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타임스 이지원 인턴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바비(Barbie)>에서 인간인 글로리아(Gloria)의 독백이 화제가 되고 있다. 글로리아는 여성에게 요구하는 불가능한 ’여성다움‘의 기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짜로 여성이 되는 것은 불가능해. 우리(여성) 는(은) 항상 비상해야 해. 그러나 어쩐지 우리는 항상 틀렸어. 우리는 말라야 하는데, 너무 야위면 안 되고, 마르고 싶다고 말하면 안 돼. 건강하기를 바란다고 말해야 하고, 또한 마른 몸매여야 하지.......”
-영화<바비> 글로리아 대사 중 일부
<바비>의 흥행이 한창인 시기에 우연히 여성이 매일 직면하는 불가능한 미션을 담은 보드게임이 출시되어 일주일 만에 완판되었다. 바로 여성 면도 제품 브랜드인 빌리(Billie)의 "No Worries If Not(아니라면 걱정하지 마)"이다. 이 게임은 외모부터 행동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드는 사회적 기대치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고군분투를 담고 있다.
게임의 승리를 위해 플레이어는 '모두가 행복하고, 아무도 화나지 않은 섬(Everyone’s Happy, No One’s Mad Land)'으로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야 한다. 게임의 여정에서 플레이어는 매일 여성들이 만나게 되는 이중잣대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뽑게 된다. 예를 들어 "당신은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했습니다. 판결대(Judgement Juction)로 가주세요", "당신은 미팅에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발표할 때 '더 웃으라'는 말을 듣습니다. 더 웃어 거리(Smile More Street)로 가세요" 등이 있다.
하지만 게임은 결국 승리자가 없다. 빌리는 보드게임 전문 전략가와 함께 절대 승리할 수 없도록 게임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빌리의 공동 창업자인 조지나 굴리(Georgina Gooley)는 "하나의 부조리 다음에 또 다른 부조리를 설계하는 것에 매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카드의 글귀나 영역별 이름 등 대부분의 게임 콘텐츠가 빌리의 크리에이티브 팀의 경험과 여성 소비자로 이루어진 포커스 그룹들이 실제 겪은 경험에서 기인하였다"고 말했다.
빌리의 보드게임을 플레이할수록 플레이어는 이 보드게임이 사실 무의미하다는 것을 빠르게 깨닫게 된다. 이를 통해 게임은 ’나는 더 이상 동조하지 않을 거야. 나는 나만의 규칙에 맞춰 살아갈 거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실 보드게임을 이기는 단 한 가지의 방법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게임 규칙집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다. 결국 게임에서 승리로 가는 길은 여성이 불가능한 이중잣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여성이 현재 플레이 중인 터무니없고 이상한 삶이라는 게임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를 은유한다. 즉, 사회적 기대치에 따라 플레이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빌리는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디렉터 루카 벤터(Luca Venter)와 파트너십을 맺고,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루비 맥콜리스터(Ruby McCollister)와 함께 풍자적인 해설 스타일의 영상을 제작했다. 한편 보드게임을 통해 얻은 수익금은 다양한 여성 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빌리는 자사의 미션이자 가치관인 '여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를 뒤집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캠페인을 제작해 왔다. 그동안의 캠페인은 몸매, 머릿결 등 여성의 외모에 대한 도전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번 캠페인은 여성이 겪는 모든 사회적 시선을 담음으로써 더 확장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