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모니터] “단순”하고 “최소한의” 관계가 좋다

[트렌드모니터] “단순”하고 “최소한의” 관계가 좋다

  • 채성숙 기자
  • 승인 2022.09.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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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기간: 2022년 7월 20일 ~ 7월 22일
조사 대상: 과거 또는 현재 ‘정기적 모임’ 참여 경험이 있는 전국의 만 19~59세 성인 남녀

[ 매드타임스 채성숙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는 기존의 인간관계나 모임의 개념을 이전과는 다르게 바꿔 놓았다. 특히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필수적으로 유지해야만 하는 관계로 여겨졌던 학연/지연 위주의 관계에 의구심이 생겨나게 되었고, 주변보다 자기자신에 관심을 쏟는 경향이 강해지며, 느슨하게 만나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취향 공동체’에 더 많은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이다. 또한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이라면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려는 현대인들의 소비 태도 역시 ‘나’를 위한 소수의 인간관계 선호에 불을 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88.8%,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모임 있어...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면 좋지만 필요성 소폭 감소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과거 또는 현재 ‘정기적 모임’ 참여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모임 및 취향 소비’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학연/지연 등 기존의 인간관계에 적지 않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가운데, 취향 및 관심사 기반 모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사회 전반적으로 모임이나 동호회 활동이 활발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88.8%가 현재 정기적으로 활동 중인 모임이 있다고 응답한 것인데, 이전 조사 대비 활동 횟수가 소폭 감소(90.6%(2019) → 88.8%(2022))한 건 아무래도 코로나19 여파로 모임 자체가 축소되거나 줄어들었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주로 고등학교/대학교 모임이나 직장 내 친목회 활동 등 주변 인간관계 기반 모임이 많은 편이었으며, 특히 20대 응답자의 경우 학교 관련 친목 모임 활동이 높게 나타났다.

한편,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7명(73.5%)이 다양한 모임이나 동호회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는데, 여러 인간관계를 통해 삶의 활력과 에너지(52.1%, 중복응답)를 얻을 수 있고, 다양한 분야의 인맥(34.6%)을 넓힐 수 있으며, 친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응답(34.1%)이 많은 편이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향후 다양한 모임이나 동호회에 참여할 의향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2019년 조사와 비교해 소폭 감소한 점이 특징적인 부분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가족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졌고(75.6%, 동의율), 사회적인 관계보단 가족과 친한 친구 몇 명에 충실하고 싶다는 응답(75.9%)이 높게 나타난 점을 살펴볼 때, 학연/지연 등 기존 인간관계의 필요성을 이전보다는 다소 낮게 평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학연/지연 중요하나 사라져야 할 문화 같기도... 사회적 관계보다 느슨한 인간관계 선호 나타나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학교 동창 모임이나 직장 내 선후배 모임 등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인맥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78.7%로 평가될 만큼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여전히 높게 평가되고 있었다. 다만 동창 모임의 중요도와 참석 빈도는 이전보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개인 삶을 살기에도 바쁜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은 편(58.8%, 중복응답)이었다. 그 다음으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고(23.7%), 학교를 다닐 때와는 생각이 달라진 데다(23.7%), 어차피 비슷한 계층의 친구들끼리 친하게 지내기 때문(23.7%)이라는 응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목해볼 만한 점은 동창회 사이트 가입 의향의 경우 이전 조사보다 증가했다는 점(51.5%(2019) → 60.6%(2022))이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기존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 속에서, 직접 대면하지 않고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 우리 사회에서 학연/지연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는 응답도 적지 않은 수준(55.4%, 동의율)이었다. 학연/지연의 중요성이 예전 같지 않은 것(45.1%(2019) → 46.9%(2022)) 같고,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인간관계만 맺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의견(70.1%, 동의율)이 많았다. 또한 기존에 잘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거나(20대 38.4%, 30대 38.0%, 40대 35.2%, 50대 31.6%) 요즘엔 한두 번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편한 것 같다는 응답(20대 32.0%, 30대 32.4%, 40대 30.0%, 50대 27.6%)도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사회 전반적으로 기존의 학연/지연 위주의 모임 대신 ‘느슨한 인간관계’에 대한 선호(67.5%(2019) → 71.0%(2022))가 강해지고 있음을 읽어볼 수 있었다.

취향, 관심사 기반 모임에 대한 관심 높아... 취향, 관심사엔 시간과 비용 투자 의향 있어

느슨한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취향과 관심사 기반의 모임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학연/지연 등의 기존 인간관계보다 개인의 취향 및 관심사에 의한 모임과 동호회 활동이 늘어난 것(67.5%(2019) → 71.0%(2022)) 같고,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은 데다(68.7%(2019) → 74.0%(2022)), 취향과 관심사에 의한 인간관계가 전보다 중요해졌다는 응답(61.1%(2019) → 64.6%(2022))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자연스레 시간이나 비용 투자 의향도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비슷한 취향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시간(73.3%(2019) → 78.5%(2022))과 비용(61.2%(2019) → 68.4%(2022))을 투자할 용의가 있고,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인식(63.4%, 동의율)이 강한 편이었다. 물론 최근의 고물가, 경기 침체 등으로 비용 부담(61.6%, 동의율)이 크고, 요즘 같은 때에 굳이 취향 모임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41.5%, 동의율)도 적지 않았지만 최대한 저렴한 대안(78.2%, 동의율)을 알아보는 등 비용 문제로 취향 소비 자체를 포기하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인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지며, 우리 사회 내 인간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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