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타의 영감기록_심촉] 와인과 칼국수

[심타의 영감기록_심촉] 와인과 칼국수

  • 심타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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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 매드타임스 심타 칼럼니스트 ] 새해 들어 두 분의 지인을 만났습니다. 개인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 분들입니다. 신기하게도 길을 가다 우연히 뵈었지요. 한창 사업장이 바쁠 시간이라 서로 놀랬습니다. 놀라운 와중에도 코로나 상황에서 건강해 보이는 얼굴이라 다행이었습니다. 김 사장님과 이 사장님, 두 분은 비슷하면서도 참 다른 스타일로 영업을 하십니다.

김 사장님은 7년 전 마포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회사 회식 차 갔던 ‘오뎅바’의 사장님. 나이는 쪼금 있어 보이는데 트렌디한 오뎅바를 하셔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2년 정도를 지나 다시 만났을 땐, 야외 테라스가 있는 트렌디한 맥주집을 열었다고 하셨습니다. 장사는 그저 그렇다. 먹고 살만큼 번다. 오, 그럼 가서 매상 좀 올려드려야지 했다가. 손님으로 미어터지는 가게를 부러워했지요. 사람들의 트렌드를 맞춰 딱딱 변신하는 사장님이 대단했습니다. 지난 주, 오랜 만에 그것도 김 사장님 가게 근처도 아닌 곳에서 우연히 뵈었지요. 서로 긴가민가 잠시 망설였지만, 금방 안부를 물으며 반가워했습니다. 마스크를 써서 더 그랬을까요. 일상적인 덕담을 나누며 ‘요즘 맥주집은 어때요, 코로나에 어려우시죠?’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김 사장님은 ‘맥주집 접었어. 이젠 나이가 들어서 밤 늦게까지 못하겠어. 죽겠더라구. 지금은 와인가게 해’. 아니 와인가게를! 처음엔 매치가 안 돼 당황스럽다가 김 사장님은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렌디한 오뎅바에 트렌디한 맥주집, 트렌디한 와인가게. 트렌드를 따라서 자유롭게 업종을 변경하시는 분이니 가능하겠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짧게 짧게 치고 빠지는 게릴라 사업을 하시지요. 요즘 말로 ‘숏케팅’ 이라 할까요.

이에 반해, 이 사장님은 왕십리에서 칼국수만 3대째입니다. 어머님, 이 사장님, 아드님 이렇게 3대에 걸쳐 가게를 운영 중이시죠. 한창 손님 받을 시간에 혜화동에서 뵌 이 사장님. 코로나 때문에 힘드시죠 물으니. 힘들다고 하십니다. 2.5 단계 격상 후엔 저녁 장사를 못해서 망하겠다, 가게를 접을까 한다... 이야기를 한참 들어 드렸지요. 말은 저렇게 해도 가게는 여전히 잘 됩니다. 이 사장님은 한 업종을 몇 대에 걸쳐 오래 하는 사업가입니다. 김 사장님과는 전 반대의 스타일이시지요. 정 반대지만 같은 점이 있네요. 칼국수 집의 메인 메뉴는 몇 년 주기로 조금씩 달라집니다. 매운 맛이 유행하면 매운 칼국수, 닭고기가 유행하면 닭칼국수. 면발의 굵기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손님들이 이 변화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도 재미나고요.

두 분 사장님의 사업 스타일 중 무엇이 더 좋다 말할 순 없습니다. 한 분은 짧게 짧게, 한 분은 오래오래 사업 스타일이지요. 하지만, 공통점은 존재합니다. 끊임없이 트렌드에 맞춰 변화한다는 것! 지금, 사업을 계속 해야 할지.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야 할지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짧게 해도 되나 하십니다. 그런 분들께 조심스럽게 말해봅니다.

사람들은 한 가지를 오래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음식과 관련된 분야는 심하지요. 유행처럼 우르르 몰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지요. 한집 건너 찜닭가게를 마주치다가 3~4년이 지나면 다 사라져서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합니다. 몇 년 전까지는 그래도 3~4년은 갔지만, 지금은 1, 2년도 못 갑니다. SNS로 외국의 음식과 각종 문물을 쉽게 접하지요.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다 하면, 어느샌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판매됩니다. 주기는 점점 짧아지지요.

또, 요즘 사람들에 영원한 핫플레이스도 없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핫플레이스는 누구나 다 가는 평범한 장소로 변하지요. 새로운 핫플레이스를 끊임없이 찾아 가지요. 핫플레이스가 변하는 주기도 상상이상으로 짧아졌습니다. SNS와 인터넷을 통해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기 때문이죠.

사람들의 소비 스타일은 이렇게 짧아 졌습니다. 트렌디한 사업을 하셨다고요. 지금도 트렌디한 사업인가요? 트렌디한 품목이라고요? 앞으로도 트렌디 할까요? 아니라면 답은 사장님이 이미 알고 계십니다.

※ 주의 사항 : 위의 썰은 검증되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감일 뿐입니다. 함부로 제안에 따르지 마십시오.


심타 @shimta_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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