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아메리칸 우먼 (American Woman)의 기적

[Trend from Tokyo] 아메리칸 우먼 (American Woman)의 기적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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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양경렬 칼럼니스트] 7월 1일은 캐나다 데이(Canada Day)로 캐나다의 건국 기념일이다. 2022년 이날에는 동경에 있는 캐나다 대사관에서 이색적인 이벤트가 열렸다. ‘Canada-Japan Friendship Concert with Randy Bachman and TAKESHI’라는 소규모로 진행된 공연인데 그 공연의 뒤에는 매우 감동적이면서 흥미로운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기적이 있는 스토리

아메리칸 우먼(American Woman)이라는 곡이 있다. 기타리스트인 ‘랜디 바흐만’ (Randy Bachman)이 결정한 밴드 ‘게스 후’(Guess Who)의 1970년대 히트곡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당시 미국의 음악시장을 공략해서 70년대 중반 큰 히트를 한 이 곡의 임팩트는 대단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크게 인기가 있었고 50대, 60대 중년이면 다들 기억할 만한 곡이다.

랜디 바흐만은 ‘그레치’(Gretsch)라는 기타를 사용해서 아메리칸 우먼을 비롯한 많은 히트곡을 작곡했고 연주도 하였다. 하지만 1976년에 토론토의 호텔 방에서 기타를 도단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기타는 바흐만이 처음으로 구입한 기타이자 많은 애착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1960년대 초 무명 가수 시절에 잔디 깎기, 세차 등 아르바이트를 하여 모은 400달러를 가지고 어렵게 이 기타를 구매했다. 도난당하고 46년이 지났음에도 잃어버린 기타에 대한 애정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일주일 이상 잠을 자지 못한 채 매일 울었다고 회상한다고 한다. 이 기타를 가지고 많은 히트곡을 만들었기에 마법의 기타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 마법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2020년 바흐만이 잃어버린 기타를 회상하는 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렸는데 이를 본 아마추어 인터넷 탐정이자 바흐만의 팬이 이 도단 당한 기타를 찾기 시작한다. 기타 조절 손잡이 (Control knob)에 조그만 흠이 있다는 힌트 하나만 가지고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했다고 한다. 무수한 온라인 사이트를 뒤진 결과 동경에 있는 빈티지 기타 가게에서 바흐만이 소유했던 오렌지색 그레치를 발견한다. 하지만 발견의 기쁨도 잠시, 이미 그 기타가 팔렸다는 사실에 실망하지만 다시 구매자를 찾기 시작해서 결국은 이 기타를 구매한 아마추어 록가수인 다케시 (Takeshi)를 동경에서 찾게 된다. 다케시는 빈티지 그레치를 오래 동안 가지고 싶어했고 2014년에 약 85만엔(850만 원)에 구매했다고 한다.

바흐만은 여러 차례에 걸친 영상 회의를 통해서 기타가 자신의 것이라고 확인이 되었고 바흐만과 다케시 둘 사이의 대화를 통해서 다케시는 그 기타를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한다. 그 대신 바흐만은 다케시에게 동일 모델의 기타이면서 같은 해, 같은 주에 만들어진 거의 쌍둥이 기타를 선물하였다. 캐나다 데이에 동경에서 만난 이들은 조인트 공연을 하였고 바흐만의 히트곡 아메리칸 우먼(American Woman)을 같이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오랜 기타와 새로운 친구와 소소한 기적을 축하하였다. 음악을 사랑하는 예술가들 사이의 정말로 아름다운 스토리이다.

13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타의 명문 브랜드인 그레치(Gretsch)를 매개체로 캐나다의 유명한 가수 랜디 바흐만(Randy Bachman)과 일본의 무명 록가수인 다케시(Takeshi)와의 기적적이면서 인간미 넘치는 만남이다. 바흐만은 기타를 연주하면서 시간의 멈추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46년이라는 세월이 바로 엊그제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기타를 찾은 첫 번째 기적이 발생하고, 잃어버린 기타를 되찾기 위한 보상으로 그와 가장 비슷한 자매 기타를 찾은 두 번째 기적이 이어지고, 그리고 기타를 교환함으로써 원래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는 기적들이 차례대로 이어졌다.

Randy Bachman reunites with beloved stolen guitar after 46 years

기타의 명문 브랜드 그레치 (Gretsch)

그레치는 1883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27세의 젊은 독일 이민자에 의해서 설립된 악기 제조회사이다. 초기에는 탬버린, 드럼 등을 제조하였으나 1954년 기타리스트 쳇 앳킨스 (Chet Atkins)와 협력하여 일렉트릭 기타를 제조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기타 브랜드로 발돋움한다. 이 브랜드는 존 레넌이 1966년 ‘Paperback Writer’라는 곡을 녹음하는 데 사용된 기타로 유명하다. 이 기타는 2015년 경매에 나와 경매가가 6억에서 10억까지 예상되었는데 경매에서는 거래가 성사 안 되고 추후에 530,000달러(약 6억 9천만 원)에 판매되었다. 명품 악기가 명곡을 만들고 기적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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