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노아의 팬더믹적 반전
퀴노아의 팬더믹적 반전
  • 박재항
  • 승인 2020.03.16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도 퀴노아를 먹었던 것 같은데?” 아침 식사를 함께 하던 처에게 물었다.

“먹은 적도 있었지. 잠깐 먹다 말았어.”

“우리까지 먹었다니, 퀴노아가 정말 세계적인 식품 반열에 올랐군. 그런데 세계 각지에서 퀴노아를 즐겨 먹으면서, 정작 원산지에서는 퀴노아를 먹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네.”

“그게 가짜뉴스라고 하잖아. <만들어진 진실> 책의 첫 소재가 바로 그거였잖아”라고 마치 조건반사처럼 처가 반응했다.

핵터 맥도널드 지음 /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식품 매대에 있는 퀴노아를 사려고 할 때, 점원이 다음과 같은 퀴노아와 관련된 네 가지 사항을 얘기한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 것인가 물으면서 <만들어진 진실>(헥터 맥도날드 지음, 이지연 옮김, 흐름출판 펴냄, 2018)은 시작한다.

  • 퀴노아는 저지방이면서 단백질이 풍부한 섬유질의 천연 고영양 식품이다.
  • 퀴노아를 구매하면 남아메리카의 가난한 농부들의 수입 증가에 기여한다.
  • 퀴노아 구매는 산지 사람들이 원래 먹던 전통 식품을 구매할 때 더 많은 돈을 쓰게 만든다.
  • 퀴노아 재배는 안데스 지역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의 네 가지가 모두 사실이란 게 반전이다. NASA에서 우주비행사에 최적의 식품으로 인정을 받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양학자들이 섭취를 권장했고, 레이디가가를 비롯한 슈퍼스타들의 인증이 잇따랐다. 급기야 FAO(세계농업기구)에서는 2013년을 ‘세계 퀴노아의 해’로 지정하기까기 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퀴노아의 가격도 2000년에 100킬로그램당 28.40달러에서 2008년 같은 무게에 204.50달러로 7배 이상 올랐다. 산지인 볼리비아와 페루에서도 경작지가 2007년부터 10년 사이에 거의 네 배 가까이 늘었고 산출량은 그 이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3배 이상 인상되었다.

당연히 예로부터 먹던 퀴노아를 산지 사람들조차 이전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고 사서 먹어야 했다. 퀴노아 재배지가 넓어지면서 인간과 동물의 노동력과 자연 비료를 이용하던 데서 산업형으로 바뀌며 토양이 악화되고 환경에 해를 끼치게 되었다. 세 번째, 네 번째 부정적으로 비추는 사실들은 영국과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 다음과 같이 충격적인 헤드라인으로 몇 차례에 걸쳐 심각하게 보도하면서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다.

퀴노아가 사치재가 되면서 볼리비아의 소비량이 지난 5년간 34% 감소 (인디펜던트, 2011)

퀴노아 재배 지역의 어린이들 영양 상태 악화 (뉴욕타임스, 2011)

비건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 정크푸드에 빠져드는 퀴노아 재배지 사람들 (가디언, 2013)

퀴노아는 당신에게는 좋지만, 재배하는 볼리비아 사람들에게는 재앙 (인디펜던트, 2014)

당신이 퀴노아를 더 좋아할수록, 볼리비아와 페루 농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끼치게 된다. (글로브 앤드 메일, 2014)

특정 농작물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너도나도 그 농작물을 재배하여 공급이 많아져서 가격이 떨어지고 결국 밭을 엎어버리고 수확물을 갈아서 폐기하는 모습들을 언론 보도에서 가끔 보았다. 그런데 퀴노아의 경우는 그 이상으로 어린이들 영양 상태까지 악화되는 팬더믹적인 반전이 있었다. 더한 반전이 계속 이어진다. 그반전들은 다음 편에...

퀴노아
퀴노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