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OOH의 혁명을 이끌다, 엠허브 신준수 책임

[인터뷰] OOH의 혁명을 이끌다, 엠허브 신준수 책임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0.05.2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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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와 크리에이티브가 뒷받침된 옥외광고는 경쟁력이 있습니다

경기가 어려우면 옥외광고부터 줄인다는 말이 있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부문이 옥외광고라고도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테크놀로지와 크리에이티브가 결합이 된 옥외광고는 그 자체로도 좋은 콘텐츠이며, 광고매체로써도 매력이 있다. 특히 사람들이 차를 타고 다니게 되므로 막힌 차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 중 하나가 옥외광고이기도 하다. 

작년 12월 강남의 꽤 유명한 건물 일부가 갑자기 폭파되는 모습이 나타나 행인들이 깜짝 놀랐는데, 알고 봤더니 넷플릭스의 옥외 광고였다는 것. SNS에서 회자되는 건 물론이고, 그 장면을 보려고 일부러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 광고는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옥외광고 특성상 설치하기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매드타임스는 이 옥외광고를 기획하고 실행한 엠허브 신준수 책임을 사무실에서 만났다.

 

안녕하세요. 상당히 충격적인 옥외광고였습니다. 어떻게 건물을 폭파한다는 아이디어를 내게 되셨나요?

네 안녕하세요. "6언더그라운드" 영화 자체가 역대급 스케일이다보니 영화 개봉 3개월 전부터 넷플릭스 코리아 마케팅팀을 중심으로 넷플릭스의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 기획팀, 제작팀, 엠허브 옥외팀이 자주 만나서 다양한 구상을 했었어요.

다양한 소구포인트들을 잡아봤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시선을 잡기 좋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마이클베이" 감독이라는 부분에서 따온 ‘폭파왕’이었습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보면 거의 폭발로 시작해서 폭발로 끝나잖아요. 이거를 소구점으로 잡고 ‘폭파왕 마이클베이의 새 영화가 온다’라는 주제로 건물을 폭파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어서, 건물을 폭파한다는 아이디어가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됩니다. 광고주와 사내, 그리고 무엇보다 건물주의 반대가 심하지 않았을까요? 반대 의견을 어떻게 설득하고 극복하셨나요?

마침 안 그래도 그런 이슈가 있었습니다. 누가 119에 신고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도 했었구요. 테러를 연상시킬 수도 있어서 해외에서 승인이 안 날 걱정도 했었죠. 그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3D기반이 아닌 2D기반으로 영상을 제작했어요. 일부러 100% 리얼하지는 않게 폭파장면을 만들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구요. 그리고 폭파 후 건물이 타들어가는 장면을 오래 안 보여주고 상단에 카피를 바로 넣었어요. 빵 터트리고 나서 바로 딱 연결해서 “놀라지마 이거 장난이야 ㅎㅎㅎ” 하는거죠. 이런 방법으로 리스크를 줄이는걸로 광고주와 의논했고, 건물주측에도 같은 방법으로 설득을 했어요.

실제 집행된 옥외광고
실제 집행된 광고

 

저는 아이디어 못지않게, 설치가 정말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폭파되기 전에 진짜 건물 같아야 효과적이잖아요. 게다가 시간대별로 건물 모습도 달라지구요. 도대체 어떻게 하셨나요?

정확히 보셨습니다. 사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정말 고생 했어요.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사실 폭파 보다는 투명에 있거든요. 전광판을 투명하게 없애서 ‘이 영역은 전광판이 아니고 건물의 일부에요’라고 눈속임을 하는데에서 출발해요. 그래서 건물이랑 건물 뒷배경을 그려서 전광판에 넣었는데, 채광에 따라서 건물의 모습이 시간대별로 계속 다르게 보여져서 리얼함이 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이거는 그냥 몸으로 때워야겠다 싶어서 오전채광, 정오채광, 오후채광, 해질녘, 야간까지 사진 찍어서 소스를 만들고 또 이거를 흐린날 밝은날로 구분해서 수도 없이 만들고 그거를 현장에서 틀고 촬영하고 조정하고를 반복했죠. 그렇게 한 2주간 했더니 채광에 따라 영상의 조절값이 어느정도 체계화 되더라구요. 그런 다음 그 위에 폭발장면을 얹혔더니 상당히 리얼하게 구현이 되었어요.

 

투명함은 말씀하신대로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서 구현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보는 시야, 앵글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화면이 틀어지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맞습니다. 옥외광고는 차로 이동하느냐, 걸어가느냐, 서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광고처럼 섬세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저희는 '데이터'와 '선택과 집중', 두 가지로 문제를 풀려고 했습니다. 강남역 사이트는 보행자 중심, 도산대로 사이트는 차량 이동 중심입니다. 강남역의 경우에는 가장 보행자가 많은 지역 등을 체크해서 그 일대에서 가장 잘 노출될 수 있도록 광고를 구성했습니다. 도산대로는 가장 많은 차량이 이동하는 차선을 체크했구요. 이렇게 가장 효율적인 앵글을 찾아냈고, 거기에 집중했습니다.

 

이제 옥외광고도 데이터가 중요한 요소가 됐네요. 이 광고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꽤 있을 것 같아요.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케이팝스퀘어나 엠라이브처럼 보행자 위치에서 보이는 매체들은 괜찮았는데, 도산대로에 있는 신웅타워와 SNS타워는 차량관점의 매체라서 저희광고가 나오는 시점과 그걸 딱 좋은 지점에서 촬영하기 위해 차를 타고 지나가는 시점을 맞추기가 힘들어서 한 장면을 이쁘게 담으려면 그 앞에서 수도 없이 유턴을 반복해야 했어요. 도산대로를 수도 없이 운전한 기억이 있네요.

 

광고 효과가 대단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뒀나요? 다른 광고주로부터 비슷한 것 해달라고 요청은 없었나요?

일단 이 광고를 보신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6언더그라운드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입소문을 퍼트려주신 부분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보구요. 저희 파트너인 넷플릭스측에서 아주 맘에 들어 하셨다는것 또한 광고대행사 입장에서 또한 큰 성과지요.

다른 광고주들의 캠페인에도 확장할 수 있게 또 다른 아이디어 구상들도 많이 하고 있어요. 보통 이런 캠페인이 매체도 많이 사야 하고 제작비도 많이 써야 되어서 꺼려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성공사례를 보여줌으로서 진입장벽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임님은 아이디어 발상을 위해 무엇을 하시나요? 최근에 보셨던 광고물 중에 눈에 띈 것은 어떤 건가요?

일단 1단계로 기획단에서 아주 단순하고 직접적인 소구점을 찾으려고 하구요. 2단계로는 그 포인트를 옥외매체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는 ‘표현기법’ 찾는 순서로 진행해요. 건물폭파 사례에서 본다면 ‘폭파왕 마이클베이’로 소구점을 잡은게 1단계, ‘전광판을 투명화’ 시키는 페이크 표현기법을 구상한게 2단계가 되겠네요.

최근에 영국에서 집행 된 드라마 드라큘라 광고인데요. 낮에는 짧은 기둥만 몇 개 박혀있어서 저게 뭔지 궁금해만 하다가 밤이 되면 조명에 비친 기둥의 그림자들이 드라큘라의 형상을 만들어내더라구요. 보고 아주 감탄했습니다. 정말 이런 류?의 옥외광고는 짧고 간결하고 인상적인 방법으로 핵심포인트를 전달하는 관건인 것 같아요.

 

저는 옥외광고는 테크놀로지와 크리에이티브가 결합되고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효과도 측정되고 있구요. 책임님께서는 옥외광고의 장점 또는 매력을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옥외광고는 매체가 다양한 만큼 매체별로 특징을 살린 컨텐츠를 집어넣을 때 좀 더 눈에 띄고 입소문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재미난 표현들을 할 수 있어요. 특히 AR, VR이나 인터랙티브 기술등을 활용하면 더더욱 그렇구요. 이 점에서 아쉬운 부분은 옥외용 컨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 TVC를 그대로 노출하는 경우가 아직도 상당하다는 점이에요. 이 부분은 최근에 세로형 전광판들이 인기를 끌면서 시장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고 있어서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정확한 효과측정에 대한 부분은 저희 포함 많은 옥외광고인들이 꼭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매체사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노출수의 근사치를 제공은 하지만 더 신뢰를 얻으려면 옥외광고 업계 자체가 연합해서 표준으로 삼을 수 있는 노출수의 측정방법을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해요.

 

책임님께서는 특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옥외광고를 보면, 매체에 맞는 콘텐츠를 새로 개발하기 보다는 기존 TV 광고를 그대로 송출하거나 약간 변형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런데 옥외광고는 시청시간이 생각보다 짧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효과가 높습니다. 디자인 밸런스와 가시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시성을 우선해야 하구요. 이제는 옥외광고도 크리에이티브가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매체 집행 전략의 크리에이티브, 그 매체에 맞는 크리에이티브가 가능한 저희 엠허브의 차별화된 장점이 바로 '크리에이티브'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옥외광고계는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옥외광고가 이 위기에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코로나 때문에 정말 너무 어려워요. 실제로 유동인구는 특정 시설을 제외하고 상당수 회복이 되었는데, 옥외광고로 향하는 관심은 쉽게 회복되지 않더라구요. 결국 경기회복이 관건인 것 같아요.

옥외광고업계가 위기극복을 하려면 앞서도 잠깐 말씀드렸던 것처럼 옥외광고가 가진 장점인 매체의 다양함을 살리기 위해 매체별로 특화된 콘텐츠 개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의 행동패턴 변화가 모바일, PC시장에서 새로운 미디어들을 많이 만들어내면서 옥외광고 시장의 확장이 잠시 주춤한듯한데, 옥외광고 시장 안에서도 이러한 행동패턴의 변화에 맞춰 채질개선을 한다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5~60년 후 미래도시를 그린 영화나 드라마들을 봐도 도시에 옥외광고는 항상 빠지지 않더라구요. 시대의 변화 요구에 잘 적응한 미디어는 먼 미래에도 생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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