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1911년 뉴욕에 태어나 1982년 71세에 돌아간 번벅은 “광고를 예술의 지위로 승화시키고 광고업을 전문직으로 만들었다”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다. 그가 남긴 말 가운데 가장 멋지게 그의 광고관을 나타내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당신을 신뢰해야 진실이 진실인 줄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야 당신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당신 하는 말을 들어야 당신을 신뢰할 수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말에 흥미가 있어야 듣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이 하는 말에 상상력이 있고 독특하고 신선해야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미국 광고계는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 크리이티브 혁명이 일어났다. 대개 세 사람이 그 혁명을 주도했다고 본다. 번벅(Bernbach), 오길비(Ogilvy), 버넷(Burnett)인데 아무래도 선구자는 번벅이다. 세계 광고계에 정평 있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문지 Advertising Age (줄여서 Ad Age)는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 대공황이 일어난 다음 해인 1930년에 시카고에서 창립되었다. Ad Age는 1999년에 The Advertising Century 특집을 발행했다. 140 페이지의 묵직한 타블로이드판 책이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20세기는 “광고의 세기”라 부른 만한 일들이 일어났다. Ad Age는 20세기 광고 산업을 100대 광고 작품, 100대 광고계 인물, 광고주와 아이콘, 체, 광고회사, 광고 규제 및 공익광고 등 몇 가지 분야로 나누어 다루었다. 20세기에 가장 뛰어난 광고 셋은 딱정벌레라는 애칭이 붙은 독일 폭스바겐(VW) 자동차, 코카콜라, 말보로 담배이다.
가장 뛰어난 인물은 DDB 창설자의 한 사람으로 DDB 대표가 된 번벅이었다. 그는 광고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렸고 DDB를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가장 창의적인 광고회사로 만든 주역이 되었다. 그 결과 DDB를 손꼽는 세계 광고회사로 키운 장본인이었다.
지금은 세계 어느 광고회사도 예외 없이 카피+아트가 크리에이티브 팀을 이루고 있지만, 이 시작은 번벅의 영향이 컸다. 그의 광고 철학은 앞에 인용한 구절에서 나타나지만, 번벅이 남긴 말 가운데 나타난다. 그가 얼마나 독창성과 창의성을 중요하게 보았는가를 반영하는 흥미진진한 토막말들이 있다. 오길비와 버넷과는 달리 번벅은 쓴 책이 없다. 그가 한 말 84개 토막글을 수록한 “Bill Bernbach Said"란 (Bill이란 William의 애칭이다.) 작은 책자에는 84개의 어록이 있는데 가장 짧은 5개만 골라 보면 다음과 같다.
(1) 신비(神秘)는 제품 속에 있다.
(2) 모방은 상업적인 자살이다.
(3) 광고가 과학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4) 최고의 매체는 구전(口傳)이다.
(5) 듣지 않는 사람에게는 팔 수 없다.
번벅이 별세한 지 41년이다. 광고의 창의성, 광고 산업, 그리고 미국과 세계 광고에 그가 남긴 유산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 숨 쉬며 때로는 조용히 속삭이거나 혹은 크게 칠 것이다. 그가 1985년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과 인터뷰에서 한 말은 자유 경제과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나라에서 광고하는 사람들이 경청해 들어야 할 말이다.
훌륭한 광고는 나쁜 제품이 더 빨리 실패하게 합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그 제품이 나쁘다는 것을 알리기 때문입니다. (Great advertising can make a bad product fail faster; it gets more people to know it's bad.)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