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로운 직업,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

또 새로운 직업,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

  • 박경하
  • 승인 2023.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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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오너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기획, 개발, 출시, 운영을 총괄 주도하는 직무
그만큼 Co-Work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것에 대한 반증이고 기업의 인재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
한가지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더라도 쉽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역량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뒷북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라는 직업을 최근에 처음 들었다.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프로덕트 오너(김성한 저)>라는 책을 통해서다. 이 직업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 책에 나온 정의를 빌리자면 “‘미니 CEO’라는 별명을 가졌으며 하나의 프로덕트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기획, 분석, 디자인, 개발, 테스트, 출시, 운영까지 주도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프러덕트(제품)’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설명에도 나처럼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은지, 인터넷에는 온통 Product Manager(PM)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글들이 빼곡하다. PM과 PO를 구분한 설명 중 내게 가장 경계가 명확했던 것은, 토스(toss) 블로그에 적힌, “PO는 0에서 1을 창조하는 사람, PM은 1에서 100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문장이다. PO는 론칭까지 도맡아 하는 사람이고 PM은 운영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직무는 주로 IT 계열에 등장하는데 그래서인지 애자일(Agile), 스크럼(Scrum) 같은 프로젝트 관리 체계와 동반 언급되는 경우가 많으며, 개발자나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등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한다.

정의나 역할이 어떻든 내가 주목한 점은, Owner라는 단어를 붙이면서까지 애써 구분한 새로운 직무의 탄생이다.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집단을 이끈다는 측면에서 보면, TF 팀장이나 신사업 총괄 정도로 명명했을 직책에 PO라는 새로운 직무를 붙여준 것이다. IT 계열로 한정하면 기획자의 역할과도 언뜻 유사해 보인다.

하나의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서 여러 부서가 긴밀히 협업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적은 없다. 그래서 늘 구인란에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지 않던가. 그런데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데이터 분석가를 굳이 애널리스트와 사이언티스트로 구분했던 것처럼.

이 새로운 직업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탄생과 매우 닮았다. 기존에 있던 직무와 유사해서 헷갈린다는 점, IT 계열에 주로 속한다는 점, 그래서인지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요구된다는 점, 그리고 항상 등장하는 실리콘밸리, 고액 연봉에 대한 소문, 국내에는 아직 많이 없다는 희망고문.(갖가지 교육 과정이 또 얼마나 생기려고..) 끝으로 둘 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물이라는 점.

반대로 다른 점이라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코딩을 통한 데이터 분석 스킬의 요구로 탄생한 데 비해, PO의 등장은, 뇌피셜이지만, Co-Work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탄생한 것 같다. PO에게는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추진력, 책임감(Ownership)이 동시에 요구된다고 한다. 그런데 반대로 권한은 빠져 있다. 총괄이라고 하지만 직급이 높지 않아서 명령을 내리거나 책임을 묻거나 보상을 해줄 수 없다. 즉, 철저하게 동료로서 전체 그림을 그리고 업무를 나누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되지는 않지만, 모든 분야를 두루두루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도 일이지만, 각 분야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게 오히려 더 고욕일 것 같은데 만약 이러한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라면 나는 충분히 고액의 연봉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오늘도 개발자가 안 된다고 말했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도무지 읽지 않을 수 없는 제목 아닌가? 이쯤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그만큼 개발 부서가 중요해졌기 때문일 것이고, 그만큼 다양한 부서가 개발 부서와 협업을 해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의 진보는 그런 것이다.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구분되고 그럴수록 두 집단의 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협업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면 그때야 서로의 언어와 문화가 현격히 다르다는 것을 알알하게 깨닫게 된다.

좁고 깊게 아는 것이 중요한지, 넓고 얕게 아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던 때가 있었다. ‘T(티)자형 인간’이니 ‘ㅠ(유)자형 인간’이니 시대마다 요구되는 인재상은 여러 이름으로 나타난다. 지금은 무엇이다 정의도 어렵고 한다고 한들 또 금방 바뀔 것이기에 의미는 없겠지만, 기술이 진보하다가 어느 순간 기업 간 기술의 격차가 적어지면 남들보다 겨우 한 발짝만 더 내딛는 기획과 빠른 템포의 추진이 중요해지며 그의 기반은 소통될 것이다. 그럴 때 필요한 인재상이 PO라는 직무로 발현된 것은 아닐까. 한 가지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더라도 PO에게 요구되는 여러 역량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게 지금 요구되는 인재상이라면.

 


박경하 엠포스 데이터전략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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