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reative] 선한 영향력, 입는 것으로부터

[Global Creative] 선한 영향력, 입는 것으로부터

  • 이희정
  • 승인 2021.11.06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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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2021년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음에 새삼 놀라고, 특별히 세상에 이롭거나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반성이 됩니다. 이런 저와는 다르게 매일매일 역사를 쓰고 있는, 역사 자체가 되고 있는 BTS는 UN에서 2018년, 2020년에 이어 무려 세 번째 연설을 했습니다. 내용과 스타일 모든 면에 담긴 메시지를 보고 역시 대단한 젊은이들이라 감탄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9월 20일, 제76차 UN총회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개회 세션에서 팬데믹 이후 일상의 변화, 기후 위기, 코로나 백신 접종, 미래 세대에 관한 주제로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7분가량 연설을 했는데요. 지금의 10대, 20대를 코로나19로 잃어버린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변화를 환영하는 ‘웰컴 제너레이션’이라고 지칭하며 그 어떤 수식어보다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특정 세대나 BTS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들의 의상과 스타일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국내 친환경 패션 브랜드의 재고 의류와 친환경 원단을 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의상을 입어 미래 세대의 스타일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선한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저도 그 선한 영향력을 받아 ‘입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패션 브랜드들도 친환경 이슈에 대응하고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H&M은 꾸준히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H&M #jointherecyclingrevolution 캠페인

H&M은 2020년 10월 루프(Looop)라는 세계 최초의 인스토어 리사이클링 시스템을 만들었는데요. 오래된 옷이나 옷감을 해체하고 새 옷으로 직조하는 시스템으로 스웨덴 스톡홀름 H&M 한 매장에서 처음 선보였습니다. 영상에서는 보라색 양말을 루프 기계에 넣자 섬유로 잘게 찢어지고 원사로 만들어져 니트로 변신합니다. 이 과정에서 물과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 의류를 생산할 때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혁신적으로 낮다고 합니다. H&M은 그 이전인 2013년부터 리테일 기업 중 전 세계 최초로 헌 의류를 수거하는 ‘가먼트 콜렉팅’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루프 시스템을 통해 브랜드가 더 진화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패스트 패션의 대표 기업으로 친환경을 이야기한다는 게 지구 입장에서는 병 주고 약 주는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실천한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루프 시스템의 Global Creative 소개 영상에 이어 올해는 셀럽이 직접 메시지를 말하는 영상도 선보였는데요. HBO ‘왕좌의 게임’에서 아리아 스타크 역으로 알려진 메이지 윌리엄스가 루프로 인한 변화를 보여줍니다. 

H&M × 메이지 윌리엄스 캠페인 

첫 화면에서 메이지 윌리엄스는 자기 방에 누워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포털처럼 열린 루프 머신 앞에 서서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그 안으로 넣자 루프 안의 세계로 들어가 셔츠가 원사로 바뀌고 스카프로 다시 태어납니다. 루프 속 진화된 세상 속에서 진화된 모습이 마치 미래 세계의 사람처럼 보이는 그녀가 스카프를 메고 “오늘 뭔가를 하면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2030년까지 H&M이 전 제품을 리사이클링이나 지속가능한 재료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담은 카피가 등장합니다. 

저는 메이지 윌리엄스가 지금의 10대, 20대의 모습을 대표한다고 보았는데요.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자기 방안에서 일상적으로 고민하는 의식 있는 세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거리로 나가 루프가 만든 포털을 발견하고 오늘,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합니다. 입고 있던 낡은 셔츠는 힙하고 멋진 스카프로 바뀌고 그 공간 안에서 메이지 윌리엄스 자신도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동참하고 싶게 만듭니다.

H&M의 ‘작은 일(The Small Things)’ 캠페인 

H&M은 모델인 알바 클레어와 함께 ‘작은 일(The Small Things)’이라는 캠페인 영상을 통해서도 다양한 친환경 소재와 제품, 신기술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포도, 파인애플, 바나나 껍질 등에서 추출한 섬유와 다른 소재로 가죽 신발에서 운동화까지 생산 가능함을 알 수 있는 등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형식은 가벼운 튜토리얼 영상이지만 에피소드 하나하나마다 생각해봐야할 이슈를 던져줍니다. 게다가 재미있습니다. 환경을 위한 노력과 스타일의 추구가 별개의 일이 아닌 것도 알게 되고요. 

당장 눈앞에 주어진 오늘 하루를 살아 내기도 벅찬데 미래까지 걱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누구나 BTS나 글로벌 기업과 같은 층위에서 행동하기도 어렵고요. 게다가 선한 영향력의 발휘까지는 멀고 크게 느껴집니다. 다만 지금 이 자리에서 선택하고 소비하기 전에 잠깐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저는 그 정도에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희정 CD 빅밴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본부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총연합회 발간 <ADZ>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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