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모니터] 결혼을 해야만 가족일까?...가족형태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

[트렌드모니터] 결혼을 해야만 가족일까?...가족형태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

  • 채성숙 기자
  • 승인 2021.01.3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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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기간 : 2021년 1월 12일~1월 15일
조사 대상 : 전국 만 19세~49세 미혼 남녀 1,050명

[ 매드타임스 채성숙 기자 ]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49세 미혼 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결혼관 및 출산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요즘 미혼남녀들은 결혼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반면 ‘싱글라이프’를 선호하는 태도가 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한 가운데 ‘결혼’에 의해서만 ‘가족’이 규정되는 현재의 가족제도를 개편하여 동거와 비혼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체계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미혼남녀 43% “결혼은 필요해” vs. 34.7% “결혼은 필요하지 않아”, 특히 여성과 30대 이상에서 결혼의 필요성에 의문 제시

미혼자 10명 중 2명(21.7%)만이 “결혼을 한 사람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습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미혼남녀들은 더 이상 ‘결혼’을 당연히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대~40대 미혼자의 43%만이 자신에게 결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을 뿐이다. 이는 2018 년에 실시한 동일 조사와 비슷한 결과(44.1%)로,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태도가 고착화되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자신에게는 ‘결혼이 필요하지 않다’고 단정지어 말하는 미혼자(34.7%)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결혼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미혼자들의 태도는 남성보다는 여성, 20대보다는 40대에게서 더 뚜렷한 모습으로, 특히 여성과 40대의 경우 그만큼 ‘싱글라이프’에 익숙해하고, 만족감을 느낀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결혼’이 외로움을 해결해주고, 보다 행복한 삶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3명 중 1명(34.1%)만이 현대사회를 외롭지 않게 살아가려면 결혼은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하였으며, 결혼을 한 사람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혼자도 21.7%에 불과한 것이다. 다만 남성은 여성에 비해 외롭지 않게 살려면 결혼을 해야 하고(남성 43.8%, 여성 24.4%), 결혼을 하면 하지 않은 것보다는 행복할 것(남성 32.4%, 여성 11%)이라는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80.2% “혼자 살아도 별 지장이 없는 시대”, 미혼자들이 결혼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부분도 ‘자유로운 생활이 없어지는 것’

“요즘은 결혼을 안하고 혼자 사는 삶을 이해하는 어른들이 많아진 것 같다”(18년 54%→21년 63.8%)는 평가도 많아져

대다수 미혼남녀들은 혼자 사는 ‘싱글라이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전체 응답자의 72.8%가 직업이 있고 능력만 있다면 연애만 하면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바라봤으며, 남자나 여자나 혼자 살아도 별 지장이 없는 시대라는 의견에 동의를 하는 미혼자가 10명 중 8명(80.2%)에 달한 것이다. 미혼자의 연령에 관계 없이 능력만 있으면 연애만 하고 싶고(20대 74.3%, 30대 74.3% 40대 69.7%), 혼자 살아도 지장이 없다(20대 80%, 30대 80.6%, 40대 80%)는 인식은 공통적이었다. 또한 미혼남녀 절반 가까이(45.9%)는 결혼을 하기보다는 직장과 일에서 인정을 받으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바람은 남성(35.6%)보다는 여성(56.2%)에게서 많이 찾을 수 있었는데, 결혼 및 출산 과정에서 경력이 단절되기 쉬운 여성의 현실적인 고민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미혼자들이 결혼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부분도 자유로운 생활이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52.4%, 중복응답)이었다. 자녀 양육(48.4%)과 결혼 비용(45%), 가계 운영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44.5%), 새로운 가족관계(42.7%) 등 결혼을 둘러싼 걱정거리들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결혼 후 ‘자유로운 개인생활’이 보장되기 어려운 현실을 겁내는 미혼남녀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결혼의 필요성을 외면하고, 싱글라이프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더욱이 요즘은 결혼을 안하고 혼자 사는 삶을 이해하는 어른들이 많아진 것 같다는 인식(18년 54%→21년 63.8%)이 더 커졌을 정도로 부모세대 역시 싱글라이프를 원하는 미혼 자녀들을 과거보다 더 많이 이해하게 된 모습이었다.

‘출산’에 대한 고려도는 매우 낮은 수준, 현실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자녀를 낳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가장 많아

전체 18.6%만이 “결혼을 했으면 자녀가 있는 것은 당연해”, 자녀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는 의견도 30.4%에 그쳐

결혼의 필요성도 크게 못 느끼는 미혼남녀에게 ‘자녀 출산’을 기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전체 18.6%만이 결혼을 했으면 자녀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특히 미혼 여성(남성 27.2%, 여성 9.9%)과 저연령층(20대 14.3%, 30대 17.4%, 40대 24%)에서 결혼과 출산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태도가 더욱 강했다.

비록 미혼자 절반 이상(55.4%)이 부모가 되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라는데 공감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출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녀가 있는 사람이 자녀가 없는 사람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는 의견도 10명 중 3명(30.4%)에 그쳐, 가급적 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삶을 지향하는 미혼남녀가 많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다만 여성(19.2%)에 비해 남성(41.5%)은 아이를 통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비교적 큰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미혼자의 ‘출산 의향’도 낮은 수준이었다. 경제적 부담 등 현실적인 요인들을 고려했을 때 희망하는 자녀의 숫자를 묻는 질문에 낳고 싶지 않다는 응답(41.3%)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미혼 여성의 경우는 2명 중 1명(50.3%)이 출산 계획이 없다고 밝혔을 정도이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대부분이 공감하는 모습, 미혼자 88%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전체 79% “저출산은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 하지만 5.3%만이 “우리사회가 저출산 문제에 잘 대응하고 있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은 옅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꼭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요즘 미혼남녀의 모습을 보면서,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미혼자들도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크게 공감을 하는 모습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88%가 현재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데 문제의식을 함께 했으며, 저출산은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는 주장에 10명 중 8명(79%)이 공감한 것으로, 이러한 인식은 연령에 관계 없이 공통적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문제의 심각성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노력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응답자의 5.3%만이 우리사회가 저출산 문제에 대해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 바라봤을 뿐이었다. 가령 10명 중 2명(19.8%)만이 자신이나 가족이 다니는 직장 및 조직에서 자녀 출산 및 양육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출산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절반 이상(54.4%)은 우리사회가 아직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21.5%), 극복할 수 있다(19.3%)는 기대감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결혼’을 해야만 가족일까? 미혼남녀 68.7%가 “가족은 꼭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봐

하지만 66.4%가 “결혼 제도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은 가족은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고 생각해

결혼에 대한 인식이 옅어지고,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에 의해서만 ‘가족’이 규정되는 현재의 가족제도에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미혼남녀들은 이러한 논의에 대체로 찬성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기본적으로 많은 미혼자들이 가족은 ‘결혼’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응답자의 68.7%가 가족은 꼭 결혼이란 과정을 통해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이러한 인식은 특히 남성(59.8%)보다는 여성(77.5%)이 강했으며, 연령별로는 30대 이상 미혼자(20대 65.4%, 30대 69.7%, 40대 70.9%)에게서 보다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미혼자 상당수는 사랑을 한다고 해서 결혼이라는 것을 꼭 선택할 필요는 없고(76.9%), 결혼을 하지 않은 동거인도 엄연히 가족이라는(59.9%)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은 가족은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운(66.4%) 상황으로, 이런 문제의식은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공통적이었다.

미혼자 10명 중 8명 “이제는 동거(사실혼)나 미혼모(부) 등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인식의 고민이 필요해”

절반 이상(55%)은 “동거를 하더라도 결혼 가정과 동일한 사회적 법적 지위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봐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미혼자들은 최근 정부에서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뿐 아니라 비혼 동거인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법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에 찬성할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혼자 10명 중 8명(82.2%)이 이제는 동거(사실혼)나 미혼모(부) 등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인식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는데, 이번 정부의 정책은 미혼자들의 인식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부분(88.7%) 앞으로 결혼제도에 얽매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을 하는 만큼 이번에 발표된 정부정책은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고 평가 받을 만해 보인다.

미혼자 절반 이상(55%)은 동거를 하더라도 결혼 가정과 동일한 사회적 법적 지위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역시 남성(49.9%)보다는 여성(60%)의 목소리가 더욱 컸으며, 세대별 의견 차이(20대 53.4%, 30대 54.6%, 40대 56.9%)는 크지 않았다. 실제 이번 정책이 실행될 경우 비혼이나 동거 등 기존에는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아 생활이나 재산에서 가족 관련 혜택이나 지원을 받지 못하던 가구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저출산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해 보인다.

미혼자의 56.1%가 미혼모(부) 및 동거 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출산율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보는 것으로, 성별(남성 53.9%, 여성 58.3%)과 연령(20대 58.3%, 30대 51.7%, 40대 58.3%)에 관계 없이 비슷한 의견이었다.

 

기본적으로 ‘동거’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미혼자(18년 31%→21년 41%)가 부쩍 많아진 모습

결혼을 전제로 하는 동거는 10명 중 6명이 찬성, 전체 62.7% “결혼해서 이혼하는 것보다는 동거를 하면서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해”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해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동거’인데, 대체로 미혼자들은 ‘동거’에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선 평소 동거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미혼자(41%)가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미혼자(14.8%)보다 훨씬 많았다. 중립적 인 의견(41.9%)도 많았으나, 기본적으로 동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2018년 동일 조사에 비해 동거에 찬성하는 미혼자가 많이 증가한(18년 31%→21년 41%) 것으로 나타나, 최근 동거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동거를 찬성하는 태도는 미혼 남성(46.3%)과 20대 미혼자(49.7%)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결혼을 전제’로 하는 동거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모습이었다. 10명 중 6명(58.5%)이 결혼을 전제로 동거를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역시 젊은 층일수록 찬성하는 태도(20대 72.3%, 30대 58.3%, 40대 44.9%)가 훨씬 강한 편이었다. 그만큼 결혼을 해서 이혼을 하는 것보다는 동거를 하면서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62.7%)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혼자의 66.4%는 향후 동거를 고려해 볼 의향이 있다고 밝혀, 남성과 저연령층의 의향이 높은 편

동거가 결혼제도를 대체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인식(37%)이 결혼제도를 대체할 수 없다는 생각(33.4%) 앞서기 시작해

스스로 동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혼자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6.4%가 향후 동거를 고려해 볼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는 것으로, 2018년도(55.6%)에 비해 동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태도가 강해졌음을 재확인시켜준다. 역시 남성(남성 73.1%, 여성 59.6%)과 저연령층(20대 75.4%, 30대 64.6%, 40대 59.1%)의 동거 의향이 높은 편이었다.

동거 의향을 가진 미혼자들은 주로 결혼을 하면 짊어져야 하는 책임들이 많고(38.3%, 중복응답),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32.3%)는 이유 때문에 동거를 고려하는 모습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체제로서 동거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줬다. 실제 동거가 결혼제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은 점차 강해지는 중이었다. 동거가 결혼제도를 대체하는 것을 사회적인 차원에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인식(18년 35%→21년 37%)이 소폭 증가하여, 동거가 결혼제도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생각(18년 36.4%→21년 33.4%)을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동거에 대한 미혼자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사회전반적으로는 부정적인 시선이 강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10명 중 6명 이상이 동거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선은 결코 좋지 못하거나(18.9%), 조금은 안 좋게 보는 것 같다(46.5%)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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