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관광이 영화와 경쟁한다

[Trend from Tokyo] 관광이 영화와 경쟁한다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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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TV에 해외 여행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나가는 것이 어렵게 되자 화면을 통한 대리 만족을 하는 시청자를 위한 것이다. 코로나 초기에는 신규 촬영이 어려워 과거의 아카이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현지 리포터가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진행하는 신규 제작 프로그램이 눈에 자주 뜨인다. 현지에 있는 리포터가 국내에 있는 진행자와 라이브로 대화하면서 진행하는 방식이 TV에서의 여행 프로그램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이케부쿠로 국제 공항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이케부쿠로(池袋)라고 하는 동경 도심 한가운에 새로운 국제 공항이 들어섰다. ‘이케부쿠로(池袋) 국제 공항’이라고 불리우는 이 국제 공항은 ‘First Airline’이라고 하는 항공사만이 운항한다. 이 항공사는 VR 기술을 활용한 버추얼 항공사이다. First Class를 중심으로 운항한다. 과거 항공사 승무원 경험이 있는 CA(Cabin Attendant)가 서빙을 하고 비행기 기종은 에어버스의 A310-340를 사용한다. 실제 항공기를 가져와서 부분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지상에 있으면서 세계 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버추얼 항공시설이다. 110분간의 비행으로 VR 헤드셋을 사용해서 뉴욕, 파리, 로마, 하와이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지역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오감으로 체험한다. 일류 요리사가 조리한 현지 요리의 고급 기내식을 즐길 수 있다. 현지와도 리얼 타임으로 중계로 연결해서 현지 얘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도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여행을 가기 어려운 노인 이용객이나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주된 고객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다. 이 또한 해외 여행을 떠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이다.

※ 세계 최초 버추얼 항공 First Airline 서비스 체험

 

온라인 관광의 새로운 트렌드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 업계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온라인 관광이 등장했다. 현지에 가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서 여행지에 대해 버추얼한 경험하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TV에서 관광지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이나 First Airline이 제공하는 서비스와는 다르다. 줌과 같은 앱을 사용해서 자택에서 세계 각지의 관광지를 리얼 타임으로 체험할 수 있는 여행 회사가 유료로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광 상품이다.

실제로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오죽했으면 이렇게 라도 여행에 대한 대리 만족을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인 것일까? 어디까지나 리얼한 실제 여행이 가능하기 될 때까지 때우기 역할이라는 출발선에서 시작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땜빵이라고 생각했던 온라인 관광이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버스 투어, 수학 여행, 과외 여행과 같은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을 비롯해서 사원여행 등 법인 대상으로 회사의 복리 후생 차원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시차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한 시간에 현지의 생생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투어 가이드가 있어서 더욱 라이브감이 더해진다. 참가자와 현지 가이드와의 인터렉티브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관광지에 있는 먹거리 등을 보여주거나 현지인의 생활을 거르지 않고 보여주는 등 다양한 연출로 라이브감과 친근감을 더해준다. 새롭게 등장한 온라인 관광에 대해 그 의미와 향후 전망에 대해 고찰해 보자.

온라인을 활용한 버추얼 관광이 새로운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을 활용한 버추얼 관광이 새로운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의미 1 : 새로운 니즈의 발견

온라인 관광이 인기를 끌면서 여행을 즐기는 방법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여행의 경우는 비행기를 타고 자신의 발로 현지에 가서 현지를 탐험하면서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관광이 시작되면서 집에 있으면서도 화면을 통해서 해외의 다양한 모습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었다. 흥미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즐기는 방법이 크게 바뀌었다.

또한 본 여행 전에 실시하는 예행 연습이라는 새로운 니즈를 발견하였다. 본 여행을 가기 전에 실시하는 사전 예행 연습으로 활용이 되면서 관심있는 고객층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 관광을 참가한 이후 지금까지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상황이 호전되면 실제로 현지에 가보고 싶다고 대답한 사람이 많았다. 코로나가 수습되고 난 후에 실제 여행을 해보고 싶은 계기와 동기를 부여하였다. 이처럼 온라인 관광이 새로운 니즈와 마켓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 관광을 통해서 확보한 잠재 고객을 향후 실제로 여행을 떠나는 리얼 고객으로 유도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의미 2 : 사회 문제 해결

코로나가 수습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 하더라도 아직 건강에 대한 리스크가 계속 인지되는 상황에서 온라인 관광은 지속되리라 본다. 또한 VR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향후 계속 진화하리라 예상한다. 온라인 관광은 관광이 지역의 환경과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해와 같은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베니스, 바르셀로나, 푸켓과 같은 관광지의 경우처럼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관광지에 몰려들면서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현실적이면서 수용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실제 관광에 대한 대체는 될 수가 없지만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는 사람, 새로운 체험을 좋아하는 사람, 시간이나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제격일 수 있다.

오버투어리즘이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이탈리아 베니스
오버투어리즘이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이탈리아 베니스

더 나아가 온라인 관광이 지식과 학습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knowledge and learning)를 구현하는데 일조를 할 수 있다. 온라인 관광은 세계의 유명한 장소, 작품 등을 최소한의 노력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마치 1995년 인터넷 등장 초기에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지식에 대한 민주화를 가능하게 한 것처럼 온라인 관광이 새로운 지식과 체험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보의 민주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만들게 되면 온라인 관광을 통해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주요 지역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민주적으로 접근하게 할 수 있다. 동시에 관광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온라인 관광은 골칫거리였던 사회적인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하는데 일조를 한다.

의미 3 : 관광의 옴니채널

인간의 여행에 대한 욕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행은 매슬로의 욕구의 단계중 가장 중심인 3단계에 해당하는 사회적인 욕구에 속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욕구, 어느 한 곳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 친구들과 교제하고 싶은 욕구, 가족을 이루고 싶은 욕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만약 코로나가 수습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인간의 여행에 대한 욕구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온라인밖에 대안이 없다. 하지만 코로나는 수습이 될 것이고 리얼한 여행은 다시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리얼한 여행이 다시 돌아와도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여행의 경험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AI, VR와 같은 최신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여행의 경험이 더욱 세련되고 감동적인 경험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리얼한 관광과 온라인 관광이 병행하는 여행 패턴이 등장할 것이다. 이 둘은 서로 뺏고 빼았기는경쟁 관계가 아니고 서로 공존함으로써 한층 높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온라인 관광은 언젠가는 실제로 여행하게 될 여행지에 대한 볼만한 곳, 문화 시설 등을 사전에 공부하는 예행 연습이 되고 실제 여행을 가도록 동기 부여를 한다. 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는 온라인을 통해서 여행을 다시 되돌아보는 복습도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여행전 그리고 여행후의 니즈를 보완하면 경험의 가치를 높이는 하나의 완벽한 여행 패키지가 탄생한다. 리얼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여행업계의 시스템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최근 리테일에서는 옴니채널 전략이 필수이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본 상품을 직접 만져 보고 확인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가기도 하고 오프라인에서 본 것을 온라인에서 구매하길 원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기존의 브랜드들은 온라인 몰을 만들고 온라인에서 시작한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만든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이 공존 속에서 소비자들은 양쪽 채널을 번갈아 이용하는 것이다. 관광 상품에도 옴니채널 방식이 도입되면 여행에 대한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다. 관광도 옴니채널의 시대이다.

관광이 영화와 경쟁한다.

온라인 관광을 참가한 사람 과반수 이상이 코로나가 수습된 후라 하더라도 온라인 관광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온라인 관광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온라인 관광이 최초 등장했을 때는 실제 여행에 대한 대체품이라고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준비된 온라인 관광이라 하더라도 리얼한 여행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최근 인기가 있었던 무착륙 여행처럼 잠시나마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해 주지 못하는 유사여행에 불과하다.

가짜가 판치다가도 진짜가 등장하면 지금까지 주인행세를 한 가짜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짜처럼 보인 온라인 관광은 진짜가 나타나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새로운 가치를 가지고 여행을 즐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더욱 입지를 강화해 갈 것이다. 온라인 관광의 가치는 실제 투어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온라인이기 때문에 제공할 수 있는 그 자체의 체험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라고 하는 혹독한 시련을 경험하면서 더욱 질 높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 가능하게 한다. 실제 여행을 대체할 수 없지만 영화관을 찾아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대체할 수 있다. 이렇게 온라인 관광은 영화관의 경쟁자로 등장할 수 있다.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인 마이클 포터는 경쟁자의 개념을 광의적으로 해석한 5개의 힘(5 forces)이론을 주창한다. 5개의 힘에 의하면 기업의 수익창출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경쟁이라고 정의한다. 첫째가 산업군내의 이미 진출한 기업, 둘째가 잠재적 진입자, 셋째가 다른 산업군에서 대체재를 가지고 있는 기업, 넷째가 원재료, 부품 또는 장비 공급자, 다섯째가 우리 기업의 물건을 사주는 기업이나 소비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중 셋째 대체재를 마이클 포터 교수가 가장 위협적이라고 지적을 한다. 왜냐하면 셋째를 제외한 나머지 경쟁자는 눈에 보이지만 셋째인 대체재는 기존 산업군에 드러나 있지 않기에 자칫 잘못하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이키의 경쟁자는 아디다스가 아니라 닌텐도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고, 스타벅스의 경쟁자는 도서관, 영화관이 되고 신세계 백화점의 진정한 경쟁자는 롯데백화점이 아니라 쿠팡과 같은 온라인 쇼핑이 되는 것처럼.

본 여행을 전후로 해서 온라인으로 버추얼하게 여행지를 경험하는 것은 본 여행에 대한 대체재는 될 수 없다. 단지 여행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보완재로서 더욱 활성화되리라 예상된다. 그러면 향후 온라인 관광이 더욱 활성화되었을 때 온라인 관광의 경쟁 대상은 누구일까? 다양한 언테테인먼트, 재미 및 정보를 위해 소비자들이 시간을 투자하는 영화 산업이 경쟁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도 경쟁자가 될 수 있다. 기술이 진보와 더불어 경쟁 구도가 진화한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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