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reative] 국가별 백신 광고 한줄평

[Global Creative] 국가별 백신 광고 한줄평

  • 이희정
  • 승인 2021.08.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신들 맞으셨나요? 저는 아직입니다. 이번에는 각국의 백신 광고를 살펴보고 그 특징에 대해 한 줄로 요약해보려 합니다. 사실 백신 광고를 주제로 선택할 때만 해도 코시국의 끝에 가까워질 것이라 희망 섞인 예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해외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중에 국내외 확진자가 급증하고 거리두기 격상되었지요. 이 바이러스는 지능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까지 듭니다. 인류가 대응하고 마음이 흐트러진다 싶으면 새로운 무기를 선보이니 말이죠. 하지만 무슨 일이든 100%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바이러스가 아니었으면 ‘백신 접종 독려’라는 동일한 목적으로 제작된 국가별 크리에이티브를 비교할 기회는 없었을 테니까요. 아마도 다시없는 비교 체험을 시작합니다.

 

미국 전직 대통령들이 전하는 코로나 백신 현황 

먼저 미국입니다. 캐스팅이 정말 화려합니다.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까지 전직 대통령 3명이 등장합니다. 미국 워싱턴DC의 알링턴 국립묘지 메모리얼 원형 극장 앞에선 세 사람
이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코로나19 백신이 준비되어 있고 곧 전 국민에게 공급될 것이라며 당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해 줄 백신을 맞기를 독려한다는 내용입니다. ‘과학’이라는 단어도 
사용하고요. 팬데믹 이후 확인되지 않은 비과학적 정보와 혼란, 불안 속에 분열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고 통합하려는 노력이 느껴집니다. 바이러스가 민주당, 공화당을 구분하지 않듯 백신도 마찬가지죠.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기에 드러났던 대립과 모순을 극복하고 다시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이 광고의 제 한 줄 요약은 ‘위대한 미국으로, 다시’입니다.


캐나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우리 모두를 도울 수 있어요

다음은 그 윗나라 캐나다입니다. 미니멀한 공간을 배경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첫 장면이 나옵니다. 주사를 맞은 인물이 옆으로 이동하자 일상이 회복되는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식당 직원은 영업 준비를 하고 사람들은 가라오케를 즐기고 공항과 학교에 갑니다. 캐나다 국민 스포츠인 아이스하키에 열광하는 장면은 빠질 수 없겠죠. 마침내 한 아이가 힘차게 달려가 할머니와 포옹을 합니다. 백신 접종이라는 작은 행동이 물결이 되고 커다란 파도로 이어진다는 나비효과를 잔잔한 내레이션과 감성적인 음악으로 표현합니다. 등장인물의 인종, 성별, 나이를 고르게 배분해서 다양한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더한 광고입니다. 백신이 일상 회복의 바탕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이 광고는 ‘선한 영향력을 만드는 캐나다’로 요약해봅니다.

 

영국 스타들의 백신 오디션 

영국은 ‘백신 오디션’이 크리에이티브 테마입니다. 배우 리디아 웨스트, 엘리자베스 헐리, 가수 엘튼 존 등 셀럽들이 배역을 따내기 위한 오디션에 참가해 백신에 관한 정보를 읽거나 능청스럽게 연기합니다. 시니컬한 시트콤을 보는 기분도 듭니다. 셀럽들이 백신을 맞으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영상을 보면 백신에 관한 잘못된 정보와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 뉴스를, 피식 삐져나오는 웃음 속에서 바로잡게 됩니다. 엘튼 존은 짧게 등장하지만 쿠키영상에서 백신 접종을 받으며 오디션에 합격하고 싶다고 깨알 같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영상 이전 버전에서는 배우 마이클 케인에 밀려서 오디션에 떨어진 설정도 들어가 있네요. 영국은 팬데믹 초기부터 피해가 크고 코로나 확진자 수가 여전히 많은 나라입니다. 광고를 진지하게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백신 오디션이라는 테마로 팍팍한 현실도 영국인다운 시니컬한 웃음으로 이겨내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백신 광고도 우리 영국식 유머로’ 말이죠.

 

뉴질랜드 지켜봐, 두고봐

뉴질랜드는 어땠을까요? 영상 제목부터 ‘Ka Kite, COVID’ 예사롭지 않습니다. ‘Ka Kite’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말로 ‘지켜봐, 두고 봐’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요. 아이부터 어른까지 직업도 취향도 다양한 뉴질랜드 국민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향해 외칩니다. 올해는 자신들에게도 백신이라는 친구가 있어서 너 따위 바이러스는 날려버릴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을 하죠. 백
신 접종은 ‘자유를 향한 문’이라고 하면서요. 뉴질랜드는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코로나 청정 구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를 의인화하고 마치 마오리 전사처럼 파이팅 넘치게 대하는 모습에서 저는 오히려 뉴질랜드 국민들도 힘들게 지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 나라의 확진자 수가 한 명이든 수백, 수만 명인지가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날에 진정 자유를 향한 문이 열리는 때일 것입니다. 뉴질랜드 백신 광고의 한 줄 요약은 ‘바이러스와 싸우는 뉴질랜드 전사’입니다.


싱가포르 백신 접종을 하세요. 팡팡! 

마지막으로는 서방 국가를 벗어나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는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디스코 음악과 싱글리시 랩과 춤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가사 내용은 백신에 관한 편견과 팩트 체크이고요. 예를 들어 ‘확진자가 줄고 있는데 백신을 왜 맞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확진자가 적은 것은 없는 것과는 다르다’라든지 ‘평소 질병이 있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 백신 접종이 두렵다’고 하자, ‘걱정되면 의료진에게 상담하고 정부에서도 제대로 체크한다’고 답을 줍니다. 기다리지 말고 빨리 접종하라고 아주 직접적으로 권유합니다. 정부가 알아서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읽힙니다. 한 줄 요약은 ‘백신 접종은 싱가포르 국민의 의무’입니다.


‘백신 접종’이라는 같은 과제를 앞에 두고 나라마다 방법이 다른 점이 흥미롭습니다. 제가 국가별로 문화적 특징을 자세히 알지는 못함에도 불구하고 개성이 느껴집니다. 위대함과 통합을 이야기하는 미국, 인간애가 느껴지는 캐나다,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영국, 전사의 후예 뉴질랜드, 국가를 중시하는 싱가포르까지 광고는 그 사회와 문화의 산물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 광고에 K-감성이 담겨 있듯 말이죠. 소개해 드린 버전 말고도 여러 편의 시리즈가 있으니 보고 비교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희정 CD 빅밴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본부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총연합회 발간 <ADZ> 칼럼을 전재했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