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샤오미가 일본에 던진 원자폭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샤오미가 일본에 던진 원자폭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2.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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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black paper’. 한국 음식점에서 나온 김을 두고 이렇게 말하는 미국 애를 본 적이 있다. 하긴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 포로들에게 반찬으로 김을 주었는데, 전쟁이 끝난 후에 포로를 학대한 죄상 중의 하나로 종이를 먹였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전해 내려오기도 하니, 김을 처음 본 미국 애가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생선회나 초밥이 잘 나가는 세련된 서구인이라면 즐겨야 하는 음식 중의 하나로 자리 잡기 한참 전이기도 했다. 아직도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김은 별밋거리거나 독특한 이국적인 음식 재료의 하나로 치는 경향이 있다.

장난기가 가득하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김밥 만 것을 주시하는 백인 청년을 광고의 처음에 등장시킨 건 아마도 뭔가 새로운 것이 등장하고, 그걸 직접 실험한다는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의도였을 게다. 또 까만색 김밥이 배터리 충전량을 표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치즈인지 오이인지 계란말이 자른 것인지 아무튼 김의 검은색과 대비되는 조각을 김밥 위에 얹으며 배터리가 충전된 모양을 표시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내고자 했다. 김밥 한 조각을 먹으며 채 소화하기도 전에 배터리가 충전된다. 충전된 배터리의 파워는 김밥을 먹은 백인 청년의 몸을 사정없이 부풀게 한다. 일본식의 협소한 집으로는 부푼 몸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지붕을 뚫고 나가 하늘로 치솟은 청년의 몸이 ‘펑’하고 터진다. 그 폭발력이 어찌나 큰지 대형 폭탄이 터졌을 때처럼 버섯구름이 피어난다. 그리고 알리고자 한 메시지가 굵은 글자체로 버섯구름 기둥 양쪽에 뿜어져 나왔다. ‘FAST CHARGE’. 급속 충전을 차별점으로 내세운 중국의 IT기업인 샤오미의 ‘레드미 노트9 프로(Readme Note9 Pro)라는 스마트폰 광고였다.

놀랍게도 이 광고를 일본에서 집행했다. 2020년 5월 한참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상태에서 도쿄 올림픽을 열 것이냐 말 것이냐로 설왕설래하던 시기였다. 당연히 청년의 몸이 공중에서 폭발한 후에 피어난 버섯구름을 보고 일본인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터진 원자폭탄을 연상했다. 정말 놀랍게도 혹시나 원자폭탄과 연결하지 않을까 우려했는지, 김밥을 먹고 몸이 부풀어 오르는 청년을 ‘Fat man’이라고 불렀다. 그냥 뚱뚱하고 빵빵하다는 의미로 그리 쓴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잘 알려진 대로 히로시마에 터진 원자폭탄을 미국 군인들이 폭탄 생김새가 길이가 짧지만 퉁퉁하다고 해서 암호명 혹은 애칭으로 ‘Fat man’이라고 불렀다. 일본인들이 이 광고를 보고 격분하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자신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않고 학살했고, 수백만 자국인들의 생명까지도 앗아가는 난리를 자초하기는 했지만, 원자폭탄에 있어서 일본인들은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철저한 피해자 의식을 지니고 있다. 광고와 함께 샤오미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일본에서 분출되었다.

샤오미 사과 성명

샤오미도 재빠르게 사과 성명을 내고, 광고 영상을 내렸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본인들이 광고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샤오미 측에서는 과연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까 좀 의아하다. 아마도 2차 세계대전과 잔인하게 펼친 제국주의 행위에 대한 사과 없이, 원자폭탄을 들먹이며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일본인들에게 부러 상처를 들추고 거기에 소금을 뿌리는 듯한 계산이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도 전에 중일전쟁이 있었고, 그 이전 19세기 말의 청일전쟁까지 일본 제국주의가 그 잔인성을 처절하게 발휘한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샤오미이기에 그럴듯하기도 하다. 정말 그렇다면 제법 그럴싸한 반전 스토리로 올릴 수도 있겠다.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인하대·한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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