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상품을 팔지 않는 가게

[Trend from Tokyo] 상품을 팔지 않는 가게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0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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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동경 한복판 백화점 건물안에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 가게가 등장했다.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인 마루이(丸井/0101)가 이런 트렌드의 선구자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들어온 B8ta라는 매장이다. 개성 있는 디자인이나 기능을 가진 제품을 전시하여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서는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고객이 제품을 체험할 있는 장을 제공하고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이다. 물건을 팔지 않는다는 것은 기존의 리테일을 완전히 부정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리테일라고 하는 것은 고객과의 접점을 만드는 것에 존재 가치가 있고 판매는 온라인으로 충분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했다. 리얼한 세계와 버추얼한 세계가 융합한 모델이다. 정보로 넘쳐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고객으로부터 상품이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판매가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리테일이 쇠퇴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온라인 판매가 주류가 되어도 소비자가 실제로 제품을 보고 체험해 보지 않으면 최초의 구매는 발생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가운데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물건을 팔지 않는 리테일이다. 상품 대신에 경험을 판매한다. 점포는 오프라인 미디어 역할을 한다. 판매보다는 체험을 강조한다.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판매보다는 색다른 경험을 강조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체험형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제품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다.

 

Retail designed for discovery

지금까지 사실 매장에서의 체험은 판매를 위한 부수적인 수단일 뿐이었다. 하지만 B8ta는 체험 그 자체가 목적인 곳이다. 미국 전역에 여러 곳에 매장을 전개하고 있다. 최초 매장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B8ta의 수익모델은 바로 임대료이다. 물건을 파는 대신에 공간을 대여해 주고 거기에서 수익을 얻는다. 들어온 임대료로 매장을 운영하는데, 특별한 점은 매장에서 제품을 설명해 줄 직원들을 모두 채용 관리한다는 점이다. B8ta에 입점을 하면 B8ta에서 고용된 직원들이 수준 제품 교육을 받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한다. 비용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수 없는 스타트업이 주고객사이다.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의 제품과 같은 새로운 상품들이 많다. 매장에서도 판매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판매점에게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비용과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매장 곳곳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고객들의 동선과 상품별 체류시간을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입점 고객들에게 제공해서 고객의 행동이나 판매 이력을 DB화 할 수 있다. 이러한 고객 정보, 고객의 목소리는 상품 개발, 생산, 물류 등에 활용되어 더욱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여러모로 리테일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20년 8월 동경 유라쿠초와 신주쿠에 물건을 팔지 않는 점포 B8ta가 오픈하였다
20년 8월 동경 유라쿠초와 신주쿠에 물건을 팔지 않는 점포 B8ta가 오픈하였다

의류업계의 변화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은 의류업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점포를 대형 의류업체 온워드(Onward)가 전개하기 시작했다. 시착(試着) 전용 점포를 신설하고 구매는 온라인으로만 하는 업태이다. 점포에 재고를 보유하지 않아서 과잉 재고 문제를 해결한다. 유니크로 그룹의 GU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점포에서는 샘플을 볼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상품을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자택으로 배달된다. 카운터 앞에 줄 서서 대금을 지불하고 집으로 상품을 가지고 돌아갈 필요가 없어졌다. 점포에서는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만 보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한다. 제품에 대한 재고가 필요없고 좁은 매장에서도 풀 라인 제품을 전시할 수 있어서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도 점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양복을 팔지 않는 양복점이 있다. 양복점 이름은 ‘Fabric Tokyo’인데 마루이와 공동으로 점포 전개를 한다. 매장에서는 필요한 사이즈 측정과 샘플 전시만 되어 있고 판매는 온라인으로만 하는 쇼룸형 점포이다. 물건을 파는 것보다는 체험을 통해서 고객을 꼭 잡아 두고 있다. 이렇게 실점포와 온라인을 병행하면 고객의 객단가는 온라인만을 이용하는 고객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마루이 백화점에 위치한 Fabric Tokyo. 점포는 쇼룸이고 판매는 온라인으로만 하고 있다.
마루이 백화점에 위치한 Fabric Tokyo. 점포는 쇼룸이고 판매는 온라인으로만 하고 있다.

체험을 강조하는 브랜드의 원조로는 캐나다의 요가복 브랜드인 룰루레몬 (Lululemon)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으로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요가나 필라테스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초기부터 상품을 파는 것보다는 체험형으로 방향을 잡았다. 세련된 취향을 가진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Sophisticated and Educated Women)만을 타깃으로 선정했다. 체험형 매장을 열고 경험을 판매하는데 주력함으로써,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로 정착을 시켰다. 매장에서는 요가, 명상, 다도 등 무료 강좌를 열고 직원들은 고객에게 다이어트와 운동에 대해 조언을 해 준다. 실제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직원이 많다. 매년 단체 요가 행사를 열기도 한다. 도심의 룰루레몬 매장 근처에서 수십, 수백명이 요가 매트를 깔고 요가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룰루레몬은 소비자의 가슴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경험 리테일의 리더 마루이

마루이가 전개하는 리테일 전략은 상품 판매만을 추구하는 백화점 모델과는 다르다. 마루이는 오래 전에 백화점 모델에서 벗어나 입점 브랜드로부터의 임대료 수입을 징수하는 쇼핑 센터 모델로 방향 전환을 하였다. 그리고 다시 방향 전환을 한 것이 경험을 중시하는 지금의 ‘상품을 팔지 않는 가게’ 리테일 전략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실점포에서의 판매는 줄어들지만 대신 온라인 판매는 늘어난다. 실점포에서 상품을 확인한 후에 온라인 구매를 하기 때문에 실점포의 역할은 존재한다. 저렴하고 익숙한 상품은 온라인으로 바로 주문하지만, 처음 구매하는 제품이나 관여도가 높은 고가의 제품은 구매하기 전에 점포에서 확인을 하기 때문이다.

점포에서는 상품을 팔지 않는다. 온라인 판매를 전제로 상품 체험과 고객이 모이는 커뮤니티 장만을 제공한다. 점포에 대한 평가 기준도 바뀐다. 백화점형의 매출, 이익이나 쇼핑센터형의 임대료 수입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에게 질이 높은 체험을 제공해서 브랜드가 고객과의 성약, 객단가, 지속율을 높임으로써 고객의 생애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을 추구한다. 실점포는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장소이다. 이게 마루이가 추구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스토어(Digital Native Store)의 핵심이다.

Fabric Tokyo와 같은 D2C브랜드가 실점포를 활용하는 최대의 목적은 점포에서의 체험을 통해서 고객과의 관여도(Engagement)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으로 시작한 D2C 브랜드는 실제로 상품을 만지고 싶다고 하는 고객의 니즈에 답하기 위해 체험의 장으로서 점포를 활용한다. 점포내에서 점원은 상품을 팔고 고객은 상품을 사야하는 압박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이해 촉진을 쉽게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온라인에서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고객 단가 및 고객 생애 가치(Life Time Value)를 높일 수 있다. 그래서 D2C 브랜드의 실점포 출점 의욕이 높아져 가고 있다. 실점포에 상품을 전시하는 것은 마치 제품 광고를 하는 것과 같다. 구매는 온라인 오프라인 어디서도 가능하지만, 점포내에서의 매출에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고객이 부담 없이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체험이 중요한 이유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을 즐기지만, 점포에 있는 상품을 보고싶어 한다. 많은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해서 제품을 직접 보면서 만져 볼 수 있는 환경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필요에 부응해서 아마존 마저도 리얼 점포를 전개하고 있다. 아마존은 베스트 셀러 제품이나 주목 제품을 전시하는 리얼 점포 ‘4-Star’를 시작했다. EC 사이트에서 별 4개 이상을 받은 상품, 베스트셀러, 인기상승중인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뉴욕에 오픈했다. 각종 디바이스, 가전, 키친 용품, 가정 용품, 장난감, 서적, 게임 등을 취급한다. 또한 일본 아마존은 패션 분야 강화 일환으로 At Tokyo라고 하는 프로그램으로 패션 디자이너를 지원하면서 패션쇼도 개최하고 있다. EC의 거물 아마존마저도 실존하는 장소를 통해서 리얼한 경험을 지향하는 이유는 아마존에서는 실제로 상품을 만질 수가 없다는 온라인 판매의 딜레마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는 리얼 점포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리얼 점포 Amazon 4-stars
아마존이 운영하는 리얼 점포 Amazon 4-stars

물건만을 파는 점포는 이제 옛날 얘기가 되었다. 단지 상품을 사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은 온라인이 압도적으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점포까지 갈 필요가 없다. 일본의 경우 20년 5월에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 이용 가구가 50%를 넘었고 앞으로도 증가하리라 본다. 단순이 물건을 파는 점포는 계속해서 존속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점포로 진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비자의 관계를 맺고 기쁨을 선사하고 쇼핑 경험을 쉽고 시간을 덜 들이게 하는 리테일이 경쟁에서 남아 남는다. 상품과 만날 수 있는 장소와 계기를 제공하는 매장의 존재와 역할은 영원히 존재한다. 쇼핑의 개념이 물건을 선택하는 것에서 물건을 즐기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EC 시대에 새로운 스타일의 소매점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견인차가 된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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