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덕상 세창양행 고백 (德商世昌洋行告白): 한국 최초의 신문 광고를 찾은 이야기

[신인섭 칼럼] 덕상 세창양행 고백 (德商世昌洋行告白): 한국 최초의 신문 광고를 찾은 이야기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3.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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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광고 전시 책자 표지
세계의 광고 전시 책자 표지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한국 최초의 신문 광고를 발굴한 것은 1965년 9월 22일 창간한 중앙일보가 10주년을 맞이한 행사를 돕던 서강대 유재천(劉載天) 교수의 공이었다. 창간 10주년이 되는 1975년 8월 21일 중앙일보에는 “한국 신문(韓國新聞) 최초의 광고(廣告) 발견”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와 함께 독일의 상사 세창양행의 광고 일부가 소개되었다.  이 광고가 게재된 신문은 한성주보(漢城周報) 1886년 제4호 2월 26일 자였는데, 아직 광고라는 말은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 동양 3개국이 같이 사용하던 “고백(告白)”이라 했다.

한국 최초의 신문광고인 독일상상 세창양행의 광고 발굴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사
한국 최초의 신문광고인 독일상상 세창양행의 광고 발굴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사

이 신문 보도와 함께 중앙일보는 “세계 광고 전시회”를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9월 5일에서 20일까지 개최했다. 말할 것도 없이 한국 언론사와 광고사에서 처음 보는 뜻깊은 행사였다. “1975 중앙일보•동양방송 창립 10주년 기념 세계 광고 전시 THE JOONG-ANG WORLD ADERTISING EXHIBITION (이하 광고전시)"이란 컬러 책자에는 홍진기(洪璡基) 사장의 인사말이 있다.

세계를 통틀어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세계의 광고 전시회”를 개최하기까지에는 갖가지 난관과 역경이 있었습니다만,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세계 초유의 행사를 우리 손으로 이룩한다는 사명감이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 이 같은 뜻깊은 행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중알일보/동양방송 홍진기 사장    
중알일보/동양방송 홍진기 사장    

난관과 역경이 있었다는 홍진기 사장의 말은 이 광고 전시회 일을 돕던 유재천 교수의 말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전시할 고대 및 한국관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와 한국의 고대, 근대 광고가 발전해 온 과정을 역사적으로 조망하고자 했다. 그래서, 대영박물관 및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의 유명한 박물관과 도서관에서 전시물을 복사해 왔다. 한국 신문 광고 발자취를 위해서는 1880년대에서 1960년대에 걸쳐 방대한 신문 지면을 분석했다. 그리고 한국 최초의 신문광고를 밝혀내야 했다. 그 산물이 앞에서 언급한 세창양행의 “고백”(광고)였다. 유 교수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 광고가 외국인 회사의 것이었다는 흠'이었다. 그런데 중국(청나라) 개항은 영국, 일본 개항은 미국, 그리고 한국의 경우는 개항에서 앞선 일본에 의해 강요당한 결과였다. 개항의 일부가 신문과 광고의 도입이었다. 그 결과 중국과 일본도 최초의 광고는 외국 것이었다. 

유재천 교수와 그의 말
유재천 교수와 그의 말
세창양행 광고
세창양행 광고

세계 40여 국에서 수집한 각종 광고를 간추려 설명을 부여 전시한다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수출과 건설을 나라의 슬로건으로 내 세워 “한강의 기적”을 이룬 시대였던 만큼 국제관의 여러 나라 광고는 더 없는 참고 자료였다. 왜? 이들 나라에 수출하려면 어떤 광고를 해야 하는가를 서울에서 연구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서울대학교 신문연구소 조교로 있는 김영선(여)의 “우리나라 Singing Commercial을 향상하는 데 큰 이바지”라는 그의 짤막한 소개는 적시 적절한 것이었다. 이채로운 것은 흔히 CM Song이라는 말을 Singing Commercial이라 풀이한 일이었다. 바야흐로 TV 보급이 100만 대를 넘은 70년대 중반으로 라디오와 TV 광고가 급성장하던 때였다. 김영선의 연구는 서울대학 음악 전공자가 처음으로 CM 송 전성시대에 한국의 광고 노래를 국제적인 각도에서 연구한 것이었다. 그는 “1960년대 이후 세계의 주류를 이룬 미국과  일본의 Singing Commercial을 분석하여 동서의 흐름을 파악하고 우리나라의 Singing Commercial을 분석 파악하여 그것들과 비교하였습니다”고 말하고 있다. 1970년대의 MZ세대의 대변과 같은 말이다.

김영선의 사진과 글
김영선의 사진과 글

전시물 가운데는 세계 최초의 광고라 일컫는 이집트 로제타의 돌(Rosetta Stone)이 한국 최초로 소개되었다. 기원전 136년 이집트의 성직자들이 파라오(통치자)의 치적을 칭송한 내용을 담은 이 돌에는 당시 이집트의 정치가 관련되어 있다. (옥에 티라는 말처럼 로제타의 돌 위치가 잘못되어 있다. 그림 참조.)

로제타 스톤
로제타 스톤

아마도 1970년대 중반에도 온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졌고 또 잘 팔리던 독일의 폭스바겐이 책자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것은 그 VW 자동차의 뛰어난 광고의 힘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세계적인 광고 전문가 네트워크를 가진 국제광고협회(IAA) 한국 지부 창립자의 한 사람이며, 또한 한국 지부 이사로서 이 의의깊은 행사를 도왔다.

딱정벌레 (Bug)린 애칭이 붙은 독일 Volkswagen
딱정벌레(Bug)란 애칭이 붙은 독일 Volkswagen
IAA 한국 지부 이사였던 신인섭    
IAA 한국 지부 이사였던 신인섭    

거의 반세기 전의 중앙일보/동양방송 창립 10주년의 세계 광고 전시는 한국 최초의 국제 광고 전시 행사였다. 한국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최초의 신문 광고 발견만으로도 한 해의 언론 보도 특종 상을 받을 만한 사건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 전시가 있은 9년 뒤인 1984년 한국은 최초의 국제 광고제인 “아시아 광고대회 AdAsia”를 주최했다. 다시 1996년에는 국제광고협회(IAA) 세계대회를 주최했다. 1996년 IAA 세계 광고대회에는 김영삼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가 전달되었고, 청와대에서 대표 일행을 위한 다과회가 있을 만큼 한국의 광고는 세계 무대로 올라섰다. 김대중 대통령은 90년대 말  IMF 한파로 한국 경제와 관광이 침체했을 때 저명한 연예인들과 함께 청사초롱을 들고 한국 관광 촉진 TV 광고 모델이 되었다. 삼성전자는 작년 세계 10대 광고주 가운데 5위로 부상했다. 삼성 계열의 광고회사 제일기획과 현대자동차 계열의 이노션은 각각 세계 10위 및 13위의 광고회사 순위에 올라섰다.

두 달 뒤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한국이 세 번째로 주최하는 아시아광고대회(Asian Advertising Congress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광고가 전시될 것이다.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 최초, 세계 최초라는 광고 전시가 48년 전 1975년 9월에 증앙일보/동양방송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로 개최되었다. 오늘날의 삼성그룹을 키우고 중앙일보/동양방송을 설립한 경제인 이병철 회장을 다시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손바닥이나 주머니 속에 세계 수많은 방송과 신문 잡지를 넣고 다니며 북한과 몇몇 나라를 제외한 나라들과 24시간 통화할 수 있는 시대로 변했다. 그러나 그 뿌리를 더듬으면 지금 보기에는 조촐한 세계 광고 전시 같은 행사가 있었다.

역사란 지나고 나야 진가를 알게 된다고나 할까.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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