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세대가 아닌 “펠레니얼” 세대에 주목해야

알파 세대가 아닌 “펠레니얼” 세대에 주목해야

  • 박경하
  • 승인 202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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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세대는 2010년 이후 출생자로 2023년 기준 13세 살
펠레니얼(Pallennial)은 부모(Parents)가 된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라는 의미로 네이밍.
알파 세대의 특성은 결국, 부모가 된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물려 받을 것
사진: Emily Wade / Unsplash
사진: Emily Wade / Unsplash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타깃(Target)’이라는 용어를 참 많이 다루는데,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거슬렸던 게 모든 기업이 “우리 타깃은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이번 제품은 밀레니얼 타깃을 겨냥한..”이라며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로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의 연령대가 포함되어 있으며 3040대의 Y세대와 1020대의 Z세대가 합쳐져 있다. 이 용어가 처음 등장한 건 1990년대 초라고 하니 벌써 30년도 더 된 용어를 가지고 모든 기업이 우리 고유의 타깃이라 주장하고 있다.

물론 기업들이 주장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정의는 사전적 정의와 달라서 대부분 20대와 30대 초반 정도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굳이 골치 아프게 용어의 사전적 의미를 내밀며 바로잡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정의를 20대로 퉁 쳐 버리면 다음 타깃을 지명해야 하는 처지에서 세대 정의가 꼬일 수 있으니, 이제라도 어느 정도 구분은 하면서 선을 긋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알파 세대에 대한 이야기가 대세다. 알파 세대는 2010년 이후 출생자로 현재 2023년 기준으로 보면 13살이다.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20대 대학생이 될 텐데 자연히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는 물러나고 새로운 소비 타깃이 될 것이라 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분주하다.

알파 세대의 출현 연도를 2010년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어떤 책에서 본 건데) 아이패드가 처음 출시되던 해였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로 치면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이 등장한 시기가 2010년이며, 2015년에는 넷플릭스가 등장했고 그들이 10살이 되던 해 코로나19가 닥쳤다. 그들에게 마스크는 그래서 익숙하다.

기술적으로 보면 2013년에 빅데이터라는 말이 회자하기 시작했고, 2016년에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고, 2017년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대중화되기 시작했으며 2023년에는 ChatGPT가 등장했다. 이전 세대가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로 모든 정보를 검색한다고 하면서 신기해했던 게 얼마 전 같은데, 알파 세대는 유튜브도 번거롭다며 ChatGPT를 달고 살지도 모를 일이다.

이쯤 되면 하루 빨리 이들의 소비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인터넷을 뒤져가며 유행을 좇아가야 도태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20대나 30대 못지않게 10대들의 소비력이 워낙 왕성하니 이들의 소비가 포텐 터지는 시점을 고등학생쯤이라고 잡으면 대략 4~5년이 남은 셈인데, 그동안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내 생각에는 알파 세대에 대한 집중을 다시 밀레니얼 세대, 그러니까 알파 세대의 부모인 Y세대로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알파 세대는 늦게 결혼한 Y세대의 자녀다. 앞서 그들의 탄생 이후 지금까지 어떤 기술들이 발전했는지를 거시적으로 살펴봤지만, 사실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그들은 아직도 매우 어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는 그들의 부모다. 그들의 부모가 그들에게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그들의 변화를 역시 추적할 수 있다.

Y세대는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로 팍팍한 인생을 살았던 부모 세대와 별로 안 친하다. 부모뿐만 아니라 다른 어른들과도 안 친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꾸리는 가정에 더 애착을 느끼며 그 안에서 그토록 갈망했던 소속감을 느낀다. 기술적으로는 지금은 없으면 안 되는, SNS나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서비스들이 10대에서 20대 사이에 생겼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도 거부감이 없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월드컵 4강 신화, 1000만 영화, 강남스타일, 웹툰의 글로벌화, BTS 같은 세계를 뒤흔드는 굵직한 이슈들을 겪으면서 자랐다. 그러니까 이들이 겪은 어린 시절의 대한민국과 성인이 되었을 때의 대한민국은 아예 다른 나라다. 그래서 이들에게 유독 ‘레트로’ 열풍이 부는 게 아닐까.

이들의 소비는 그 어느 세대보다 주체적이고 주도적이다. 모든 소비에 ‘가치’를 부여하는 법을 이미 잘 알고 있었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며 일부 소비 행동이나 인식 자체에 제동이 걸리고 변화가 일었다. 우리는 코로나19 전후 소비 문화가 어떻게 바뀌었고 또 작금의 경제 위기를 돌파하며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코로나 이전의 그들,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알파 세대에 물려주었을 소비 유산 정도만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알파 세대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남은 4~5년은, 이전까지와 매우 다른 새로운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아직 여물지 않은 코로나 후유증과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거기에 각종 기후 위기와 2023년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한 기술 변화들. 나 역시 단 몇 권의 책으로 지금을 이해하고는 있지만, 기업들의 시각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단 몇 줄의 문장이 아닌, 시대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경하 엠포스 데이터전략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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