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문화와 광고 : 인도에서 맥도널드의 수난

[신인섭 칼럼] 문화와 광고 : 인도에서 맥도널드의 수난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1.07.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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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에서 맥도널드가 겪은 수난 (Advertising Age Global 2001년 7월호)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 인도의 도시 거리를 걷다 보면 소 떼가 대로에 몰려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인구 13.5억 명의 80%가 힌두교이고, 힌두교는 소를 신성시하기 때문이다. 힌두교 다음으로 이슬람교 14%, 기독교 2.3%, 시크교 1.7%, 불교 0.7% 기타 종교가 1.7%다. 이슬람교는 돼지고기가 금기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2001년 5월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맥도널드의 감자 튀김에 쇠고기에서 추출한 기름을 사용한다는 보도가 5월 3일 미국에서 나왔다. 이 보도는 이튿날 곧 인도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그런데 인도 언론에는 맥도널드 감자 튀김에는 식품 기름을 사용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출처 CTV News
출처 CTV News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지금은 뭄바이가 된 옛 봄베이(Bombay) 시내 맥도널드 상점 앞에 세워 둔 로널드의 조각은 성난 군중이 입을 막고 있었다. “McDonalds' Beef Donalds"라는 팻말을 든 군중도 나타났다. Mc라는 글자에는 빨간 X자가 덧씌워 있었고 빨간 글자로 쓴 "Beef Donalds“, 즉 ”쇠고기 도널드“라는 피켓이 있었다. 오랜 영국 통치의 영향과 영어가 국제 언어라는 이유로 인도의 지식층은 모두 영어에 능통하다. (인도의 헌법 원문은 힌두어와 함께 영어로도 씌어 있다.)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맥도널드는 감자튀김에 돼지나 소기름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는 실험자료를 제시했고, 사태는 일단 수습되었다. 그러나 행차 뒤의 나팔이었다. 이미 피해는 보고 난 뒤였다.

한 시장이나 나라의 문화 혹은 종교에 대한 이해와 자세한 위기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는 말은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사실로 보여 준 사건이었다. 해방 후 미국 공보관에서 일하던 미국 PR 인이 뒤에 서술한 바에 따르면, 기술 발달로 세상은 차차 작아져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로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기술 발달 덕분에 그 빌리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세상에는 PR이 해야 할 업무는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다는 말이 옳을 듯하다.

7월 초 UNCTAD(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유엔 무역 개발 회의)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는 보도가 있었다. 1964년에 이 유엔 기구가 창설된 이후 57년 만의 일이라니 우리 어깨가 으쓱해진다.

다만 선진국 대열에 들면 우리를 둘러싼 글로벌 빌리지의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아마 앞으로 한국 광고/PR 인이 해야 할 일이 부쩍 늘어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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