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한국 최초의 사진관은 ”만제불변색(萬世不變色)“ 천연당 사진관

[신인섭 칼럼] 한국 최초의 사진관은 ”만제불변색(萬世不變色)“ 천연당 사진관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0.01.29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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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13년 전 대한매일신보 1907년 8월 16일호에는 옆으로 뉘인 광고가 나온다.

대한매일신보 1907년 8월 16일 광고
대한매일신보 1907년 8월 16일 광고

사진 개관

본인 등이 황단 하 석정동 김규진 가

사랑 후정에 사진관을 건설하고 대

중소 만세불변 색 각양 사진을 염가

수응하겠사오니 촬영하기 원하시

는 내외국 첨원은 본관에 내림

면의하시오.

사진관 주인 김규진

박주종

황단이란 지금 서울 소공동에 있는 조선호텔 뒤뜰에 있는, 190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할 때 하늘에 제사를 올린 건물이다. 김규진은 이 소공동에 있는 자기 집 뒤뜰에 사진관을 짓고 변하지 않는 색으로 각종 크기의 사진을 촬영한다는 말이다. 물론 천연색 사진은 아니고 인화된 사진에 색을 입힌 것이다. 첨원(僉員)이란 “여러분”의 뜻이다.

천연당 사진관 고금도서관(古今書畵觀)이란 간판이 있는 2층 건물
천연당 사진관 고금도서관(古今書畵觀)이란 간판이 있는 2층 건물

표현이 지금과 다르다 뿐이지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런데 <천연당 사진관 개관 100주년 기념전>이란 책에 의하면 사진관이 개업한 것은 1907년 7월 7일이다. 개업 후에 곧 신문 광고를 낸 것이나 다름 없으니 그 선견지명이 대단하다. 김규진은 광고의 효과를 아는 선각자였다. 다시 한 달쯤 뒤 9월 10일과 26일에 같은 신문에 게재한 광고 내용을 보면 더욱 놀랍다. 천연당이라는 이름을 검은 바탕에 흰 글자로 해서 광고 지면의 절반쯤 크기로 하고 그 밑에 <특별염가불변색>이라 썼다. 두 광고는 광고 본문인 바디 카피가 다를 뿐이다. 김규진의 놀라운 것은 바디 카피 첫 부분이다.

9월 10일(위), 9월 26일(아래) 광고
9월 10일(위), 9월 26일(아래) 광고

부인은 내당에서 부인이 촬하고 출입이 심 편함.

황단 하 석정동 11통 5호. 광고 김규진 (9월 10일)

포덕문 외에서 황단으로 향하는 신작로변 (9월26일)

부인은 안방에서 부인이 촬영한다고 했으니 이미 110여년 전에 여성 촬영 기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기사는 다름 아니라 김규진의 부인 김진애(金眞愛. 1886-1949. 본명 金姓女)였다. 한국 최초의 사진관을 차렸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아울러 부인도 한국 최초의 사진 기사였으니 20세기 초라는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혁명적‘인 일이었다. 여염집 여성은 좀처럼 바깥 나들이를 하지 않던 무렵에 부인 촬영 장소를 따로 만들고 여성 기사가 촬영을 했으며 여성의 출입도 편리하게 만들었다는 말이 된다.

김규진
김규진

김규진(金圭鎭. 호는 해강 海岡. 1868-1933)은 지금은 이북인 평안남도 중화군에서 태어나 외삼촌 문하에서 한문, 한학, 서법 등을 배웠다. 그런데 당시에도 특히 문과(文科)에서 서북 출신에 대한 차별대우가 심하던 무렵이라 나이 열 일 여덟 살에 중국 청나라로 갔다. 북경을 비롯해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8년 동안 서예 기량을 닦았다 뛰어난 실력을 인정 받고 1896년에는 궁내부 외사과 주사로 임명되었고 뒤에는 왕세자 이은(李垠)의 서예 스승이 되었다. 고종의 총애를 받은 김규진은 한일합병 후에 아들 이은이 일본으로 가게 된 이후 김규진을 일본으로 보내 보살피게 했고 아울러 사진을 배우도록 했다. 그가 찍은 고종의 어진(御眞)이 미국 박물관에서 발견된 것은 후일의 일이었다. 해강은 사진관 외에 그 집 간판에서 보듯이 고금도서(古今書畵) 진시와 판매를 했다. 아울러 확장한 건물 내에서 서예 교육을 했다. 해강은 해방 전 한국에서 사진술의 선구자였고 아울러 저명한 서예가로 활동했다. 그는 후배를 키우는 데에도 진력했다.

금강산 구룡폭포 돌에 새겨진 19m가 넘는 글씨 ‘미륵불(彌勒佛)“은 그의 대표작 가운데 꼽힌다.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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