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문화와 광고 : 중국 사자의 경례 받은 토요타 자동차의 수난

[신인섭 칼럼] 문화와 광고 : 중국 사자의 경례 받은 토요타 자동차의 수난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1.07.0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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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 나라를 상징하는 꽃이 있듯이, 나라마다 좋아하는 동물이 있다. 우리의 국화는 무궁화 그리고 좋아하는 동물은 호랑이. 영국은 불도그, 미국은 대머리독수리와 들소(바이손), 러시아는 갈색곰, 오스트레일리아는 캥거루, 인도는 다양한 문화와 종교의 나라라 그런지 동물도 코끼리, 벵갈 호랑이, 공작새 그리고 갠지스강 돌핀 등 네 가지나 된다. 중국인이 다수인 싱가포르는 Lion City라 별명이 있다. 

출처 싱가포르 관광청
LION CITY라는 싱가포르 사자상 (출처 싱가포르 관광청)

그런데 중국이 좋아하는 동물은 중국에는 없는 사자이다. 왜일까? 중국의 한나라 (BC 206-AD 220)  불교 도입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불교에서 사자는 충성심과 리더십을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졌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건물에는 암수 사자 한 쌍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북경 서남 15km에 있는 노구교(盧溝橋. Logouqiao)에는 문화재인 500여 개의 돌 사자상이 다리 양쪽에 있어서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 이 다리와 사자상은 1299년에 마르코 폴로가 완성한 “동방견문록”에도 나오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마르코 폴로 다리로 부르기도 한다.

노부교 (출처 위키피디아)
노구교 (출처 위키피디아)

2003년 12월호 북경에서 발행하는 Auto Fan (汽車之友(기차지우). 중국어로는 기차가 자동차를 의미한다)에는 일본 토요타 자동차의 랜드크루저 PRADO, 중국말로는 “패도(覇道)“의 두 페이지 광고가 두 군데 게재됐다. ”패도”란 말은 길을 제패한다는 뜻이다. 고층 빌딩 숲속의 길을 달리는 PRADO를 향해 두 마리의 사자상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멋진 사진이 있다. 경례하는 수사자 옆에는 ”패도, 당신 부득불 존경할 수밖에“라는 카피로 PRADO가 힘센 강자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 광고가 나가자 얼마 안 가 난리가 났다. 특히 젊은 중국인들은 아무리 일제 토요타 자동차가 좋다고 해도 중국을 대표하는 사자가 거수경례하는 데 대해 분개한 것이다. 

2003년 7월호 Auto Fan 표지

부랴부랴 이 난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일본 토요타는 이 광고는 최종적으로 중국측이 결정한 것이니 책임을 중국 측이 지고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한편 중국 측은 최종 결정은 단독으로 내린 것이 아니므로 일본 측도 책임이 있다는 언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전해 들은 말이므로 얼마나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더욱 토요타 측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같은 잡지 같은 호에 실린 또 다른 광고인데 PRADO가 중국 트럭을 끌어 올리는 사진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트럭은 중국 군용 트럭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길에 빠진 중국군 트럭을 일본 민간 자동차 PRADO가 끌어올린다는 말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니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고 드디어 일본 측 최고경영자가 사과하고 나서야 수습됐다. 사과와는 별도로 토요타는 이미 엄청난 기업 이미지의 손실은 입은 뒤였다.

돌 사자상에 숨어 있는 중군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 낳은 큰 실수였다. 특히 1937년 7월 7일 일본이 이 다리 부근에서 일어난 두 나라 군대의 총격 사건을 중일전쟁의 빌미로 이용한 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노구교 사건”이었다.

문화와 광고의 관계가 어떤 것인가를 극명하게 실례로 보여 준 사례였다. 7월, 1937년의 7월 7일, 중일전쟁, 마르코 폴로 다리, 그리고 문화재인 노구교의 사자상 등이 얽혀 있는 것이 2003년 일본 토요타 PRADO 광고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건이 동일한 한자 문화, 유교 문화, 동양 문화권이라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었으니 더 할 말이 없다. 국제광고, 마케팅에는 이런 숨은 장애물들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란 말이 이래서 생긴 듯 하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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