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사람은 잊어버린다 - 에빙하우스(Ebbinghaus)의 망각 곡선

[신인섭 칼럼] 사람은 잊어버린다 - 에빙하우스(Ebbinghaus)의 망각 곡선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2.06.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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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우리 속담에 3대 독자 잃고도 사흘 굶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먹어야 한다는 말도 되지만, 한편 사람은 잊어버린다는 말도 된다. 이 잊어버린다는 것을 실증으로 풀이한 사람이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 1850-1909))이다.

그는 스스로 실험을 위해 2,300개 의미 없는 세 음절 낱말을 고안했다. 무의미한 음절이란 자음-모음-자음 석 자로 아무런 의미가 없어야 한다. 예컨대 BOL은 안 된다. 왜? BALL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DOT도 안 되는데 기존의 낱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DAX, BOK, YAT는 된다. (언어에 따라 또한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BOK는 Bank of Korea의 약자이다.) 물론 에빙하우스가 실험한 것은 19세기 후반이며, 그는 독일 사람이다.

그림 1 에빙하우스의 사진과 망각 곡선
그림 #1 에빙하우스의 사진과 망각 곡선

1885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가 그의 획기적인 책 영어로는 "Memory. A Contribution to Experimental Psychology"이다. 이 책에서 밝힌 이론이 그의 가장 유명한 “망각 곡선(Forgetting Curve)”이다. (에빙하우스는 “Retention. 보유”라고 불렀다.)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습득한 직후 기억한 것은 100%이다가 20분, 1 시간, 9시간, 1일, 2일, 6일, 31일이 지남에 따라 보유 비율은 줄어든다. 한 시간 후 44%가 6일이 지나면 25%로 줄어든다. 그런데 그림 #2에는 1주간 1일에서 6일간 매일 기억을 되살릴 때, 보유율이 증가하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되풀이하면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여름철에는 청량음료 광고가 매일, 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되풀이되는 일, 왜 주간지, 월간지에 광고가 게재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림 #2 망각 곡선
그림 #2 망각 곡선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 이론이 가장 장 나타나는 것이 종교의식일 것이다. 개신교 예배 한 시간에 “아멘”이 몇 차례 반복되는지, 불당에서 “나무아미타불”이 몇 번 되풀이되는지 흥미있는 일임을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이슬람교에서는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절을 하게 되어 있는데 역시 망각곡선 이론이 연상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 이론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닌데, 가장 근본적인 것은 조사자와 피조사자가 같다는 것이다. 즉 망각 곡선 조사를 계획해 실험한 사람은 애빙하우스 자신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사 결과는 후에 좀 더 과학적인 조사를 한 결과 에빙하우스의 결론이 틀림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나는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이 광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한 바는 없다. 다만 심리학이 광고 연구의 시작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87년 전인 1935년 10월 25일부터 4회에 걸쳐 정대업 (鄭大業)이 쓴 “광고와 심리학의 관계”라는 글이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다. 심리학이 광고 전반에 걸쳐 미치는 영향을 소상하게 적은 글이다. 지금의 입장에서 보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 할 것이나, 거의 90년 전에 한국에서 이런 논설이 유력 일간신문에 게재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상품 광고와 심리학의 관계 1화 (조선일보 1935. 10. 25)
상품 광고와 심리학의 관계 1화 (조선일보 1935. 10. 25)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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