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브랜드가 침투하기에 기존 시장은 포화상태이다. 소비자가 택하는 제품을 만들려면, 타깃의 가치관과 소비 형태를 고려해 차별화된 카테고리를 공략해야 한다. 그 카테고리는 먹거나, 바르거나, 입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구매 빈도가 높은 편이 좋다. 그런 관점에서 브랜드 보고쿡(bogocook)의 미역국수는 기존에 존재하던 시장에 침투하는 것이 아닌, 시장을 ‘만들어 파는’ 커머스를 구현한 제품이다. 건강을 위해 맛을 포기해야 했던 기존의 저칼로리 식품 시장에서 면을 대체할 카테고리를 열었기 때문이다. 미역국수의 성공은 단순히 높은 품질이나 낮은 가격에 있지 않다. 기존과 다른 제품을 만들었다는 데에서 시작한다.
미역국수 슬림19 : CVP(Content Value Proposition) 분석을 기반으로 한 제품 론칭
2020년 탄생한 ‘미역국수 슬림19’는 대중성은 낮지만, 차별점이 분명한 제품이다. 밀가루 면에 가루 형태의 미역을 첨가한 제품이 아닌 오직 미역 그 자체를 특허 공법으로 만들어 낸 건강식이면서 1팩(180g) 기준 19kcal로 당류나 트랜스지방, 화학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다이어트식이다. 사실 시장에는 이미 저칼로리에 건강한 원재료를 기반으로 한 경쟁재가 많았다. 이는 곧 소비자의 니즈(Needs) 뒤에 숨겨진 원츠(Wants)를 파악할 기회이기도 했다.
일찍이 유행했던 곤약면의 경우 칼로리가 0에 가깝지만 면 자체의 풍미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원재료의 맛을 살린 두부면은 푸석한 식감으로 아쉬움을 표현하는 이들이 있었다. 조리 방식은 다양하지만, 칼로리가 파격적으로 낮지 않아서 다이어트식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미역국수는 ‘맛있고 간편하다’라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콘텐츠 또한 다양한 레시피와 편리한 조리 과정을 중심으로 발행되었고, 이에 대한 원츠가 분명한 2540 여성을 타깃으로 미디어믹스를 진행했다.
네이버 쇼핑 검색 국수 카테고리 1위
2021년 3월, 인기 예능 프로그램 MBC ‘나 혼자 산다’ 출연자 박나래가 다이어트를 위해 보고쿡 ‘미역국수 슬림19’로 초계국수를 만들어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예정된 PPL은 아니었지만, 당일 이 장면이 일으킨 반향은 놀라웠는데, 우연한 화제성을 대세감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전략의 힘이 컸다.
보고쿡은 방송 및 소셜 미디어 채널에 대한 데일리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당일 미역국수에 대한 반응이 급증한 것을 즉각적으로 확인, ‘나 혼자 산다’와 ‘박나래’라는 키워드의 화력을 수치로 재검증했다. 이후 제품이 노출된 장면에 대한 저작권을 확보, 이를 이용해 2차 콘텐츠를 재생산했다. 약 3개월간 수백여 건의 전환형 콘텐츠를 소재별로 집행했고, 광고를 통해 유입된 이들이 구매를 결심할 수 있도록 상세 페이지에도 해당 소구점을 적절히 녹였다. 이 기간 동안 ‘나 혼자 산다 미역국수’가 보고쿡의 ‘미역국수 슬림19’라는 공식이 견고해졌다. 소비자의 구매 여정을 앞서 닦아놓았기 때문이다.
포털 검색량이 치솟은 만큼, 제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데도 집중했다. 잠재 소비자에게 정말로 ‘유용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 소셜 미디어 및 블로그에서 인플루언서 협찬을 진행했다. 그 결과 ‘미역국수 슬림19’는 4월과 7월 네이버 쇼핑 검색 국수 카테고리 1위, 인기 검색어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완도담은 미역국수 : 소비자 리얼 보이스를 담은 신제품 론칭
미역국수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자리를 잡으면서, 신규 소비자의 유입이 안정화됐다. 제품 판매의 대부분이 보고쿡 직영몰에서 이뤄지면서 직영몰도 활성화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를 정기 구매자이자 방문자인 로열 오디언스(Royal Audience, 충성 고객)로 전환하기 위한 고민이 계속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구매를 유발하는 요소, 즉 구매 요인을 확인해야 했다. ‘미역국수 슬림19’ 실구매자 8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이러한 이유로 진행됐다. 론칭 단계에서 잡았던 방향성이 가설이었다면, 이를 검증하고 보완할 부분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예상대로 과반수의 소비자는 ‘낮은 칼로리’로 ‘밀가루 면을 대체’하기 위해 제품을 구매했다. 그래서 보고쿡은 단순하지만 명확한, 제품의 본질에 주목했다. 2021년 여름, 보고쿡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미46 47역국수 제품 중 가장 칼로리가 낮은 신제품을 론칭했다. 두 번째 미역국수 시리즈 ‘완도담은 미역국수’는 1팩(180g) 기준 15kcal로, 기존 제품 대비 4kcal를 낮췄다.
PPL을 기반으로 한 세일즈 부스팅 전략
‘완도담은 미역국수’의 브랜딩과 구매 전환을 동시에 끌어낸 전략은 ‘뉴 PPL’이었다. ‘뉴 PPL’이란 유튜브 등 뉴미디어 속 PPL로, TV PPL보다 적은 예산으로 제품을 훨씬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채널(인물) ▲스토리리빙(Storyliving) ▲제품 활용이 그것이다.
유튜브 채널 선정을 위한 필수 조건은 타깃 적합도이다. ‘완도담은 미역국수’의 타깃은 이전 제품에서 높은 구매율을 보인 3040 여성으로 설정됐는데, 3040 여성 구독자를 갖춘 채널 중 ‘다이어트식’이라는 제품의 정체성을 이야기로 녹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방송인 이지혜와 일반인 남편이 출연하는 ‘밉지않은 관종언니’는 이를 충족했다. 라면을 좋아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의 건강을 걱정해서 다이어트를 권하는 이지혜의 티키타카가 채널의 스토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지혜라는 인물의 친근함, 솔직함 그리고 예능적 요소는 제품을 보여주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앞서 ‘나 혼자 산다’의 사례의 확인했듯 소비자는 ‘레시피’에 반응한다. ‘밉지않은 관종언니’에서는 이지혜가 제품으로 로제 파스타와 열무김치 비빔국수를 만들며 제품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직접 보여줬다.
‘완도담은 미역국수’의 경우 ‘미역국수 슬림19’로 대세감을 확보했기에, 실질적인 구매 전환을 끌어내는데 집중했다. PPL 업로드 일자에 맞춰 제품 증정 이벤트를 진행해 소개글과 댓글 링크를 통해 제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콘텐츠를 보고 제품을 검색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동기간 대비 매출 증대는 물론, 구매 리뷰 89% 증가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미역으로 만든 국수가 ‘미역국수’라는 식품 카테고리로 정립하기까지.
더에스엠씨그룹 보고쿡은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 기존과 다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맛있게’ 건강한 ‘○○의 대체식’. 미역이라는 원재료가 또 어떤 시장을 개척해갈지 주목해 주시길 바란다.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총연합회 발간 <ADZ> 칼럼을 전재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