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안내광고는 진짜 사회의 거울

[신인섭 칼럼] 안내광고는 진짜 사회의 거울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2.05.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아일보 1921년 2월 24일 및 3월 1일 보도
동아일보 1921년 2월 24일 보도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신문 안내광고를 시작한 것은 동아일보였다. 1921년 2월 24일 동아일보에는 큼직한 사고가 게재되는데, 제목은 “동아 소개란 신설(東亞 紹介欄 新設)“이다. 부제목으로 ”저렴한 요금, 간단한 절차로 가장 유효한 신문의 이용법“이다. 세상이 복잡해져서 물건을 파는 데에만 이용하던 광고를 일상 용무를 처리하기 위해 이용하게 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오는 3월 1일부터 소개란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소개의 종류, 광고 행수, 광고 요금 따위 설명도 곁들였다.

동아일보 3월 1일 보도와 “소개란(안내 광고)
동아일보 3월 1일 "소개란(안내 광고)"

드디어 3월 1일이 되었다. 신문사 경리부가 중간 역할을 해 주는 특별과 보통의 두 가지가 있었다. 이날 처음 선을 보인 동아 소개란에는 특별 1건, 보통이 5건인데, 4건은 물건이고 한 건은 인사이다.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동업지, 조선일보 1934년 2월 1일 자 3면에는 “독자 이용란”이란 광고가 있는데, 안내 광고로서 28개 각종 안내광고가 실렸다.

유모, 식모, 찬모, 구직, 구혼, 채용, 서적, 부업, 집을 팔고 구하는 광고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내용의 석 줄, 넉 줄 또는 그 이상의 크기 광고가 있었다. 1921년 동아 소개란이 이렇게 번창한 셈이었다. 이날 조선일보 안내광고 옆에는 1934년형 쉐보레(Chevrolet) 트럭의 멋진 그림 광고가 있었다.

조선일보 1934년 2월 1일 3면
조선일보 1934년 2월 1일 3면
확대한 조선일보 안내광고란
확대한 조선일보 안내광고란

31년의 세월이 흘렀다. 해방된 한국 조선일보의 “조일안내”란은 신문 5단으로 짜인 곳에 100여 개의 두 줄 혹은 그보다 큰 안내광고로 가득 차 있다. 맨 윗줄이 가정교사란인데 50개 광고가 실려 있다. 거의 모두가 두 줄 자리이고, 학교를 표시하는 큰 글자가 대개 두 자로 정형화되어 있다. 궁금증이 나서 가정교사란의 대학을 세어 보았더니 서울대학이 23개이다. “역시” 소리가 난다.

조일 안내의 광고 종류를 세어 보았더니 가정교사, 개인 교수, 심인, 구인, 모집, 매매, 전세, TV(매입), 영업, 결산, 전화(매매), 분실, 공고, 펜팔, 병의원, 기타의 16가지 종류이다. 가장 많은 것이 가정교사 50건이고 다음 모집이 14건, 구인이 9건의 순이다. 모집 13건 가운데는 4건의 여자 종업원 모집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목: 여 종업원 모집

내용: ▲비어 홀... 시내 및 시외는 침식 제공 ▲다방... 마담 레지 ▲요정 빠 시내 일류 홀 ▲식당 제과점도 됨. 종로 5가 네거리 용궁 다방 3층 아이디어 뱅크 (72) 7395

1965년 3월 5일 조선일보 안내광고란 및 확대한 여 종업원 모집
1965년 3월 5일 조선일보 안내광고란 및 확대한 여 종업원 모집

1965년 국민 1인당 소득은 28,100원, 미 달러로는 $105였다. TV는 흑백, 탁상전화는 번호를 돌리는 것이고 아직 사치품이었다. 반세기도 넘는 옛날 광고 이야기지만 이 16가지 안내광고가 우리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시던 그 시절의 거울이니 하고 보면 감회가 새롭다. 개인당 소득 30,000달러, 선진 경제 나라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폰 잠깐 내려놓고 한문 아는 조부모님 이야기 설명 들을 “거리”가 이 안내광고이다.

더러는 거짓말 광고도 있었겠지만 그런 것은 그것대로 사회의 거울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유력 신문에서 옛날의 여종업원 모집 광고는 사라졌다.

아마도 귀에 거슬리는 보고는 싹 빼고 좋은 말만 보고하는 비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시간에 안내광고 훑어보는 것이 민심의 소재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길이었을 수가 있다.

 


※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