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신문 광고에 나타난 여성 - 개화기에서 무단정치 시기(1876-1920)

[신인섭 칼럼] 신문 광고에 나타난 여성 - 개화기에서 무단정치 시기(1876-1920)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1.08.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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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 신문 광고에 여성의 사진이나 일러스트레이션 또는 여성이 관련된 광고가 나타나는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114년 전인 1907년 7월 2일 자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에는 남성과 여성의 모자를 판매하는 옥호서림(玉虎書林) 광고가 있다. “옥호서림광고“라는 팻말을 든 신사 숙녀의 일러스트레이션이 광고 양쪽에 나타난다. 광고에는 남성과 여성 모자가 있다. 개화기에 상투를 자르고 나서 허전한 머리에 서양 모자를 쓰는 사람이 늘어난 것을 알 수가 있다.

남자보다 여자의 그림이 더욱 멋지다. 모자를 쓴 양장에 굽 높은 구두인 하이힐을 신은 여성의 그림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 활자만으로 만든 광고가 많던 무렵이라, 특히 양장 여성의 그림은 눈길을 끄는 데에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옥호서림 모자 광고 (매일신보 1907. 7. 2)

1910년대는 ”담배광고 전국시대“라 할 만큼 치열한 일본과 영미의 외국 담배 광고전이 전개되었다. 조선총독부 국한문 기관지인 매일신보 1911년 11월 8일 자에 게재한 전면 광고의 한복 차림 여성 그림은 아마 가벼운 충격을 일으켰을 것이다. 우선 광고 지면이 전면이었고 담배를 손에 든 여성의 큼직한 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염집 부인이 나들이를 할 때면 머리를 가리고 다니던 무렵이었다. 매일신보(1914.4.25)에 영국에서 수입한 연유 밀크메이드 브랜드(MILKMAID BRAND) 광고에는 어머니와 여자 어린이 그림과 ”영국 황제 어용품(英國皇帝御用品)“이란 말이 들어 있다.

담배피는 여자 (매일신보 1911.11. 8)
수입한 영국 연유와 어머니/어린이 (매일신보 1914. 4. 25)

1915년 가을 경복궁에서는 대대적인 박람회가 조선총독부 주최로 개최되었다. 이름은 “조선물산공진회(朝鮮物産共進會)”였다. 이 때 만든 포스터는 춤추는 여성을 그린 내용이었다. 아마 최초의 컬러 광고물이었을 터이니 더욱 눈에 띄었을 것이다. 원래는 컬러이나 흑백으로 되어 있는 어린이 우유 대용품 라쿠토겐("라구 도-겐"이라 했다) 포스터는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 어머니와 아들(?)이 함빡 웃는 얼굴이다.

조선물산공진회 포스터(좌), 라쿠토겐 어머니와 어린이 포스터(우)

그림은 아니지만 1917년 정월 초하루 신년 하례 신문 광고에는 다동과 광교의 기생조합(妓生組合) 일동의 제법 큰 광고가 있다. 전화번호가 나와 있는데 그 무렵 전화를 가졌다는 것은 지위의 상징이기도 했다.

신년 축하 광고에 나오는 기생 조합

1910년 이후 10년 가깝게 계속된 무단 정치 시대에 나온 여성 경영 다옥(茶屋. 커피숍) 광고는 변화하는 한국 사회상을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다. 매일신보에 순 한글(1911.6.7.)과 한글과 한문을 섞어 쓴 광고(1911.6.10.) 내용을 보면 그 무렵 다옥에서는 차 밖에도 전복, 동서양 각종 과자와 아이스크림도 팔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주인 박정애(朴貞愛)라는 분이 대단한 신여성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옥 광고. 한글 및 국한문 혼용
다옥 광고. 한글 광고(매일신보 1911. 6. 7) 및 국한문 혼용 광고(매일신보 1911. 6. 10)

3·1운동 이후 동아, 조선, 시대일보 등이 발간된 뒤부터는 더욱 여성의 신문 광고 출현이 두드러지게 된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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