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里仁〕 네가 하는 말, 내가 듣는 말

〔카페★里仁〕 네가 하는 말, 내가 듣는 말

  • 장성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4.27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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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 매드타임스 장성미 칼럼니스트]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대책 없는 말의 쓰나미 같은 현상이 무분별하게 만연해지기 시작한 것 이였을까?

자기의 유익(有益)을 위해 무책임하고 불필요하게 거짓말을 난무하게 꾸며 대거나 그냥 재미로 생각 없이 말을 내뱉어 버리거나 자기의 위치와 역할을 깨닫지 못한 채 함부로 말을 해버리며 때로는 남에게 상처를 입히고 누군가는 사람들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며 혹은 인기에 연연해서 듣고 싶지도 않고 기본도 되지 않는 말을 마구 해버리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어느 유튜브 중계를 통한 집회에서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라는 말을 했던 목사, "……여행 상품은 딱 정해진 시간만큼만 방송하거든요. 이씨, 왜 또 여행이야. XX, 나 놀러 가려고 했는데" 라고 욕을 하던 홈쇼핑 방송의 쇼호스트, 최근 ‘돈봉투’ 사건이 문제가 되며 국민이 무척 불쾌해 하는 형국인데 “50만 원은 사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다. 그래서 이 돈은 아마 실비이지 않을까 이런 예상은 한다” 라고 말하던 노회한 듯한 청년 정치인, 게다가 “…… (돈봉투 의혹) 금액이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기름값·식대 수준……”이라고 말하던 나름 관록 있는 정치인이 있다.

이 성직자, 쇼호스트 그리고 역시 국회의원들…… 물론 이들뿐만이 아니다. 깨끗이 귀를 씻어내고 싶은 말들이 곳곳에서 이렇게 폭탄처럼 쏟아지며 멈추지 않으니 악취나는 쓰레기더미에서 살고 있는듯한 씁쓸함에 사로잡혀 편치가 않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속한 그룹에서 힘을 받게 되며 영향력을 미치니 자신감에 사로잡히고 때론 남다른 부(富)나 권력(權力) 명성(名聲)을 얻게 되니 초심(初心)이 퇴색하며 올챙이 시절을 모두 망각한 인간의 유치한 속성이 떡하니 지배한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품성이 그저 보통수준에도 달하지 못하는 인격인 것인가, 뭐가 그들의 입을 조절(調節)하지 못하게 한 것인지……

주(周)나라 때 국정(國政)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혼미(昏迷)한 일상에 젖어있던 서주(西周)의 마지막 왕이 되어버린 유왕(幽王)이 견융(犬戎)에 의해 살해되며 나라가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제후국인 위(衛)의 무공(武公)은 유왕의 아들 의구(宜臼)를 옹립하여 동주(東周, B.C770년)의 첫 번째 왕인 평왕(平王)으로 받들며 시대를 새롭게 열었다.

위 무공은 유왕에 앞서 선대(先代)의 여왕(厲王), 선왕(宣王)을 보필하며 평왕에 이르는 4대를 섬겼다. 그의 나이 90세에 이르렀을 때 주나라의 원로(元老)로 평왕의 정치력과 언행(言行) 등에 심각성을 깨닫고 깊이 고민하며 평왕이 스스로 경계하며 반듯한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의미에서 여러 견해(見解)를 시로 읊으며 왕을 일깨우려는 노력을 서슴없이 하였다.

無易由言(무이유언) 쉬이 말하지 말며

無曰苟矣(무왈구의) 함부로 내뱉지 마세

莫捫朕舌(막문짐설) 내 혀 누구도 억누르지 못하니

言不可逝矣(언불가서의) 말은 해버리면 쫓아갈 수 없어

無言不讎(무언불수) 말에는 응답이 있고

無德不報(무덕불보) 베푼 덕엔 보답이 있지

惠于朋友(혜우붕우) 친구를 아끼고

庶民小子(서민소자) 백성들을 사랑하면

子孫繩繩(자손승승) 자손이 번성하며 끊이지 않으리

萬民靡不承(만민미불승) 온 백성이 받들게 되리

《詩經•抑 세심하고 조심하세》-

아주 먼 옛날에 세상의 어느 한 곳에서 간곡한 마음으로 말이라는 것에 대하여 진지했던 사람!

긴 인생을 살아오며 세상사의 온갖 풍파를 경험하였던 한 시대의 어른이 이렇듯 힘실어 했던 말을 그저 늘 있는 교훈 같은 것이라며 무심히 버려두지 말고, 말로 인한 화근(禍根)이 불거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겸손하게 생각을 가다듬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현실에 영합하여 경솔하게 말을 해버리거나 목적 달성의 과업 만을 위해 배려심 없이 분별력을 잃고서 불쑥 말 해버리고 나면 다시는 주워담을 수도 없고, 때론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끝나며 절대로 돌이킬 수 없게 되는 끔찍한 상황에 놓일지도 모르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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