이션을 추진합니다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0.04.14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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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레드 박현우 대표

얼마 전에 발표된 뉴욕페스티벌에서도 쇼트리스트에 8편의 작품이 선정되는 등 국내외 광고제 단골 손님인 회사가 있다. 바로 '이노레드'. 이노레드는 테크놀로지와 크리에이티브가 결합된, 그야말로 '크리에이티브'한 브랜드 경험 캠페인으로 많은 성공을 거두고 있고, 많은 상을 수상하고 있다.

테크놀로지와 크리에이티브의 결합, 그리고 브랜드 경험은 많은 대행사들의 과제. 과연 이노레드는 어떻게 이런 과제를 해결했는지,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변화의 끈을 놓지 않고 경쟁력을 갖춰 왔는지에 대해 박현우 대표로부터 들어보자.

 

이노레드는 작지만, 강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이노레드만의 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단어, 또는 한 문장으로 이노레드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회사를 외형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회와 타이밍들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유사한 유혹들이 있고요. 하지만 우리는 외형을 키우기 보다는 탁월한 크리에이티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에게 가장 좋은 조직의 사이즈와 성장의 속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구성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니, 거창해지지만…

이노레드는 ‘커뮤니케이션 영역에 모든 이노베이션 기회를 파고드는 실행 중심의 회사’ 입니다.

이노레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야근 없는 회사입니다. 광고회사가 야근이 없다니? 사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인데요. 어떻게 해서 야근이 없을 수 있을까요?

사실 한국사회에서 아직도 이 주제가 뉴스거리가 된다는 게 슬퍼요. 반면 이제는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어 반강제적으로도 업계 전반에 자리를 잡게 될 거라는 기대도 되고요.

이노레드가 야근을 줄이려는 노력을 시작한 건 10년 전 일입니다. 그런데 6년 전쯤 어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잠깐 언급했던 내용이 기사 제목으로 실리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어요. 하지만 정작 이노레드 구성원들에게 이 주제는 그 때나 지금이나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에요. 우리는 일찍 퇴근해 각자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이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야근을 하는 게 이제는 더 낯선 상황이 되었어요.

가장 궁금하실 게 ‘퇴근시간을 어떻게 줄였나’ 이실텐데.. 야근을 줄이기 위해 기도만 드리고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개개인별, 팀별, 본부별 데이터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다면적으로 분석하면서 개선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해 보면서 상황에 맞는 가장 좋은 방법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했어요. 그 결과 10년 내내 꾸준히 퇴근시간이 빨라지고 있고, 실제로 작년 전 직원 평균 오버타임은 하루 평균 45분으로 확인됐어요.

우리가 야근을 줄여보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생산성’과 ‘크리에이티브의 품질’ 때문이었어요.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몇일씩 밤을 새우거나 늦게까지 일하고, 마침내 승리의 짜릿한 희열을 느끼는 광고인의 삶은 일면에서는 멋져 보이고 성과를 위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게 일하면 오래 가기 힘들어요. 궁극적으로 성과를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좋은 실력을 가진 광고인들이 번아웃 돼서 업계를 떠나는 장면은 우리에게 슬픈 다반사잖아요. 단거리 달리기와 마라톤으로 비유하는 게 적절할 것 같아요. 누군가가 이 일을 직업으로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당연히 마라토너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길게 보면서 대충 일하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치열한 광고계에서 아마도 대충 일한다면, 살아 남지도 못할 거에요. 마라토너들이 걷는 게 아니잖아요. 목적지를 바라보면서 사실은 가장 빠른 속도로 뛰고 있는 겁니다. 구성원 모두가 일과 시간 내에 최상의 상태로 몰입하고, 각자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저는 이노레드가 퇴근 시간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기 보다는 오히려 ‘압축과 집중의 방법’을 찾았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한 묘사 같아요. 클라이언트도 이런 저희 노력에 대해 응원을 보내주셨고요. 이노레드는 지난 10년 동안 감사하게도 비즈니스 성과나 클라이언트와의 신뢰 관계가 점점 더 좋아졌어요. 국내외 어워드 수상실적도 꾸준하고요.

요즘 코로나19로 하루 1시간 단축근무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업무 몰입도가 상당히 높아지고, 우리가 뭘 줄여야 될지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불필요한 회의를 없애거나, 1시간 단위 미팅을 30분 단위로 줄여 본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아직은 희망사항이지만, 어쩌면 앞으로도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능하겠다는 상상도 해봅니다. 구성원들과 계속 이야기 나누며 만들어가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어요.

광고인들도 자신의 일상을 소중하게 또박또박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데스크 리서치만이 아닌 진짜 삶에서 나오는 ‘라이프 리서치’가 필요합니다.

라이프 리서치라는 말씀이 와 닿네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노레드의 직원들 표정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야근을 예를 들었지만, 아마도 기업문화가 남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노레드 만의 기업문화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문화라는 것이 어떤 기발한 복지제도로 대변되는 것을 우려해요. 문화는 그 조직의 공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동료를 대하는 말투나 행동거지’, ‘일하는 방식’, ‘의사결정 하는 기준’ 이런 것들처럼 일상적인 회사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문화라고 생각해요. 구성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 회사 안에서 나는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나의 의견은 얼마나 존중 받고 있는지’,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기쁨을 느끼는지’와 같은 것들이 복지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죠. 이노레드의 많은 문화적 구성요소들은 이 지점을 관찰하면서 나온 것이고 오랫동안 실행되면서 다듬어져 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복지제도 = 기업문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더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셨군요. 광고계는 변화가 매우 빠른 곳입니다. 특히 요즘 애드테크를 비롯한 다양한 IT기술이 광고산업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광고회사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Technology inspires Creativity’

이 문장은 창업 초기 이노레드를 이끌어주었던 지향점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소셜무비나 크리에이티브 프로덕트, 크리에이티뷰(유튜브 애드테크 솔루션) 등 기술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회사 이름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보니 기술이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생기더라고요. 우리가 말하는 이노베이션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캠페인이나 솔루션을 보여주는 것인 것 마냥 흘러가더라는 거죠.

요즘에는 생각을 단순화하고 광고의 본연의 의미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데이터와 타겟팅이 많아도 너무 많아요. 나의 성향을 알고 나에게 접근하는 광고들이 처음에는 신기했다가도 이제는 질리거나 급기야 무섭게도 느껴지잖아요. 저는 오히려 ‘우리 제품을 살 가능성이 있는 소비자들을 추적하고 끊임없이 노출해서 결국 사게끔 만드는 추격전’ 보다는 ‘우리 브랜드에 호감을 갖고 우리에 대해 기꺼이 더 알고 싶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좋은 관계를 강화해나가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지만, 이러한 접근법이 브랜드의 그릇을 넓혀주고, 결국 퍼포먼스를 압도하는 결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단순화하고 본질에 집중하라는 말처럼, '광고'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계시군요. 아시다시피 지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가장 큰 이슈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광고계가 매우 힘든 상황이구요. 대표님께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의 광고산업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시나요?

코로나19로 칸라이언즈, 런던국제광고제, 애드페스트 같은 글로벌 광고제들이 취소되면서 산업 전반이 조용하고,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사회가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접어드는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것 같아요. 그러나 반면에 우리 산업에는 작지 않은 기회의 파도가 오고 있는 것 같아요. 광고는 시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에, 시장의 변수는 전통적인 영역에 머무른 회사들에게는 위기가 되지만 새롭게 도전하는 회사들에게는 분명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 국난을 전세계 어떤 나라들보다 잘 대응하고 있잖아요. 주목할 만한 것은 코로나현황앱, 마스크알리미앱, 드라이브쓰루 검진 방식 등 이 위기를 크리에이티브하고 발빠르게 대처해 나가잖아요.

이 침체가 길어진다면 클라이언트들도 결국 마케팅 활로를 더 적극적으로 절실히 찾게 될 겁니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모델이 등장해야 하고, 난세에 영웅이 나듯이 이 시기를 잘 적응하고 좋은 솔루션을 내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에게는 커다란 비즈니스 모멘텀이 될 것 같아요. 달리기로 말하자면, 앞서있지만 지친 주자를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려온 주자가 역전할 수 있는 구간인 거죠. 각자의 칼날을 날카롭게 갈면서 다가오는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역시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놓지 않으시네요. 대표님께서는 20대 창업하시고,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로 키우셨습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WHAT’S NEXT?'

제가 스스로에게, 이노레드에게, 구성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에요. ‘다음을 생각해보는 질문의 루틴’이 이노레드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 같아요. 문화적인 측면이든, 크리에이티브나 비즈니스 측면이든 앞으로도 계속 설레이며 이 질문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에 응답하는 브랜드 캠페인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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